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
두팔 : 우리 근데 사진은 찍읍시다. 어때요.
결혼을 하면서 뭘 하고 뭘 안 할 건지 정하던 무렵. 드레스도 하지 말고 예물 예단도 하지 말고. 그런데 사진은 찍자고 얘기했었다.
두팔 : 여행을 가고, 여행 간 김에 사진을 찍는 거죠.
단지 웨딩촬영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스드메에서의 ‘스’가 아니었다. 여행을 가되, 그 여행지를 배경으로 그 순간을 남기자는 제안이었다.
두둘 : 좋아요. 나도 하고 싶었어요.
두둘이는 요만큼의 이견도 없이 덥썩 동의했다.
두둘 : 제주도 어때요? 거기 가고 싶어요. 여권지갑은 다음에 써야겠지만...
나아가 구체적으로 장소도 제안해줬다. 제주도. 외국이 아닌 국내라서 우리 부모님을 뵐 때 선물로 받은 여권지갑은 못 쓴다는 말과 함께.
두팔 : 좋죠. 우리 제주도 안 가봤잖아요. 가볍게 갔다옵시다.
괜찮은 곳이었다. 어차피 회사일이 한창 바쁘던 때라 연차를 내고 외국을 다녀오긴 부담스러웠다. 아마 두둘이도 그런 내 상황을 고려해서 제주도를 얘기해줬을 거다. 두둘이가 이렇게 착하다. 나는 두둘이에게 잘 해야 한다.
두팔 : 파파라치는 어떻게 구하면 되죠? 인스타에서 찾으면 되려나.
두둘 : 파파라치요?
이런 걸 해 본 적이 있어야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두둘이에게 물어봤다. 은근히 두둘이는 결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나 몰래 혼자 이것 저것 많이 찾아본 것 같다.
두팔 : 네! 우리 여행 간 김에 사진 찍기로 했잖아요?
두둘 : 아, 오빠는 파파라치처럼 찍는 걸 얘기한 거에요?
내가 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여행샷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여행을 하는 건데, 작가님이 따라다니면서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거다. 우리가 여행하는 일정 내내, 마치 스타들을 쫓아다니는 파파라치처럼.
두팔 : 그럼요?
두둘 : 나는 그냥 하루 딱 날을 정해서 촬영을 하려고 했죠. 웨딩촬영처럼요.
하지만 두둘이는 달리 생각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여행과 웨딩촬영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그림에서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두팔 : 음, 그러면 사진이 좀 부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카메라 앞에만 서면 나무토막처럼 우뚝 굳어버리시잖아요.
두둘 : 아니, 그 얘기가 왜 나와요 갑자기.
두팔 : 작가님이 우리가 여행하는 걸 따라다니면서 몰래 찍어주실 때 괜찮은 사진이 나오지 않겠냐는 거죠 내 말은.
두둘 : 그건 그렇겠지만 그러면 너무 어중간해질 거 같아요. 여행도 아니고 촬영도 아니고. 여행을 제대로 못 즐길 거 같아요.
두팔 : 음, 그런가?
두둘 : 응, 나는 좀 신경쓰일 거 같아요. 돈도 훨씬 많이 들걸요? 며칠을 내내 고용하는 건데.
우리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들었다. 각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두둘 : 그리고 우리가 결혼식을 안 해서 내가 웨딩드레스는 안 입지만, 드레스 같은 거 빌려서 사진 남겨두는 건 좋잖아요.
두팔 : 아하, 그러자요 그럼! 결혼식 안 하는 거 빼고는 전부 다 말 듣기로 했으니까, 결정해주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듣다보니 내 말보다는 두둘이의 말에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너무 대충 이상적인 그림만을 떠올렸었던 것 같다. 게다가 노웨딩이란 걸 얘기했을 때, 노웨딩 빼고 나머지는 죄다 두둘이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두둘의 제안대로 우리는 날을 특정해서 웨딩촬영을 하기로 했다. 의상, 헤어, 메이크업, 일정, 숙소, 촬영, 교통 등 모든 것을 전적으로 두둘이가 정하게 됐다. 권력과 책임을 모두 쥔 상태에서, 두둘이는 본인이 그렸던 웨딩촬영을 실현해나갔다.
참 특이한 모습의 결혼을 하는 우리였지만, 제주도에서의 웨딩촬영만큼은 평범 그 자체였다. 그리 특별할 건 없지만, 우리의 경험을 한번 나열해보겠다.
우리가 짠 제주도 여행은 총 3박 4일. 스냅촬영은 도착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사진은 일몰 때까지 찍기로 했었으니 참 길기도 길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날, 그러니까 제주도에 도착한 당일, 우리는 테일러샵에 갔다. 두둘이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예약을 해둔 곳으로 신랑의 촬영용 의복을 빌려주는 곳이다. 그 곳에서 옷을 직접 입어보고, 우리의 취향과 직원분의 추천을 잘 고려해서 총 세 벌의 옷을 골랐다. 발랄한 민트색, 차분한 네이비색, 중후한 브라운 더블자켓. 어울리는 타이 몇 개도 함께였다.
다음 날, 본격적인 촬영 레이스가 시작됐다. 기상시간은 오전 8시. 9시까지 메이크업숍에 가야했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메이크업숍에 들어서면 예약자 이름을 확인한 뒤 촬영용 화장이 시작된다. 이 때부터 우리는 ‘신랑님’ 또는 ‘신부님’으로 불렸다. 누군가가 손가락을 세워 손바닥을 간지럽히는 느낌. 오글거렸다.
우리가 찾아둔 메이크업숍은 드레스대여가 함께 이루어지는 형태. 1층에는 대여용 드레스들이 행거에 촤르륵 걸려있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메이크업을 위한 자리가 다시 촤르륵 늘어서 있다. 드레스는 족히 백 벌은 넘어보였고, 메이크업 의자도 십 여 개는 되어보였다.
메이크업숍은 공장 같았다. 분명 모든 공정을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주는 곳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식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통상 신부화장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신부가 먼저 메이크업을 받기 시작하고, 신랑들은 한참의 시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이름이 불리는데, 모두가 똑같이 흰 셔츠에 검은 슬랙스를 입고 다리를 꼰 채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스탬프로 찍어낸 듯 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보는 느낌이었다. (여하튼 신랑은 대기 시간이 기니까 무료함을 달랠 무언가를 가져가면 좋을 거다. 하다 못해 보조배터리라도 꼭!)
신부화장에서도 소품종 대량생산의 산업시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두꺼운 파데, 짙은 마스카라, 시뻘건 립, 군데군데 칠해진 펄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에 맞추어 저마다의 예쁨을 한껏 뽐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으련만, 마치 매뉴얼처럼 규격화된 화장법을 모든 신부들에게 대동소이 적용하는 것 같았다. 두둘이도 아쉬워했다. 화장 기술이 좀 있으면, 직접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았다고 말이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2층에서 다 마치면, 1층으로 내려가 드레스를 입는다. 일반적인 옷 쇼핑과는 다르게, 드레스는 시착해보는 것도 다 돈이다. 가령 ‘5벌’로 정해져있다면, 최대 5벌까지 입어보고 그 안에서 뭘 빌릴 건지 골라야 한다. 숍에 따라 현장에서 조금 유연하게 하는 경우는 있겠으나,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옷을 입을 때마다 어시스턴트가 옆에서 계속 도와줘야 하고, 그 사람들의 시간이 다 돈이니까 그렇다는 건 알겠지만, 무신경한 나로선 좀 맘에 들지 않는 대목이다.
헤어와 메이크업도 그랬지만, 드레스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면에서 볼 때는 미처 못 느꼈었는데, 실제로 본 드레스들은 퀄리티가 떨어져보였다. 모든 드레스숍들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간 곳은 확실히 그랬다. 그래서 나는 드레스를 입은 두둘이를 보며 박수를 치지 못 했다. 우리는 웨딩드레스를 안 하기 때문에 드레스 투어도 안 하는데, 드레스를 입은 두둘이를 보며 감탄해줄 수 있는 건 어쩌면 이 때가 유일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막 T는 아니지만, 옷이 별로였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걸.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최대한 나은 걸 찾을 뿐이었다.
우리는 총 세 벌의 드레스를 골랐다. 그나마도 현장에서 추가금을 더 부담한 결과였다. 모든 드레스 중에서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드레스 종류에 따라 추가금이 붙는 시스템이었다. ‘웨딩’자만 붙으면 모든 게 다 돈이라더니. 이걸 제주도에서야 처음 알았다.
사진 작가님들을 만난 건 드레스 셀렉까지 완료한 뒤였다. 제주도 웨딩촬영 관련 업체들은 마치 얼음의 분자 구조처럼 잘 얽혀있어서, 전 날 테일러샵에서 골랐던 양복들이 우리가 있는 메이크업샵으로 도착해있는 상태였다. 사진 작가님 두 분이 몰고 오신 봉고차 한 대에 양복과 드레스를 싣고, 메이크업숍 헬퍼 한 분이 함께 탑승했다. 웨딩촬영이라는 생태계 안에서 상부상조하는 악어와 악어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고차가 출발하고, 우리는 택시로 뒤쫓았다. (보통 제주도 여행은 렌트카로 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우리는 촬영에 따른 피곤함과 맛집에서의 음주를 생각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첫 번째 포토스팟은 숲길, 두 번째는 돌담길, 세 번째는 폐창고 앞, 이이서 들판, 메밀꽃밭, 바닷가까지 사진을 찍고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유료 포인트도 두어군데 추천해주셨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정중히 마다했다.
많은 곳들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의외로 시간이 금방 갔다. 우리는 사진 찍히는 데 서툰 사람들이어서 작가님들이 요청하시는 포즈를 구현하는 데에도 시간이 들었고, 자투리 시간도 은근히 많았다. 사전에 작가님이랑 정해두었던 대로 스팟마다 옷을 갈아입거나 신부의 화장을 수시로 고쳐야 했다. 그래서 마지막 포인트인 바닷가로 향할 때에는 시간이 오바될까 조마조마했다. 야외촬영이기 때문에 혹시나 일몰시간을 넘겨 깜깜해져버리면 사진을 못 찍게 되니까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작가님들은 열심히 해주셨다. 텐션을 올리려고 멘트를 쉬지 않으셨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웃게 하기 위해 꾸준히 수고하셨다. 작가님들은 사진 찍는 걸 어색해하는 커플 탓에 꽤나 애를 먹으셨을지도 모른다. 끝날 때가 다 됐을 때, 바닷가에서야 슬슬 표정이 풀리고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우리를 보며 안타까워도 하셨으니까. 진작 이렇게 해주셨더라면 좋은 사진들이 훨씬 많이 나왔을 거라며 말이다.
다만 사진 보정은 아쉬웠다. 우리도 심혈을 기울여 보정이 필요한 사진을 골라 보냈는데, 우리가 원했던 새치커버나 군살제거 같은 건 거의 없었고, 단순히 채도나 콘트라스트 정도만 손 보는 게 다였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우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보정을 다시 하곤 했다.
촬영을 다 마무리하고,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허름한 횟집이었다.
두팔 : 고생했어요 오늘. 하루종일 드레스 입느라 힘들었죠. 계속 추워했잖아요.
두둘 : 맞아요, 추웠어요. 내가 너무 추워서 오빠를 챙길 겨를이 없었네요. 미안해요.
다음에 또 촬영을 하게 된다면, 꼭 핫팩과 담요를 챙기자고 얘기하는 우리였다.
두팔 : 근데 생각보다 드레스가 너무 별로지 않았어요? 분명히 더 잘 어울리는 드레스가 있을 텐데, 여기 퀄리티가 너무 그랬어요. 사실 화장도 그랬고.
하루종일 하지 못한 말. 이제 촬영이 다 끝났으니 털어놓는다.
두둘 : 맞아요. 좀 그랬어요.
아니나 다를까. 두둘이도 같은 마음이었다.
두팔 : 왜 그럴까요. 원래 그런가? 드레스샵에서 빌려주는 드레스는 원래 다들 별로라고 하던가요?
두둘 : 아뇨, 그건 아니야. 서울에서 드레스투어 한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확실히 제주도가 전반적으로 좀 그렇댔어요.
진심으로 의아해하는 내게 두둘이 말했다.
두둘 : 아무래도 서울처럼 무한경쟁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오늘 옷이나 메이크업이 좀 별로이기는 했어도, 거기도 되게 인기있는 곳이거든요. 예약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두팔 : 헐 정말요?
두둘 : 네. 그나마 나는 운이 좋았던 거고, 정말 인기있는 곳은 일 년 전에 예약을 하기도 하고, 여섯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곳도 많대요. 이렇게 장사가 잘 되니까 지금보다 더 메이크업에 신경쓰거나 드레스 퀄리티를 높인다거나 할 필요가 없겠죠.
두팔 : 와, 그렇구나.
두둘 : 네, 그런 말도 있더라고요. 진짜 실력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어차피 다 청담이나 강남으로 간다고. 그러니까 제주도에서 사진 찍을 때는 다들 이정도는 감수하는 거죠 뭐.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고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과 품질이 정해진다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이 극히 제한된 특수한 상황. 우리가 겪은 일은 시장 실패의 전형인 듯 해서 자못 씁쓸했다.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소중한 순간을 볼모로 장난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품질을 별론으로 하면, 웨딩촬영이라는 것 자체는 참 좋았다. 평소에 사진을 잘 안 찍던 우리가 부모님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사진을 마련했다는 것도 그렇고, 하룻동안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하는 것도 나름 재미졌다. 마치 특별한 컨셉을 잡은 이색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랄까. 물론 그걸 위해 말도 안 될 만큼 큰 돈을 들여야 했지만 말이다.
제주도 여행도 재밌었다. 함께 예쁜 풍경을 구경하고, 맛집을 돌아다니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서로가 공유하는 추억을 쌓아나간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두팔 : 가성비는 최악이었지만 이런 여행은 괜찮은 거 같아요. 사진도 찍고. 그쵸.
두둘 : 맞아요.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우리 또 사진 찍으러 가요! 제주도든 어디든!
그래서 우리는 합의했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또 웨딩촬영 여행을 떠나자고 말이다. 그 때로부터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으니, 이제 슬슬 쿨타임이 다 돈 것 같다. 다음번 우리 촬영지를 알아봐야겠다.
BEHIND : 두둘의 이야기
사진 찍는 걸 무척이나 어색해하는 저에게 스튜디오 촬영은 정말 무리였어요. 하지만 결혼을 기념해서 두팔이랑 사진은 남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른 게 제주스냅이에요. 예비 신랑신부들한테 제주스냅이 유행이어서 인스타에서 사진들을 많이 봤는데요, 머리를 생화로 장식하는 게 너무 예뻐보여서 저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여행을 가서 사진 찍자는 두팔이한테 제주스냅을 얘기했죠.
두팔이는 전적으로 제 결정을 따랐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방임이자 회피였어요! 드레스에 헤어메이크업에 사진작가까지 하나 하나 다 알아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근데 두팔이는 계속 손 놓고 있었다구요! 여러 군데 전화를 돌리기도 하고 디엠을 보내기도 했는데 인기 많은 곳들은 이미 마감이라 안 된다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전부 한꺼번에 예약이 가능한 토탈샵으로 예약했어요. 제가 예약한 곳은 토탈샵 중에서는 제일 유명한 곳이었고, 어차피 한 번 하는 거 제일 비싼 패키지로 진행을 했죠. 드레스 세 벌, 생화 부케, 원본 사진 제공, 보정본 30장, 헤어랑 메이크업, 4곳 이상에서 촬영 등이 포함된 옵션이었어요. 예약은 여행을 떠나기 세 네 달 전에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어요. 예약을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촬영할 때 사진 작가, 헬퍼 등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잘 찍어달라며 간식을 준비해야 한대요. 종류별로 잘 준비해서 지퍼백에 깔끔하게 포장해서 줘야한대요. 또 헬퍼비는 촬영 후 현금으로 드려야 하는데, 그냥 흰 봉투가 아니라 예쁜 봉투에 넣어야 한다나요. 안 그래도 비싼 돈을 내고 찍는 건데, 이런 거까지 다 챙겨야한다는 후기들을 보고 약간 현타가 오기도 했어요. 악습같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결국 남들이 하는대로 다 준비했죠. 혹시라도 촬영장에서 밉보이면 사진도 잘 안 찍어주고 보정도 대충 해줄까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결혼 전으로 돌아가도 제주 스냅은 꼭 찍을 거에요. 사진을 찍는 그 순간만큼은 두팔이와 정말 재밌었거든요. 우리 같은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제주도의 숨겨진 스팟을 돌아다니는 기분도 들었고, 예쁜 풍경과 함께 찍힌 저희 모습이 덩달아 예뻐보여서 흐뭇해지기도 하고요.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정말 못 할 짓이지만, 신랑신부의 추억을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