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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탕 Jan 17. 2021

밀가루 공장집 아들에게 시집을 가면

밀가루 공장 =빵순이의 천국


시댁은 가업으로 3대째 (이제 곧 4대째로 접어든다) 제분 공장을 10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공장이라는 특성상, 시댁은 바르셀로나의 위성도시 격인 소도시에 위치 해 있어 바르셀로나 중심으로 가려면 렌페 (우리나라로 치면 지상철)를 타고 30분을 가야 한다.



처음 시댁에서의 기억은 살찐 비둘기였다.

엄청나게 뚱뚱한 비둘기가 지천에 널려있었는데,

(첫 방문에 알 길이 없던 터라, 그냥 스페인 비둘기들은 다 뚱뚱한 줄 알았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아버님 제분 공장의 밀가루 때문에 이 마을 비둘기는 다 뚱뚱하다고 했다.

실제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니, 보통의 내가 아는 크기의 비둘기들이었다.



100 넘는 전통을 가진 공장이라서, 시설물들이 기본 100살은 기본이고 이상인 것들도 많다.

남편의 공장  부지에 위치해 있는데,이 집도 지은  100년이 넘어간다.

아버님에 의하면 카탈루냐 건축가로 유명한 가우디의 제자 중에 한 명이 지은 집이라고 한다.(그래서 그런지 조금이지만 가우디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독특한 녹색 타일과 전등이 살짝 가우디스럽다


바르셀로나로 가면 너무나도 좋은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집이다.


집이라기보다는 천장이 높아서 작은 성으로 착각할 만큼 큰데, 책을 좋아하시는 시아버님 덕에 그 높은 벽들이 전부 책으로 뒤덮여 있는 집이다.


동네 책벌레로 소문난 시아버지


처음에 시댁에 갔을 때 온갖 영문 소설 원작들로 장식된 책장들 덕분에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밀가루 공장이라는 특성상 공장에는 제빵사가 있고, 제빵사는 새롭게 빻은 밀가루를 가지고 빵을 만들어 밀가루의 질을 테스트한다.

한번 만들 때 몇십 개씩 만들어 테스트하기 때문에,

그때 만든 빵을 직원들 모두에게 나눠주고도 남아,

항상 시댁의 냉장고에는 얼린 빵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그런지 온 식구가 빵에 헤프다.

그래서 시댁에 가게 되면, 매번 아침 식사를 빵으로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도 빵과 곁들여 먹으니,

빵으로 시작해서 빵으로 끝나는 하루하루가 계속된다.

시부모님 냉동고의 80퍼센트 지분을 차지하는 빵들


책돌이 와 빵순이의 천국인 우리 시댁,

매년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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