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성적표와는 이별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는 여전히 회사라는 곳에서 성적이 매겨지고 있죠.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1년에 한 번 성과평가, 역량평가, 동료평가, 상향평가 등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가치가 숫자 혹은 알파벳으로 매겨져요. 그 결과는 바로 다음 해의 연봉결정의 기준이 되고 한 해 두 해 쌓이면 승진과 혹은 새로운 보직에서의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직전의 회사는 3년간 평가의 평균이 아주 중요했는데 신참이었을 때는 관리하는 법 그러니까 노하우에 대해서 제대로 조언을 받지 못했어요. 최악의 경우가 임신과 출산이었는데 당시에는 모성보호와 관련한 제도가 지금처럼 마련되지 않아 나는 C를 받고 승진에서도 밀렸습니다.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말이죠 난 이렇게 할거 같아요. 아니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다면...
먼저 한해 나의 성과 목표를 점검해요. 그러기 위해 선배사원 중에 가장 평가를 잘 받는 사람, 인정을 받는 사람을 찾아요. 신입사원에게 정말 쉽지는 않지만 그럴 땐 팀장에게 조언을 구해봐요. 잘하고 싶은데 누구의 조언과 코칭을 받으면 좋을까요? 혹은 누구를 역할모델로 두고 따라 하기를 하면 좋을까요?라고 말입니다. 내가 조직책임자로 일하던 긴 세월 동안 그렇게 물어 봐주는 기특한 사원은 없었어요.
다음 단계는 그 일잘러 선배에게 어떻게 일 관리를 해야 하는지 성과목표에 기재된 목표들 중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 차근차근 물어봐요. 그러면서 팀장에게 어떤 것들이 보고 되고 있고 팀장의 관심사는 어디인지 예의 주시해야만 해요. 당장 그 일에 참여할 수는 없으나 정보를 얻고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좋은 학습지가 될 거랍니다.
내가 조직책임자가 되기 전에 또래 직급의 많은 과장, 차장들의 공통된 불평은 언제나 광나는 일은 누군가 다른 사람차지라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해서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고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리더를 해보니까 알겠더군요. 중요한 과제를 검증되지 않은 팀원에게 배당하는 그런 위험감수를 할 수 있는 리더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러니 한방에 뭔가 주어지지 않아요. 그러니 꾸준함으로 나의 실력을 보여줄 수밖에.
사회과학적 연구로 증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는 것입니다. 선배들이 나를 두고 너는 로또당첨 분명히 할 거다. 너처럼 운 좋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어요. 살아온 세월을 두고 뒤돌아 보면 나도 참 어렵게 살았는데 한 발짝 물러나서 본다면 아마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과면담을 일 년에 한 번은 꼭 할 거예요. 어떤 조직이든. 수시로 여러 번 하는 조직도 있겠으나 잘 없는 거 같아요.
면담 시 이미 리더는 평과결과를 들고 옵니다. 이 정도 주면 수긍을 하려나? 그러나 평가 결과를 확정하지 못 한 애매한 그룹의 팀원들도 있어요. 그래서 면담의 시간이 그 결과를 B에서 A로 혹은 C에서 B로 나를 구제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답니다. 1년의 시간을 성실히 살아왔다면 혹시라도 목표에 미달한 아쉬운 결과지를 들고 있더라도 아쉬웠던 부분, 더 할 수 있었으나 못했던 부분에 대한 성찰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은 계획들을 차근차근 소신껏 얘기해 봐요. 일반적으로 회사는 단기성과를 잘 낸 사원은 인센티브로 보상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사원은 좋은 평가점수로 관리를 할 거예요. 인센티브에 만족하지 말고 길게 보고 평가를 관리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어요.
1년 미만 사원은 일반적으로 평가를 하지 않고 기본점수를 주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평가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니까 2년 차 평가의 결과는 신입 1년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여러분의 평판에 근거한다는 것 기억하자고요.
오랜만에 글을 보니 너무 날이 서 있는 거 같아 오랜만에 다듬었어요. 그러나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뼈대가 잘 서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회사로 입사를 하고 90일간의 조직장악을 체험하고 그리고 나는 어떤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