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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안 Oct 26. 2019

누구나 그렇게 작가가 된다 2

작가를 가장 괴롭히는 것



작가를 가장 괴롭히는 건 무엇일까요? 아이디어의 고갈보다 더욱 강력한 스트레스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에서 비롯됩니다. 똑같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누구는 지면에 작품을 발표하고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합니다.


또 단행본이 잘 팔려 인세도 톡톡히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영화나 드라마화가 되어 단박에 유명세를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작가로서 제일 부러운 순간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 작가는 정말 운도 좋아”라며 시기와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써보려 해도, 곁눈질을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부러움과 질투 같은 감정들은 변형되고 왜곡되어 결국 자괴감이라는 부메랑으로 내게 돌아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까닭이죠.


비교를 멈추기 위해 ‘꽃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는 말을 떠올려보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이 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황폐해져만 갑니다. 자신의 처지가 잎사귀만 무성한 수풀 같아서 쓴웃음만 납니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당신은 어쩌면 무화과일지도 모르니까요. ‘꽃이 없는 과실’이란 뜻의 무화과는 사실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꽃 주머니 속에서 몰래 꽃을 피우는 과실입니다. 무화과나무는 겉으로는 잎사귀만 무성해 보일지라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저만의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데 우리가 먹는 무화과는 꽃 자체이자 열매인 것입니다.


또 무화과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예요. 그 말의 의미는 그만큼 오랫동안 생존을 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가 역시 끈질긴 생존을 넘어, 작품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사과를 먹을 때 사과 꽃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무화과를 먹을 때 역시 꽃이 겉으로 피지 않는 이유에 대해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작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언론을 타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작품이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증거는 되지 않습니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열매 즉, 작품일 뿐이죠.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쓰는 당신이라면 꽃을 피우는 일에만 몰두할지도 모릅니다만, 화려한 꽃일수록 금방 시들어 버립니다. 작가는 꽃보다는 나무가 되길 갈망해야 해요.


기왕이면 무화과나무처럼 쉽게 손을 뻗어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친근한 유실수가 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가난한 자와 나그네, 고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성자를 연상케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가의 모습도 그와 같습니다.


좋은 작품이란, 보편적인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며 공감의 능력은 전적으로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옵니다. 작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있어 기다림의 시간은 죽음과도 같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속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견뎌야만 하는 시간입니다.


겨울철의 나무는 가지가 말라 있고 잎사귀가 다 지고 없어서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 다시 가지가 연해지고 잎사귀를 내게 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로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지 마세요. 자신의 작품에만 집중하다 보면 남들이 보기엔 잎사귀만 무성한 수풀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 탐스러운 당신만의 꽃과 열매가 숨어 있을 테니까요. 무화과처럼 말이에요.




글. 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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