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구 여행기>를 읽고
사실 나는 ‘문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문구덕후도 아니고 문구에 관심도 없는 내가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단 하나. 작가의 용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디까지 좋아할 수 있나 실험해보는 자세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 운이 좋게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니 더 대다수가 아닐까? “좋아하는 건 취미로 남겨둘 때 더 아름다운법이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힘들다”라는 말은 모두들 들어봤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어버렸을 때의 피곤함과,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그 꿈을 포기해야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나아가다보면 그런 순간들이 온다. “너 이래도 이 일을 좋아할 수 있어?”라고 마치 하늘이 나를 시험하는 것 같은 순간들.
사람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도 전,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긴 하는 걸까?라며 내 마음 속에 의심이란 파도가 일렁일 때다.
이 책의 작가는 취업 준비에 몰두해야 할 시기에 불현듯 문구 여행을 떠난다. 이 책에서 내가 방점을 찍고 싶은 부분은 ‘문구’가 아니다. 좋아하는 대상을 내가 어디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실험하는 작가의 실험정신에 방점을 찍으며 읽었다. 책 제목에 문구를 생략한 ‘나의 (문구) 여행기’라고 생각했다. 떠나기 전 그녀는 가족과 애인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달한다.
“나의 여행이 취업을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 나다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과 하루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경험을 차곡차곡 잘 쌓아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담은, 일종의 각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각서 같은 그녀의 여행기를 읽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러기를 바라며.
* 반디앤루니스 서평단 펜벗 10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은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