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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장밥 Oct 10. 2023

인터넷으로 찾아봤습니다. 상견례 하는 법.

상견례

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한 달하고도 열흘 가량 지났을 무렵. 마침내 부모님들끼리도 만나시게 되었다. 상견례 말이다.


말 그대로 신랑측 부모님과 신부측 부모님이 서로(相) 보는(見) 자리(禮)다. 생판 남보다 어려운 게 사돈이라는데, 그렇게 어려운 사이가 될 사람들을 처음 보는 자리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나와 두둘이가 상대방의 부모님들을 뵙는 자리를 어려워했으니까, 그에 비추어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우리의 짐작보다도 더 어색하고 더 어려우셨을지 모른다. 나도 두둘이도 맏이인 탓에, 각자의 집에서 개혼(처음으로 맞이하는 자녀의 결혼)이었으니까 일찍이 겪어보지 못 했던 자리. 공포는 무지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처음 하게 된 상견례는 부모님들께 어려움을 넘어 무서움을 안겨드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견례를 하기 위해선 미리 정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장소

우선 장소. 어디서 만날 것인지는 가장 중요한 결정 사항이었다. 나와 두둘, 그리고 아빠가 함께 머리를 맞댄 끝에 서울에 소재한 호텔에 딸린 어느 중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졸업식 같은 기념일에 종종 갔던 곳으로 우리집에서 꽤 가까웠다. 이처럼 우리집과 가까운 곳에서 상견례를 한 것, 그리고 애초에 우리쪽에 장소 선택권이 있었던 건 모두 두둘이네 식구의 배려 덕이었다.


상견례에 참석할 사람은 총 열 명이었다. 쉽게 말해서 두 식구. 우리 쪽에서는 아빠, 엄마, 할머니, 동생, 두둘이네는 장인어른, 장모님, 처제, 처남이었다. (훗날 우리는 이 멤버 그대로 결혼 행사를 치르게 된다.)


아무래도 우리집에서는 할머니가 제일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내일 모레면 아흔이 되는 노인.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으시고, 이동시간이 길어지면 버거워하신다. 그런데 우리집은 서울, 두둘이네는 경기도. 막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할머니를 모시고 가기에는 충분히 의식되는 거리였다.


상견례 장소라는 건 나름대로 상징하는 바가 있을 터다. 어디서 볼지를 문제로 기싸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두둘이네 부모님께서는 흔쾌히 서울에서 보자고 해주셨다. 오히려, 할머님이 계신데 당연히 그쪽에서 봐야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셨다. 두둘이가 선한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다.


선물

장소 외에도 사전에 얘기해야 할 건 몇 가지 더 있었다. 자잘한 것들이기는 하나, 워낙에 어려운 자리인만큼 서로 뻘쭘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또는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말을 해두는 게 좋았다. 이를테면 선물. 상호 처음 보는 자리이기 때문에 뭐라도 들고 가는 게 예의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나와 두둘이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아무것도 받지 말자고 가족들에게 못 박았다. 선물을 고르는 것도 일이고, 아무거나 준비할 수는 없을 테니 비용도 솔찮게 들어갈거고, 선물을 주고 받은 이후에 들고 가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편하고, 죄다 번거로움 투성이었다. 그래서 선물은 없는 걸로 정했다.


드레스 코드

드레스 코드도 미리 얘기했다. 여자들이야 깔끔하게 입으면 그만이겠지만, 남자들은 양복을 입어야 하나, 넥타이를 해야 하나, 구두를 신어야 하나 헷갈릴 법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옷 역시 과하지 않기로 했다. 양복에 넥타이에 구두로 풀착장 하는 건 나 하나로 족했다. 부모님들은 무던하고 깔끔하게 입기로 했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부모님 네 분이 모두 미용실에 다녀오셨지만 말이다.


밥값 계산

인간 사는 사회에서 늘 그렇듯이 돈이 얽혀 있으면 언제나 민감하다. 그래서 애시당초 나와 두둘은 가족들 드시게 우리가 한 끼 사는 걸로 하자고 했었다. 부모님들이 비용 얘기를 안 하시게 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날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남자쪽에서 부담하는 걸로 됐다. 여자쪽에서 남자쪽 동네까지 먼 길을 오시는 만큼 남자쪽에서 대접하는 게 마땅하다는 우리 부모님의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서로 배려해주는 모양새. 명분도 좋았고, 그림도 좋았다.


시간대(feat.음주)

우리쪽과는 달리 두둘이네는 술을 거의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녁을 먹어야 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왕복 두 시간을 오가셔야 했기 때문에 늦은 시간은 피하는 게 맞았다. 그래서 우리는 점심 때 만나기로 했고, 술은 안 하기로 했다. (만약 양가에 모두 애주가가 있다면 특별한 술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견례는 대개 어느 정도 격식이 있는 곳에서 치뤄지니까 콜키지 정도만 지불하면 의미 있는 술잔을 부딪힐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충분한 사전 작업(?)이 있은 뒤, 상견례가 이루어졌다.



두둘 「오빠 우리 들어와서 앉아 있어요.」
두팔 「우리도 곧 도착해요. 손만 씻고 갈게요.」


예정된 상견례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두둘에게서 벌써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다행히 우리도 조금 넉넉히 출발했었기 때문에, 두둘이네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두둘 「그런데 나 좀 떨리네요.」
두팔 「네? 또요? 다 구면이잖아요.」
두둘 「그래도 떨리네요.」
두팔 「본 사람들인데 뭐!」


두둘이는 긴장된다며 연신 메시지를 보냈지만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두둘이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냐며 나를 채근했다.


두둘 「아무렇지 않아요? 속이 편하신가봐요.」


사실 나도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 속이 편했을리가.


솔직히 두둘이네 부모님을 뵙는 것에 대한 긴장은 많이 덜어진 건 맞다. 허나 이 자리에는 새로운 근심거리가 있었다. 바로 우리 부모님이다. 부모님의 언행을 내가 통제할 수 없으니,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냥 하는 걱정이 아니었다. 엄마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아빠는 굉장히 특이하신 분. 말도 생각도 행동도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 제발 무사히 끝나라. 종교도 없는데 간절히 빌었다.


손을 씻고 나오니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같이 들어가는 게 모양이 이쁘다. 아빠를 선두로 음식점에 줄지어 들어선다. 몇 시에 예약한 누구입니다 하니 따라오라며 룸을 안내해주는 직원. 복도 맨 끝 방으로 모두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도착 세 발자국 전, 두 발 전, 한 발 전. 드디어 우리 가족이 입장했다. 두 가족이 만났다.


장인어른 : 처음 뵙겠습니다. 두둘이 아빱니다.


앉아있던 두둘이네는 우르르 일어나 우리를 맞이했다. 장인어른은 손을 내밀며 아빠께 악수를 청하셨다.


아빠 : 예, 처음 뵙겠습니다. 두팔이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는 장인어른의 손을 가볍게 맞잡고 호응하셨다. 낮게 깐 대외용 목소리와 입꼬리를 말아올린 미소를 장착하신 상태였다. 아빠의 그러한 모습은 집에서는 도통 본 적이 없었던 데다가, 가족이 아닌 사람과 자리하는 것도 근 십 년 내에는 못 봤던 상황이라 아들인 내게 적이 낯설었다.


다만, 낯설기만 한 건 아니었다. 다소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내심 부모님의 돌발언행을 걱정하면서 왔었는데, 아빠의 사회인 모드를 보니 오늘 자리가 어쩌면 무난하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이미 내게 하소연했듯, 두둘이의 얼굴에는 긴장이 그득했다. 우리 부모님을 처음 뵙던 날의 모습과 똑같았다.


장모님 : 아유, 할머님. 너무 고우시다. 정정하시고. 정말 멋있으세요.
할머니 : 내 나이쯤 되면은 안 아픈 게 애들 도와주는 거여.
동생 : 오시는 길이 막히진 않았나요? 괜찮으셨어요?
처제 : 네, 거의 안 막혀서 편하게 왔어요.
엄마 : 오전이어서 아직 차가 안 막혔나보다. 다행이네요. 이따 갈 때도 안 막히면 좋을 텐데.


두둘이의 긴장이 무색하게, 나머지 가족들은 서로 한두마디씩 주고 받으며 얼굴을 텄다.


처남 : (...)


일부 과묵한 식구는 굳게 침묵을 지키기도 했지만 말이다.



상견례 장소. 10명을 예약했는데 9명 자리만 세팅되어 있어서 부랴부랴 1명분 세팅을 더 부탁드렸다

두둘이네는 이미 자리 배치를 하고 한 줄로 앉아 있었다. 문을 등진 자리. 우리에게 상석을 양보한 상태였다. 우리는 두둘이네의 배려를 감사히 받고 비워진 자리에 착석했다. 두둘과 나, 장인어른과 아빠, 장모님과 엄마가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고, 처제와 처남은 각각 우리 동생과 할머니를 건너편에 두고 자리했다.


아빠 : 일찍 오신 모양입니다. 저희가 너무 늦었죠.
장인어른 : 아닙니다. 원래 경기도 사는 사람들은 이 정도 거리 다니는 건 익숙해서 좀 여유있게 다니고 그럽니다. 오늘은 차가 안 막혀서 좀 일찍 도착했네요.
아빠 : 원래 대학교 때도 수업에 맨날 지각하는 애들 보면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놈들 아닙니까. 늘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늦더라고요.


가만 놔뒀으면 틀림 없이 물 마시는 소리만 꼴깍 꼴깍 들렸을 상황. 어색함을 피하기 위한 두 분의 노력이 눈에 보였다. 농담 섞인 말도 던져가며 분위기를 풀고자 애를 쓰셨다.


두팔 : (가까이 살건 멀리 살건 맨날 늦는 사람도 있죠. 저처럼요.)


평소였다면 나야말로 장난치랴 개그하랴 입을 바삐 놀렸을 테지만, 이 날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안 해도 될 말을 하면서 실수라도 할까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잘 한 거 같다.


아빠 : 두팔이를 통해서 얘기를 들으셨겠습니다만,


부릉 부릉. 아빠가 토크 시동을 거신다. 뭐지. 불안하다.


아빠 : 이렇게 멀리 저희 동네까지 와주셨으니, 오늘 자리는 당연히 저희가 대접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장인어른 : 아이고, 그건 어르신도 계시고 하니까 당연하죠.
아빠 : 예,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 오늘 이 좋은 자리를 대접해주고 싶다 하시네요.


아, 이 얘기구나. 다행이다. 애먼 얘기일까봐 긴장했다. 오늘 이 자리가 끝날 때까지 나는 아빠가 입을 여실 때마다 불안해 해야 할 운명이었다.


아빠 : 나중에 또 좋은 날을 잡아서 저희가 그쪽으로 가면 또 그 때 뵙는 걸로 하면 어떻습니까.
장인어른 : 아우, 예, 당연하죠. 그럼 다음에 저희쪽으로 오시면 그 때 저희가 대접하는 걸로.


다행히 젠틀한 대화가 오갔고,


장모님 : 어떻게, 다음 달이라도 날을 잡아야 하나요?


장모님의 농담에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주문한 메뉴들이 서빙되고 배에 음식이 채워지며 분위기는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어려운 자리인지라 양껏 먹을 수도 맛을 섬세하게 느낄 수도 없었겠지만, 어쨌든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진 건 분명하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연화됐는지도 모르겠다. 에어링 되는 올드빈 와인처럼 말이다.


장인어른 : 저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참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두둘이를 예쁘게 봐주시고 저희도 반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빠 : 저희도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개혼이시죠?
장인어른 : 예, 사돈댁도 개혼이시라고 들었는데.
아빠 : 예, 저희도 두팔이가 처음입니다.


상견례를 처음 하는 부모님들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나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공감대.


아빠 : 사실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찾아봤습니다. 인터넷에서 ‘상견례 하는 법’ 이렇게.


아빠의 깜짝 고백에 정말로 깜짝 놀랐다. 귀를 의심했다. 우리 아빠한테 저런 면이 있었나. 넓어만 보였던 아빠 어깨, 우람해만 보였던 아빠 등. 그런데 이 때의 아빠는 귀여워보였다. 귀여우셨다.


장인어른 : 사돈댁도 그러셨어요? 저희도 그랬습니다. 이 사람이랑 계속 찾아봤어요.


장인어른의 말에 이번엔 두둘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두둘이 역시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다.


아빠 : 아니, 뭐 하지 말라는 게 많더라고요. 자식 자랑을 하면 안 되고, 돈 얘기 하면 안 되고, 또 뭐랑 뭐랑 뭐랑. 아휴, 하여튼 한참을 공부했습니다.


우리 모르게, 우리 부모님들은 얼마나 신경이 쓰이셨을까. 얼마나 애가 타고, 얼마나 준비하셨을까. 괜히 코 끝이 찡했다.


엄마 : 그런데 우리 벌써 두팔이 자랑을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이번엔 우리 엄마의 농담. 역시 웃음이 일었다.



당연히 결혼식 없는 결혼에 대한 얘기도 도마에 올랐다.


장모님 : 얘기는 다 들으신 거죠? 따로 결혼식을 안 올리겠다고.
엄마 : 그러니까 말입니다.


장모님과 엄마는 부러 우리들 귀에 들리게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내뱉으신 것 같았다.


엄마 : 크고 휘황찬란하게 하는 건 저나 애 아버지나 안 바라거든요. 많이는 아니더라도 친척이나 친한 친구 몇 명 정도라도 불렀으면 하긴 했어요 솔직히.
장모님 : 저희 둘이 나중에 따로 얘기를 좀 하실까요?


이번엔 어머님들끼리 마음이 통했다. 이거 좋지 않은데. 분위기가 이상해지려는 찰나, 아버님들이 말씀하셨다.


장인어른 : 그런데 인제, 애들이 그렇게 결정한 게 정말 멋진 결정이니까. 두팔이가 자기의 소신이나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겠다는 게 정말 훌륭하더라고요. 두팔이를 만나기 전에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만나보니 아주 괜찮은 사람이어서 믿음이 갔습니다. 저희는 또 둘째 셋째가 있으니까 뿌린 건 그 때 거두면 되고요.
아빠 : 저희도 이렇게 얘기는 하지만, 저랑 안사람은 애들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습니다. 애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하기로요.


할머니의 말씀은 화룡점정이었다.


할머니 : 뭐 어떻게서든지 둘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랑하면 그만이여. 서로 애끼고 사랑하고 그래주면 그게 최고지. 다른 거 뭐 있어? 결혼식이고 뭐고 암치롱 않당께.
장모님 : 할머님 정말 멋쟁이시다. 우리 두둘이가 너무 좋은 집안에 며느리로 들어가는 거 같아요. 얘가 잘 해야 할 텐데.
할머니 : 할머니가 옛날에 태어났어도 요즘 할머니여!


각자의 이유로 서로가 긴장을 했었던 상견례는 이렇게 무사히 끝이 났다.



아빠 :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장인어른 : 오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음식점 엘리베이터 문을 사이에 두고, 두 가족은 인사를 했다. 두둘이는 두둘이네 가족을 배웅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나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우리 가족을 배웅했다.


두팔 : 고생하셨어요.
엄마 : 우리가 뭐. 고생은 두팔이 니가 했지.
동생 : 나도 수고했지.


가족들을 보내고, 두둘이와 다시 만나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큰 산을 하나 넘고 올라탄 기차는 왠지 평소보다 더 가볍고 날랜 것 같았다.


반면 내 안에는 무언가 무게가 더해졌다. 지금까지는 서로가 싫어져도 이별을 고하면 그만인 남자친구-여자친구였다면, 이제는 가족들끼리도 만나서 결혼을 얘기한 사이. 법적 구속력은 없을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묶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많이 온 느낌이랄까.


그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우리, 진짜 결혼하는구나.



BEHIND : 두둘의 이야기

두팔이가 한 말 중에 틀린 게 있네요. 내 표정이 두팔이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같았다고요? 아니에요. 그건 사실과 달라요. 저는 그 때보다도 상견례 때 더 긴장됐답니다. 진짜 엄청 긴장됐어요.

결혼이라는 게 당사자 둘만 좋아서 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집안끼리의 결합이라는 측면도 있잖아요. 그래서 양가 부모님들 속이 상할만한 이야기가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예비 시부모님을 만날 때는 나만 잘하면 됐었지만 상견례는 모든 가족이 다 잘 해야 하는 거잖아요. 제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긴장이 됐던 것 같아요.

저도 상견례에 대해 검색을 엄청 많이 하고 갔어요. 우리 아빠도 그러신 줄은 몰랐지만요. 그리고 부모님께 정치랑 종교 얘기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에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네요.

막상 상견례를 해보니, 분위기도 좋고 모든 게 다 괜찮았어요. 별 사건 사고도 없이 끝났고, 농담도 계속 나왔고요. 화기애애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위기였어요. 벌어지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면서 쓸 데 없이 너무 긴장을 했나 머쓱하기도 했어요.

상견례가 다 끝나고 가족을 배웅하는 길에 엄마가 안도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시어머니가 정말 좋으신 분 같다며 다행이라는 말씀을 계속 하셨어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저도 남아 있던 긴장이 전부 다 풀렸습니다. 사르르 녹는 느낌이기도 했고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에 마음의 짐이 사라져 훨훨 가벼운 느낌이었어요. 더 무거워졌다는 두팔이와는 다르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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