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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Jan 04. 2024

달콤한 거짓말의 환상

- 딸 같은 며느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 두 여자의 한 남자. 

딸 같은 며느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 대부분의 대한민국 기혼 남자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시어머니나 며느리 등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단호하게 이야기하면, 


딸 같은 며느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본성적으로 환경적으로 그 어느 것으로 봐도, 이는 불가능하다. 절대. 

다만, 사이좋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있을 수는 있다. 이 경우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첫째, 서로의 애정결핍이 적절하게 맞아 들어진 경우이다. 

예를 들어, 며느리가 자라면서 '엄마'에 대한 결핍이 있을 경우, 다정하거나 시크하거나 소소하게 챙겨주거나 살갑게 대해주거나, 보살펴 주거나, 그러한 기대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결핍되어 있고 이를 운 좋게 시어머니가 채워주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아마도 대한민국 남편들에게는 최상이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에게도 최상의 관계일 것이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적으로 심리적으로 이는 진정한 건강한 관계는 아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감정을 기생하는 '아메바'처럼 미숙하게 뒤엉킨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의 기대나 바람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엄청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림출처 : 네이버 이미지 

  

둘째, '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길 꺼리지만, '돈'은 관계 유지를 원만하게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시댁에서 받을 것이 많은 며느리는 유독 시댁에 살갑게 대한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받을 게 많은 상태에서는 적어도 밑 보이지는 않아야 하는 것이 사람 심리다. 또한 자식에게 받을 것이 많은 시댁 또한 자식 눈치를 많이 본다. 며느리가 아들에 비해 잘났거나, 돈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거나, 아니면 용돈을 풍족하게 많이 주거나. 결론은, 돈의 흐름에 따라 권력 구조가 재편되어 높낮이가 설정되면 겉으로는 평온하게 서로 좋아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가족끼리 돈의 논리를 따른다고 하면 속물이라고 생각되어 모두가 쉬쉬하지만, 엄연한 현실이고 인간세계에서 당연한 힘의 논리의 결과다. 


그림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결국, 애정결핍과 돈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준다. 

그 외에는 두 사람이 사이가 좋기는 힘들다. 

진정한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게다가 며느리가 자신의 남편을 사랑할수록, 시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힘들다. 


조금 받아들이기 불편한가? 그래서 모두들 마음속 뒤편에 그 마음을 숨기고 다른 이유를 찾는다. 상대를 싫어할 수 있는 이유는 수백만 가지가 넘고, 좋아해야 할 이유는 사실 별로 없다. 


두 여자가 사이가 좋으려면, 친구관계와 똑같다. 그 둘 사이에 '아들'이란 존재를 빼고 단 둘이 친구처럼 만나야 한다. 그래서 그 두 여자 사이에 인간적인 접촉과 이해가 일어나야 사이가 좋을 수 있다. 즉, 인간적인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한국 사회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인간적으로 접촉하기란 쉽지 않다. 모두 그 둘 사이에 한 남자, 그것도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남편' '아들'을 두고 서로 묘한 접전을 벌인다. 


사실, 결혼을 하면 아들은 어머니를 떠나 자신의 아내와 둘의 생활을 지내야 하며, 어머니로부터는 독립하여 '예전에 나를 키워주셨던 한 여자' 로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보아야 한다. 그런 집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한 여자의 '남편' 임과 동시에, 다른 여자의 '아들'이 되려 한다. 


문제는 이 양다리다.
이 양다리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고부갈등의 원인이 된다. 



그러면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들 역할을 하지 말란 말이야? 그러면?' '인연을 끊으란 말이야?" 

아니다. 인연을 끊으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의 '남편' 역할은 단호히 그만해야 한다. 엄마를 보살피고 부름에 응하며, 간섭을 허용하고, 어른이 되지 않으려 하며 계속 '겉보기 아들, 실제는 남편'으로 남아 그녀의 이상형이자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되는 모든 행위들은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 


하지만 보통의 남자들은 자신이 엄마의 남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특히나 실제 '아버지'가 무뚝뚝하거나 실제로 부재하고 있는 집에서는 더욱더 심한 것이 현실이다. 


이 유서 깊고 사연 많은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제도에서 기인한다. 그 제도로부터 옛날부터 대물림되어 온 '남편의 부재' 상태가 시어머니-며느리 간의 고부갈등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남자들의 양다리로 인한 싸움이 아닌 치졸한 여자들의 싸움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고부갈등의 핵심은 남자의 양다리다. 


두 여자를 양 옆에 끼고, 둘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남자들의 심리, 거기에 두 여자의 갈등은 듣기 싫어하는 방관적인 태도가 문제를 심화시킨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사이가 좋으려면 역설적으로 그들이 '아들'을 제외해야 한다. 인간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친구처럼 서로 좋아하는 것을 대등하게 공유하고, 나누며, 성질도 낼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친구 관계가 되는 것이 두 여자가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사이이다. 즉, 베스트 프렌드 개념이다. 


딸 같은 며느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가 되려면 생각해 보자. 엄마에게 짜증 부리듯이 시어머니에게 짜증 부릴 수 있어야 하고, 딸에게 하듯이 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은 20-30년간 다른 곳에서 자라 나온 사람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가식이다. 


그야말로 너무도 달콤한 거짓말로 포장된,
한 남자의 완벽한 양다리를 보장하는 장치인 것이다. 


결혼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처음부터 이런 환상 같은 거짓말에 동의하거나 기대를 품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는 여자들을 옭아매는 족쇄에 불과한 '모성신화'에 버금가는 이데올로기적 거짓말이다. 여자들조차 발 벗고 나서서 속고 있는 환상이라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정신 차리고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이미지


#고부갈등

#딸같은며느리

#엄마같은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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