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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10. 2023

올림포스, 그리고 화려한 요트 크루즈

-꺼지지 않는 불이 있는 산, 그리고 화려한 그리스 섬들.

시데에서 나와서 올림포스로 가는 길.


물이 너무 맑아 몸매를 숨길 수가 없다는 바다가 있다는 올림포스로 향하는 길. 밤에 도착했다. 밤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혼자 들어간다. 웅장한 깊은 산세에 혼자 타고가는 야간 버스. 큰 봉고차에 나와 아저씨 단 둘. 여기 어딘가에 세워 묻어놓아도 아무도 못 찾을 것 같은 무서운 산세라, 살짝 무서웠으나 다행히 무사히 도착하여 버스기사 아저씨는 나를 말없이 펜션촌에 얌전히 내려주고 돌아가신다.  괜히 혼자 20분동안 별별 상상을 다 했다...;;


그물 의자가 너무  멋진 펜션.  


까칠한 주인 아포는 내게 시니컬하게 말한다.

"지금 한국은 북한하고 남한하고 전쟁 위기 같던데, 넌 여행다니네?"


천안함 사건을 뉴스에서 본 모양이다.

 난 피식 웃으면서 "넌.. 투르크 족인가봐?" 라고 말하니 놀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누구한테 들었어?"


어.. 전 도시에서 만난 친구들이 말해줬어. 투르크 족은 터키인들과 아직도 전쟁중이다. 그래서 동부쪽이 위험한 거지.. 하루에 군인 10명씩 죽고 있다면서.  


바다를 보러 나가는 길. 길가에 유적들이 즐비한 이상한 풍경. 이렇게 깊은 산세에 바다가 면해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맑은 물.  


발 담그면 차가워서 발가락이 오그라들 정도.  



날이 흐린데도 사람들은 수영하러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친구를 업고 건너는 아름다운 풍경. 업힌 친구는 깔깔깔 웃으며 좋아라 한다.  



뛰어들고 싶긴 한데, 날이 좀 추웠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맑은 물에 들어가려면 강렬한 햇살이 필요한데..  



오늘은 수영보다 그물 침대일세. 룰루루 침대에 여유롭게 누워 흔들 흔들 진동을 느끼며 정말 좋아라 했다.  


몇천년동안 꺼지지 않고 불타올랐다는 산 위에 있는 '꺼지지 않는 불' 키메라.

구경하러 올라가니 정말 신기한 풍경이다. 산 꼭대기에 가스 냄새가 진동을 하면서 여기 저기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가 떠오르지 않아? 캘리포니아에서 온 청년에게 묻자, 동의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의 세상에서 불을 훔쳐다가 이 산에다가 묻어둔 거지. 사람들을 위해서. 그 댓가로 까마귀에게 간을 파먹이는 형벌을 받지만, 그래도 인간은 그 댓가로 따뜻함과 맛있는 음식을 얻은 거지.


프로메테우스는 왜 그렇게 사람을 사랑했을까?  



아무튼 여기서는 얼어죽을 걱정은 없겠네. ^^  


올림포스에서는 추워서 수영을 더이상 즐길 수가 없겠다. 페티예로 가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어졌다.  어디로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배를 타고 3박 4일 크루징을 하면서 여러 섬들을 둘러보고 페티예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지중해 바다 위에 3박 4일동안 떠 있는 거지. 마음에 들면 퐁당 퐁당 뛰어들어 수영도 하고. 선상에서 잠도 자 보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3박4일간의 버스값과 숙박비를 합친 정도다. 그래 ! 요트타고 간다. 페티예로.  


난생 처음 하는 긴 항해. 배타고 지중해를 표류하다.  



터키에서는 신나게 노는 거야.


마치 어린 아이로 돌아간 듯이 모든 경험이 신기하기만 하고, 즐겁기만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표정은 더 밝아지고, 마음의 때도 깨끗이 씻겨나간다.

너무 즐거워 웃음소리가 커지고, 눈은 점점 갈매기가 되어가며, 마음 속으로 그리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마음 속이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다. 어린 시절 유쾌발랄 말괄량이 개구장이 내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지중해를 가로질러 올림포스에서 페티예로 가는 길. 요트 크루징.


작아 보이는 배 안인데, 안에 들어가면 이렇게 넓은 거실이 있다.



내가 3일동안 잠잘 방. 깔끔하고 넓어서 깜짝놀랐다.  새하얀 시트 완전 좋아.


미국 콜로라도에서 온 캐리. 발랄하고 쾌활한 전형적인 미국 여성.


나는 한국에서 온 전형적이지 않은 한국 여성. 푸하하


이게 진정한 지중해 빛깔이다.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설레는 에메랄드 빛.


깊은 바다로 나갈 수록 물 색깔이 아름답고 짙은 코발트 색으로 변한다.



파랗고 맑디 맑은 지중해와 아름다운 섬들.



깊어져서 코발트 색으로 변한 물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두려운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



나 외에 모두 미국인. 보통 미국인과 한국인은 요트 크루징을 잘 하지 않는다는데, 웬일로 우리 배에는 비주류 손님들만 모였다.



선상에서의 점심 식사. 최고다. 음식도 최고, 배경도 최고.



밥 먹고 드러누워 또 일광욕하며 좋아라 한다. 이런 시간, 난생 처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파도를 느끼며 엎어져 있는 시간.





수영을 잘하는 캐리는 일단 맑은 물을 보자 물에 뛰어든다. 정말 자유롭게 다이빙.



캐리의 남편도 수준급의 다이빙 실력을 자랑하며 같이 뛰어든다. 멋진 부부인걸?



나도 뛰어들어 볼까? 그러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곳이면 어떻게 해...

잠시 망설이며 아름다운 물만 그저 바라봤다.



정말 아름다워서 눈이 부신 바다.

케코바 섬이 다가온다. 우리는 섬 위의 저 성벽위를 잠시 둘러보러 정박할 예정이다.


중간에 들른 아름다운 섬.

작은 보트를 타고 작은 섬으로 이동한다.



나는 무조건 올라가는 버릇이 있다. 탁 트인 시야를 찾아서.


가장 높은 지점에서 도시를 내려다 볼 때 가슴이 뻥 뚫리기 때문이지.



파일럿으로 일하시다 정년 퇴직 후, 느지막이 요트 크루징을 하며 노년을 보내고 계신 예쁜 부부.

나만한 아들 딸이 있으셔서 그런지, 혼자 여행하는 나를 특별히 걱정하셨다.


. "엄마 아빠가 애가 타시겠구나."


엄마 아빠한테 이메일 남기렴. 이라면서 노트북을 들고 메일 쓸 동안 기다려 주셨다.



맥주도 한 잔 사 주시고 ^^v



해변을 따라 주욱 펼쳐져 있는 전망 좋은 음식점 까페.



가는 동안 계속 펼쳐지는 그림 같은 섬들과 바다.



블루라군으로 유명한 왈류데니즈 해변. 정말 깨끗하고 예쁘다..

그냥 한동안 멍~ 하니 바라볼 수 밖에.



또다시 해변이 나오면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뛰어들까 말까? 친구들과 살짝 고민하다가.



파란 물에 뛰어들어 해변으로 헤엄쳐간다.



한참을 그렇게 현실의 시름과 동떨어져 신나게 놀다 보니, 내 인생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 같아.



새로운 막이 오르는 연극처럼.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격과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아마도.. 어린 시절 내 모습으로 되돌아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조금 내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날.


난.. 모범생으로, 커리어우먼으로 연기를 하며 살아왔을 뿐, 알고 보면 천방지축 개구쟁이다.

이제껏 무엇이 이 개구쟁이를 그리 마음껏 놀지 못하게 막았을까.

무엇 때문에 그리도 힘든 낙타처럼 등에 짊을 잔뜩 짊어지고 사막을 건너려고 애썼을까.



고대 요새로 쓰였다는 성벽. 이런 섬에도 요새가 필요했단 말이지...


터키의 주 적은 그리스라고 한다. 두 나라는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세계 역사를 보면 인접한 두 나라끼리 사이가 돈독한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터키와 그리스도 팽팽한 긴장의 역사가 계속되어 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두고 인접 국가끼리 사이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이 많아져 조직이 되고 나면, 서로 증오하는데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개개인은 선하되, 조직은 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언제나 나는 나만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 한참을 즐기는 습관이 있다. 어김없이 내가 찾아낸 아늑한 곳.

맑은 물을 보면서 첨벙첨벙 놀다가 일어나서 내 그림자를 보니, 왠지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아름다워 보이는 커플. 나도.. 저런 취미를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을 어서 만나고 싶다.. 라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내가 누군가에게 '맞는' 그런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항해하고 있나요?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요?



선장님과 함께 지도보며 현재 위치 파악중.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모두 즐거운 수다. 나 빼곤 전부 미국인이라 말들이 엄청 빠르다. 슬랭과 숙어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와서 잘 알아듣기도 힘들더라. 난 미국 영어를 배웠는데, 미국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100% 힘든 유일한 사람들이 미국인이다. 아이러닉하지..

노년을 우아하게 요트 크루징 하고 계신 노부부. 내가 혼자 여행하고 있다고 했더니, 엄마 아빠가 엄청 걱정하시겠네.. 라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신다.



반면 젊은 커플들. 나처럼 늘어져 있다가 수영하고, 햇빛에 말리다가 낮잠자고, 책보다가 일어나 수다떠는.

전세계 젊은이들은 똑같은가보다.



물이 예쁘다며 또 뛰어든 마이클과 캐리.

"TJ! 들어와~ 물 안차가워~ " 라며 계속 유혹한다. "수영하자. 물이 정말 상쾌해~"



그래서.. 나도 과감히 뛰어들었다.


점프! 세상 속으로! 바다 속으로!


난생 처음 해 본 ,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속에서의 수영. 일단 수영만 할 수 있다면, 겁만 먹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 발이 안 닿는다는 공포감에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곧 배 주변을 천천히 수영하며 지중해 물살을 즐겼다.


바다를 보면 뛰어들고, 몸으로 느끼는 그들과는 달리 나는 무언가에 이제껏 속박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조건, 위험해. 하면 안돼. 그건 안되는 거야. 라는 수많은 당위들로 나 자신을 스스로의 감옥에 가두어 놓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 날, 그 바다에 뛰어들며 알게 되었다.


#세계여행기

#유럽여행기

#퇴사여행기

#터키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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