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눈앞에 밥이 차려진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밥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허리 상태는 안 좋았고, 어지럼증이 심해 낙상 고위험 환자로 샤워조차 할 수 없었지만. 뜻밖에 나는 행복했다. 우선 내가 요리하지 않아도 밥이 나오고, 의사가 아침마다 와서 내 상태를 살펴주는 점이 좋았다. 계속 수액을 맞으니 어쩐지 몸이 좋아질 것만 같은 플라시보 효과까지.
입원 기간 동안 체중을 늘리기 위해, 제공되는 밥과 메인 반찬은 모두 먹고 다른 반찬도 한 번씩 맛보기로 마음먹었다. 영양식을 골고루 챙겨 먹은 덕에 단 며칠 만에 체중은 48킬로로 불어났다.
그리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았다. 임파선에 생긴 무언가는 감염내과 선생님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기에 협진을 넣은 것이다. 월요일에 수술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진료실에 들어간 나에게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말했다.
떼어낼 만한 임파선 비대가 보이지 않는데요…?
엥. 감염내과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입원을 하고 검사한 것인데요…. 사정을 설명하자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감염내과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분 사이에 무언가 의학적인 대화가 오가고…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여전히 애매모호한 얼굴로 말했다.
CT 판독 결과가 나와야 확실해지겠지만, 제가 보기에 이 정도는 일반적인 범주에 들어가는 크기입니다.
헐, 다행이다. 암이 아닐까 졸아붙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풀렸다.
그 뒤, 회진. 감염내과 선생님은 내 목을 만져보시더니, CT 판독 결과도 그렇고 임파선이 가라앉은 것 같다고 했다. 조직검사 하기엔 곤란한 사이즈고, 설사도 멎었으니 나머지는 외래로 보시죠. 그러면서 오늘 바로 퇴원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셨다.
헐, 퇴원이다! 신난다! 나 집에 간다! 체면상 기뻐하지 못하고 이불만 움켜쥐었다.
퇴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집에 있던 아빠가 짐을 옮겨주러 왔다. 집으로 돌아가며 내가 좋아하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포장해서 돌아왔다. 밥 잘 먹고 잘 쉬어서 번들번들해진 나는 새삼스레 생각했다. 아무리 삼시세끼를 침대 앞에 대령해 준대도, 집이 좋긴 좋구나…. 다신 입원하지 말아야지…(그게 맘대로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