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항상 내게 숨 쉬는 통로와 같았다.
가장 힘들 때, 나는 일기를 썼다.
죽고 싶을 때, 또한 일기를 썼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느낄 때, 글을 썼다.
그 글을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내 안의 감정들을 바깥으로 뱉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나의 색깔을 짙게 유지하고 있는 나의 표현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나는 힘들 때도, 기쁠 때도, 화가 날 때도, 짜증이 날 때도, 글을 쓴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다. 누구에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도 없이
그저 그렇게 '나의 색깔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글을 쓴다.
20대에는 비밀스럽게 글을 썼다. 일기장에 쓰면 혹시나 기록으로 남아 누군가에게 발견이 될까 봐서, 네이버 블로그에 비밀폴더를 만들어 글을 썼다. 밤새도록 울면서 쓴 날도 있고, 기분 좋아서 엄마에게 조잘대듯 쓴 날도 있다.
30대에는 좀 더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썼다. 내가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불행하면 위로를 기대하며 글을 썼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또는 블로그 이웃들에게. 내 행복을 '자랑하거나' 또는 나의 불행에 대한 위로를 '구걸하거나'. 그런 숨은 의도를 가지고 나의 내면에 있는 것들을 힘차고 용감하게 뱉어냈다.
40대의 글은 조금 달랐다. 보다 진솔하지만, 나의 감정 소통 창구라기 보담은,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면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주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했듯이, 다른 이들도 나의 글을 읽고 , 아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 또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살 수 있구나라는 어떤 기운과 힘을 받길 원했다. 그래서, 작게나마 나와 비슷한 처지에 혹시라도 있을 사람들에게 '같이 힘내서 또 가보자'라는 좋은 기운을 전달하고 싶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이제 그것을 드러내거나 자랑하거나 격려받거나 위로받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 과정에 있을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공명'을 하는 것이 내게 중요해졌다. 그래서, 그 공명을 위해 글을 썼다. '나'를 최선을 다해 드러내고, 진솔하게 노출시켰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일들도 생겼는데, 내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스트셀러에 올라 '자기 내면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이들' 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는 좋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경력 단절녀로 남편들과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던 삶에 '독립 프로젝트'라는 신선한 도전을 부여함으로써 비슷한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삶을 20대로서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소박한 글들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나는 그 영향력이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소중하고 조심히 사용하려 최대한 노력했다. 자만하지 않도록, 자랑이 되지 않도록, 무엇보다 나를 위하는 것이라기보다 다른 이들을 위하는 것이 되도록 노력했다.
나는 진솔함이 성과를 거둘 때, 형용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나의 삶의 가감 없는 이야기들이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귀감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났다. 글 솜씨는 턱없이 부족하고, 나를 드러내는 일도 화려하지 않고 험블 하지만,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는 하나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모두모두가 그렇게 빠짐없이 쓰였다.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일에 말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지난날의 나의 힘든 과거들과 과오들에 감사할 뿐이다.
그것들이 나를 장식하는 무지개 색채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빛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모든 일이 지나고 나서였다. 나의 색깔을 담은 나의 언어가 다른 이들에게 무지개다리를 건너 닿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에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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