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내가 그동안 얼마나 ‘완벽’을 원했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벽지는 반듯하게 붙어야 하고,
페인트는 매끈해야 하고,
자재는 가장 좋은 것이어야 했다.
스케줄은 내 뜻대로 딱딱 맞춰 흘러가야 하고,
변수 따위는 없는, 그저 모든 게 ‘완벽’한 무언가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페인트는 아무리 정성껏 발라도 붓자국이 남았고,
타일 줄눈은 고르게 맞지 않았다.
가구를 들여놓고 보니 동선은 어색했고,
한 번 고정한 선반은 옮기기 전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나는 매일 작은 후회들을 안고 살았다.
“조금 더 알아봤으면 좋았을 걸.”
“그때 다른 걸 선택했어야 했는데.”
화장실 공사 인부들이 수도를 애매하게 삐뚤게 달아놓았을 때,
그게 너무 신경 쓰여 며칠을 잠 못 잤다.
크게 문제는 없고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내 눈에는 그 삐뚤어짐이 큰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매립 수도꼭지를 다시 고치려면 벽을 깨부숴야 했다.
“내가 어쩌자고 저런 모델을 골랐을까…”
거듭되는 후회로 나 자신을 괴롭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그 어설픔이 오히려 내 집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흠집이 난 벽, 살짝 기울어진 선반, 손때 묻은 문고리.
그 모든 불완전함이야말로, 나와 집을 이어주는 증거였다.
완벽은 환상에 가깝다.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전문가가 나서도,
언젠가는 다시 고쳐야 할 곳은 생기고,
불편은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내 맘에 꼭 드는 '완벽'이란 없다.
내가 직접 겪고 남긴 흠들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나는 집을 통해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삶도 나의 집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는 것을.
완벽을 꿈꾸다 보면 늘 후회 속에 갇히지만,
불완전함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나만의 공간, 나만의 삶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기울어진 선반,
조금 삐뚠 수도꼭지를 볼 때마다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건 내 선택의 흔적이고, 나의 삶을 닮은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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