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스240점,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외국인과 한달살기
Ko samui, Thiland
말그대로 텝스 240점. 찍어도 이거보단 잘나오겠지 속으로 생각했었다. 단 하나도 찍지 않았다면 믿겠는가!
PROLOG. 중학교 3학년, 어학 첫 시험으로 텝스240점을 맞았다.
친구들은 전부 400-500점이었기에 대충 그정도는 나오겠거니 싶었지만, 최악이었다. 학원 전체에서 꼴등, 거의 200명 정도 되던 학원이었으니, 그때부터인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커녕 머릿속에서 영어라는 과목을 지웠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남모를 외국인들과 한달 살기를 한다고?! 미친거다. 절대 내 의지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같이 살고싶어졌다.
내 생애 다신 오지 않을 경험이란 걸 너무나 잘 알기때문에.
Ep1. 만남
치앙마이를 지나 산골마을 빠이에 도착했다. 조금 구석진 곳에 넓은 대청마루와 해먹이 인상깊은 호스텔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사실 에어컨이 아닌 Fan룸이었음에도 일주일 정도 ‘반마이삭’ 호스텔에서 지낸 것은 해먹이 다했기때문이다.
빠이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서양인 한명이 저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온다. 너무나 덩치도 키도 큰 탓에 문 앞에 큰 꽃나무가 드리워 있었는데 그게 머리에 걸릴 정도였다.
그날 밤, 어느날과 같이 이곳저곳 쏘아다니다 지쳐 돌아오니 대청마루에 무슨 맥주병이 수두룩하게 있던 것이다. 그 옆엔 정말 거대한 자벌레같이 사람이 누워있었다. 만약 8척의 관우가 살아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게 마크와의 첫 만남이다.
그날 밤 태국의 ‘창맥주’로 이어진 인연이 오늘까지 오게된 거다. 소주를 맥주처럼 마시질 않나, ‘김정은 is my angel’ 이라는 헛소리까지 커다란 키만큼이나 가늠이 되지않는 친구였다.
마크를 만난 다음날 흐리멍텅한 눈을 가진 외국인 친구가 또 들어왔다. 거짓말이 아니라 이곳엔 대마같은 머쉬룸쉐이크가 있는데 매일마셔서 그렇게 됬다고 한다.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더니. 정말 여자만 보면 난리법석이다. 약과 여자라니 최악이었다. 그게 제스퍼에 대한 첫 인상
술앞엔 모두가 친구라 했던가, chang맥주 앞에선 우린 모두 하나가 되었다. 수능영어 듣기도 간신히 다 맞춘 내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냐고?
‘몰라 그냥 웃다보니까 그렇게 됐어’
대장노릇을 하지만 이해못한 나를 보며 차근차근 다시 이야기해주는 '마크'와 터무니없는 행동으로 웃음짓게 해주는 '제스퍼', 빠이가 우릴 담기엔 부족했는지 아님 급격히 심해진 코로나 덕분인지 코로나를 피해 섬으로 도망치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내맘대로 되지않던 세계여행, 태국에 갇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여행에 대한 회의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고민스러웠다.
항상 뭐든건 계획대로 되지않는다. 히말라야를 걸어내려와 인도에 가있어야할 지금, 난 제스퍼와 비행기를 타고 남쪽 섬 코사무이로 향하고 있다.
어차피 내맘대로 정할 수 없다면, 그냥 흘러가는대로 여행을 냅두기로, 그러기로 했다.
그렇게 203cm 장신의 마크, 멍청미 제스퍼, 갑자기 합류한 마크의 친구 4명이서 신혼부부가 간다는 '허니문 코사무이 한달살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