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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안 Oct 28. 2019

누구나 그렇게 작가가 된다 4

쓰고, 버티는 작가라는 직업



일정 기간 동안 습작을 했는데도,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누구나 회의감이 들게 마련이죠.


그럴 때면 ‘이쯤에서 포기하는 게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자문하게 됩니다. 포기와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다시 펜을 들어보지만, 기약도 보장도 없는 이 짓을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기를 포기하세요. 작가가 되기를 선택한 당신이라면 말이에요.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요. 미안하지만, 프로 작가가 된 이후에도 계속 어두운 걸요. 그럼에도 ‘작가가 되려면’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작가로 산다는 건, 후진 기어가 고장 난 자동차를 몰고 가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위기에 봉착했을 때 브레이크는 밟을 수 있지만, 결코 돌아가지는 못하는 직진만 가능한 삶입니다.


이건 지망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작가가 되기만 하면 탄탄대로가 열려, 아우토반을 질주하듯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지만 그건 엄연한 망상이에요. 작가는 아이템으로 돈을 버는 사업가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일 뿐이니까요. 어쩌면 꿈을 이루는 과정 자체가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지망생일 때는 소설이든 시든 일단 써서 남들에게 칭찬 한 마디라도 들으면 그걸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잖아요. 운이 좋아 신춘문예든 문예지의 신인상이라도 받고 정식으로 등단하게 되면 그걸로 고생이 일단락될 것 같은 희망도 생깁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 등단이라는 건 말하자면 “넌 꽤 글재주가 있네. 앞으로도 열심히 한 번 써봐!”라고 기성 작가들이 건네는 격려 같은 거랄까요. 등단 후에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혹자는 등단을 ‘작가 자격증’ 쯤으로 생각하지만 등단은 그냥 ‘문단에 들어섰다’라는 의미가 전부입니다. 즉, 지망생과 작가의 길을 구분하는 국경을 막 통과한 셈이죠.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작가라는 배지를 가슴에 달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더듬더듬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일, 그것이 작가가 부여받은 의무이자 완수해야 하는 사명입니다.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소설들은 자신의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허리를 구부려 주워 모은 경험과 지혜의 산물이 아닐까요.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인다고 써지는 게 글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주위에서 소설을 쓴다고 하는 지망생들을 보면 주야장천 인터넷만 뒤지고 작법서만 파고 있습니다. 물론 자료 조사나 글쓰기 테크닉을 배우는 건 잘못된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만’ 하는 게 문제인 거죠.





글쓰기 초심자의 경우 기성 작가의 글쓰기 비법을 궁금해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의 글을 써야지 작법서만 붙들고 있다고 해서 글이 저절로 써지거나 실력이 갑자기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기성 작가들의 비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엔 무리도 있고요. 그들은 이미 글쓰기의 프로가 아니던가요. 초심자가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작법에만 매달리다 보면 자신의 글이 형편없게 여겨지므로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작가란 타고난 존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불상사가 종종 발생합니다.


포기의 유혹은 바로 그럴 때 찾아오지요.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글을 매끄럽게 쓰지 못하거나 실력이 부족한 건 당연할뿐더러,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쓰지도 않고 고민만 하는 자신일 것입니다.


기성 작가들도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수십, 수백 번의 포기 욕구를 느낍니다. 몇 번이고 엎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고, 다시 쓴 문장을 고쳐 쓰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죠. 작가라는 건 평생토록 단어를 기르는 직업입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들어갈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 몇 천권의 책을 읽고, 수만 장의 원고를 날려버립니다.


애초에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서, 편하게 누릴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니란 의미예요. 그러니 당신도 그냥 쓰세요. 마침표를 쉽게 찍지 마세요. 우리가 기억하는 작가들은 위대한 작문가로 태어난 존재들이 아니라, 끝까지 그 자리에서 버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되뇌면서요.


그냥 쓰지 말고 기왕이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쓰세요. 글에 자신의 삶이 온전히 녹아들게 되는 날이 오면,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반드시’ 올 테니까요.




글. 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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