디스크 블루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허리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을 일컫는 단어다. 난 허리질환이 없어도 우울증이 있는 사람인데. 바깥에 나가서 햇빛을 받고 사람을 만나도 모자랄 판에 누워서 탭만 올려보고 있자니, 자연히 성격이 망가지는 게 느껴졌다.
식사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내가 점심식사를 하는 데 15분, 저녁식사를 하는데 25분 정도가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루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 그렇다 해서 걷거나 서있을 때 편한 것도 아니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통증을 느꼈다.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게 정신을 갉아먹었다.
누워서 정선근 교수의 유튜브만 줄곧 보았다. 그리고 아픈 사람들의 유튜브를 많이 찾아보았다. 나처럼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브이로그부터, 더욱더 중병으로 앓는 사람들의 영상을 계속 틀어놓았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느끼는 건 비겁한 행동인데, 그걸 알면서도 건강한 사람들의 영상을 볼 수가 없었다.
정성근 교수의 유튜브. 좋은 얘기가 많다.
내 또래의 건강한 사람들이 일하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 내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원래 아이돌을 좋아하는데,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좋아하던 아이돌의 영상도 보지 못했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도 질투가 나서 화면 속의 아이돌이 미워졌다.
그들이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서, 앉아서 느긋하게 밥을 먹고 술을 마실 수 있어서, 뛰거나 달릴 수 있어서, 수영장에 뛰어들 수 있어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또래의 인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에 데미지를 입었다. 연약한… 너무나도 연약한 나의 멘탈….
다행인 점은 지난 몇 년 간 이미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끊어졌단 것이다.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들을 제외하면 내가 실제로 만나는 친구는 한 명뿐이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만날 수도 없었다. 카페에서 잠깐 앉아있는 것도 어려웠으니까.
활동을 해야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 겪어서 알고 있는데, 활동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와병을 해야 했다. 내 몸에 갇혀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은 멀쩡한데 통증 없이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었다.
통증에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약을 먹고 계속 잠을 잤다. 그리고 목 통증으로 예약한 도수치료 예약날이 왔다. 조금이라도 통증이 호전될 것을 기대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도수치료로 인해 목 MRI, 아니 전척추 MRI를 다시 찍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