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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톡톡 Jun 15. 2020

"아빠 50만원만." 중년의 자녀로 부터 걸려오는 전화

아이에게 처음으로 용돈을 주었다.


한때 은행 VIP 룸에서 일을 했었다. 한 할아버지 고객은 내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셨는데, 종종 40대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아 곧 하셨다. 통화가 끝나면, 50만 원이며 100만 원이며 용돈을 송금하셨다.

"며느리가 돈을 많이 써. 아들 시켜서 이렇게 돈 달라고 한다니깐."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추후 그 가족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용돈은 오롯이 아들의 유흥비로 쓰이고 있었으며, 가족들이 모르고 있던 대출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아들이 번듯한 직장이 없나?'란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은 국내 유명한 대학 박사 출신이며, 번듯한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다.


은행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내 아이의 경제관을 잘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물론,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막연히, 초등학교 입학쯤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몇 개월 전 6살 아이가 서랍을 뒤지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통장'을 발견하면서, 궁금해하길래 통장이 무엇인지, 어떻게 돈을 맡기고(입금), 찾는지(출금하는지) 등등에 대해 조금 알려주었다. 물론,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분명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자기 이름이 적힌 통장의 존재를 알고 나서부터는 은행을 지나갈 때마다 "여기에 돈을 맡기는 거예요?"라고 묻기도 하고, 친척에게 용돈을 받을 때면 자기 통장을 꺼내와 "여기에 넣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6살 첫째 아이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용돈 또한 내 맘속에 8세부터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2년이나 앞당겼다. 

계기는 이러했다.

며칠 전부터 차에 있던 동전을 한두 개씩 가져오며, 모으는 게 아닌가? 동전이 조금 많아지자, 저금통이 필요하다며 레고를 이용해 만들었다. 혼자 이리저리 구상을 하더니, 500원짜리와 100원짜리를 구분하여 넣을 수 있게끔 나름 그럴듯하게 조립해놔서 만들어놔서 놀라기도 했다... 


6살 첫째 아이가 만든 저금통. 100원짜리, 500원짜리 입구가 따로 있다.


매일매일 저금통을 들여다보며

"엄마! 이걸로 뭘 살 수 있어요?", "엄마, 100원짜리 5개면 500원이잖아요? 그럼 500원짜리 두 개면 얼마예요?"라고 묻기 시작했다. (물론, 질문 속에는 '멘토스를 몇 개나 살 수 있어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용돈을 주었다.

"OO야, 오늘부터 엄마 아빠가 용돈을 줄 거야. 그냥 주는 건 아니구, OO가 엄마 아빠 심부름을 하거나, 일을 도와주거나, 어깨를 주물러 주면 줄 거야. 알았지?"라는 말과 함께.


물론, 이 금액이 맞는 건지, 방식이 맞는 건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급작스럽게 결정했으니, 앞으로 아이랑 해가면서, 수정할 일이 생길 것 같다. 이제 관련된 책도 읽어 보려 한다. 단지, 돈을 번다는 게 어떤 건지. 어떻게 쓰이는 건지. 조금씩 알려주고 싶다. 아이가 커가면서 조금씩 주식도 알려줘야지!


재밌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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