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타임라인 상으로는 이전 게시글보다 더 먼저 시작된 일인데,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따로 뺐답니다. 의사 선생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간략하게 정리했던 메모를 바탕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이걸 쓰며 바로 앞 게시글에 시간상의 오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살짝 수정해 놓았으니 양해 바랍니다.
시작은 4월 18일. 아침에 일어나니, 턱 밑과 귀 밑이 부었다. 전에도 피곤하면 임파선이 붓곤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비인후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내원했고, 선생님이 목을 만져보시더니 1.5cm 가량의 덩어리가 있다고 했다. 임파선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와 진통제 5일분 받아서 복용하기 시작했다.
4월 19일. 복통을 동반한 설사가 시작되었다. 항생제 부작용으로 추정한다. 하루에 대여섯 번 화장실에 갔다. 여전히 붓기가 심했기에 이 날부터 스테로이드(2일분) 복용을 시작하였다.
4월 20일. 심한 설사가 지속되고 체중이 감소했다. 48kg에서 45kg까지 빠졌다. 참고로 내 키는 170cm다. 이비인후과에 물어보니 정장제와 지사제를 추가로 처방해 주었다. 그걸 복용하며 이비인후과 약을 계속 먹었다. 다행히 임파선은 가라앉았다.
4월 22일. 흰 죽을 제외 하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계속 항생제를 먹다간 영양실조로 죽을 것 같아서, 이비인후과 약을 하루치 남겨놓고 중단하였다. 정장제와 지사제는 계속 먹었다.
4월 24일. 설사와 구토가 지속되었다. 지사제… 일하고 있는 거 맞지? 그리고 임파선이 다시 붓기 시작했다. 이번엔 턱 밑, 겨드랑이, 서혜부까지. 혀뿌리가 뻐근하게 아팠다. 이 날 이비인후과는 휴진이었고, 기력이 바닥나 집 근처 내과에서 영양수액을 맞았다.
4월 25일. 설사와 임파선 통증이 지속되었다. 물론 어지럼증도 남아 있다. 오전에 이비인후과에 다시 갔다. 아직 몽우리가 목에 남아있고,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며 가까운 종합병원 감염내과에 진료의뢰서를 써주셨다.
그래서 종합병원 감염내과로 입성. 다소 생소한데,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에 의한 질병을 진단 및 치료하는 과라고 합니다. 당일 접수라 대기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마지막 순서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인자한 선생님께 지난 일주일간의 수라장을 간단히 전달드렸다.
선생님은 가만히 들어보시더니, 여러 부위의 임파선이 부은 점, 설사가 멎지 않는 점, 결핵일 확률도 있는 점(!) 등등여러가지를 고려하여 입원해서 검사 및 치료를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짐을 싸서 입원하였습니다. 낯선 천장이다….
병실은 5인실이었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이라 쾌적했고, 입원하자마자 피를 한 10통은 뽑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다음 날 아침에 조영제를 맞고 경부 CT도 찍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입원하여 얼떨떨했지만, 일주일 내내 앓으며 탈진한 상태라 혈관으로 들어오는 포도당 수액이 감사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4월 26일, 아침 회진.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간이 피검사 결과 염증 수치는 높지 않다. 다만 CT상으로 1cm 가량의 무언가가 임파선에 보인다. 종양… 같은 건가요? 묻자, 뭔지 확실치 않아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네? 조직검사요? 지금요?
원래는 총조직검사가 일반적이지만, 모양이 길쭉해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부위가 목이라 중요한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신마취를 하고 완전히 제거해서 조직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전신마취라면… 그, 한 번 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폐 기능도 떨어진다는… 엄청 큰 수술이 아니면 안 하는 그런 거잖아요. 목에 있는 1센티짜리 혹 떼자고 전신마취를 한다고요…?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난 일반인이고 의사의 말이 맞을 테니까 알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금요일이라, 수술은 아무리 빨리 잡아도 다음 주 월요일일 거라 했다. 주말 입원 확정.
일단 CT 판독 결과가 나오면(이건 또 영상의학과에서 본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고, 이비인후과 선생님과 논의해 수술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혹시 큰 병이면 어쩌나, 혹시 전신마취를 했다가 못 깨어나면 어쩌나 심히 걱정이 되었다. 그런 나를, 불안한 나를 돌보는 데에 다년간 익숙해진 애인이 달래주었다.
고맙고 든든한 내 애인. 복도 한구석에서 한참 통화를 하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병실은 10시면 소등을 했다. 어둑어둑한 병실에서 문밖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보며, 모처럼 입원한 김에 푹 쉬고 검사도 다 받자고 생각했다. 밥도 먹고 약도 먹고 하면 나아지겠지. 잡생각 할 시간이 없도록, 만화책을 e-book으로 14권 샀다. 잠들기 직전까지 만화를 보다가, 수면제의 약 기운에 기대어 간신히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