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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안 Oct 29. 2019

누구나 그렇게 작가가 된다 5

혼자의 힘



오래전 일입니다. 어떤 작가 지망생이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는데요.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부터가 어쩐지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그런 메일을 보냈을까 싶어 꼼꼼하게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처음 몇 문장은 자기소개로 채워져 있었어요. 스물일곱의 여성이고,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해왔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만 해도 ‘뭐가 문제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곧 그녀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요지는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해서 독서 모임 활동을 시작했으나,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 붓다 보니 정작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죠. 그 정도로 심각한 고민이라면 독서 모임을 안 나가면 그만일 텐데....... 모르긴 해도 진짜 고민은 따로 있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활동을 그만두자니 지금껏 해왔던 게 아깝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색해질까 봐 걱정이에요.”


고민의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었던 겁니다. 음,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항상 ‘선택과 집중’을 강조합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선택했다면 나머지 할 일은 오로지 집중하는 것뿐이라는 거죠.


이것저것 다 잘하려고 하면 역으로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선택도 집중도 아닌 ‘관계’에 집착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좀 쓴 소리를 하자면, 주로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관계 속으로 숨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자기 확신이 없다 보니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자신의 아이디어가 쓸 만한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끊임없이 타인으로부터 확인하려고 드는 것입니다. 지망생 시절 합평을 많이들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처음에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도달한 상태에서의 합평은 더 이상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저 또한 합평을 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정말이지 한 작품을 두고도 수많은 의견이 오고 갑니다. 한 마디로 ‘개인의 취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거죠.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과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뉠 뿐.


짬뽕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 짬뽕이 맛이 없다는 의미가 될 순 없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견해차 때문에 결국 오해와 상처만 남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차라리 실력을 키우고 싶을 땐 교육원을 다니는 게 도움이 됩니다. 나보다 더 실력 있는 사람의 경험에서 배우는 작법은 제법 글쓰기에 적용할 만 하거든요. 이미 성공한 현역 작가의 경험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고요.





그럼에도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입니다. ‘릴레이 소설’을 제외하면 여러 사람이 한 문단씩 돌아가며 쓰는 일은 없어요. 오롯이 혼자서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는 지적 노동이 바로 글쓰기인 것입니다.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세상의 모든 위대한 창조물은 ‘혼자 있는 시간’에 탄생했습니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창작을 하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독립불구(獨立不懼)’의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는 뜻입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혼자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좋은 작품, 더 나은 작품이지 ‘친목 도모’가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나 자신과의 교제가 우선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영혼을 탐구하는 시간인 동시에 자신의 강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거든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야 길이 보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독을 즐기는 일이며, 그 고독을 즐거움이라 부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작가가 됩니다.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누군가 조언은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내가 선택한 길은 누구도 대신 가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돼요. 당신의 여정에 다른 이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세요. 다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오직 그대 혼자의 힘으로 끝까지 가시길.



글. 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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