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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C Jan 20. 2023

추우면 웅크리게 된다. 웅크리면 초라해진다.

파면, 해임당한 나는 왜 '멋진'교수인가?

우울증으로 난생처음 병원을 찾은 것은 행정소송이 있었던 2007년 11월이었다. 사표 사기를 당하고, 감정의 기복은 심각했고, 우울감도 느꼈다. 교원소청심사를 했을 때는 오히려 활력이 있었다.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원소청심사에서 지고 나서는 감정이 널뛰었다.

      

2007년 11월 9일에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재판을 처음 하는 나는 약간의 긴장 상태로 법원 앞 지하철 입구에서 내 변호사를 기다렸다. 이십 분쯤 기다렸을까.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 그가 보였다. 마른 사내였다. 롱코트를 입었다. 서류 가방을 옆에 끼고 있었다. 그의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남루했다.




      

시간이 다 되어서 상대편 변호사들이 왔다. 두 명이었다. 나는 미리 두 사람에 대하여 검색했었다. 유명 법무법인 소속이었다. 학교가 돈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둘 다 서울대 출신이었다. 한 사람은 나이가 많았고, 한 사람은 나이가 적었다. 나이가 적은 변호사는 내 변호사 또래였다. 나이 많은 변호사가 나이 적은 변호사를 훈련하려고 따라온 것 같았다.

     

나중에 조사해서 안 사실이지만, 나이 많은 변호사는 내 재판의 주심 판사와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내 재판의 주심 판사는 가수 싸이(PSY)를 다시 군대에 보낸 사람이었다.

      

그들이 대기실에 왔을 때, 내 변호사가 일어나서 나이 많은 변호사에게 크게 인사를 했다. 나는 놀랐다. 어떤 사이냐고 물었더니, 같이 사건을 수임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나는 불안했다.

     

그와 사건을 같이 진행했다면, 나이 많은 그가 내 변호사보다 실력이 월등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변호사가 상대 변호사를 몰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절차를 마치고 법원을 나왔다. 내 변호사를 아까 맞이했던 지하철 입구에서 배웅했다.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반포대교를 걸었다. 강바람이 무척 차가웠다. 추우면 웅크리게 된다. 웅크리면 초라해진다. 나는 그런 상태로 다시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 쪽으로 걸었다. 얼마를 걸었는지 모른다.

     



왜 그랬을까? 내 변호사가 상대 변호사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순간, 나는 졌다고 생각했다. 한 번 나를 사로잡은 생각은 집요하게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저녁이 되었다.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내 인생은 완전히 꼬인 것 같았다. 나 몰래 사표를 수리한 학교에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한없이 한심해 보였다. 그러나 사표를 쓴 것은, 나다. 내 변호사는 하필 상대 변호사의 수하에 있었다. 왜 그런 경력 없는 변호사를 선임했을까? 그러나 내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나다. 내가 결정했다.

     

새벽이었다. 나는 방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상체가 대략 삼십 센티미터 정도 갑자기 들렸다. 하체는 그대로 바닥에 있었다. 그런 상태로 위에서 뭔가가 가슴을 힘껏 누르는 것 같았다. 가슴이 갑자기 눌려서 반사적으로 몸이 위로 솟구친 것 같았다. 숨을 못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다. 깊은숨이 쉬어졌다. 내 몸뚱이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래전 ‘귀타귀(鬼打鬼)’라는 홍콩 영화에서 귀신이 벌떡 일어난 것과 같은 현상 같았다. 예수가 죽은 나사로를 나오라고 했을 때, 나사로가 무덤에서 이런 식으로 일어났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선배가 생각났다. 그는 교수임용에 실패하고 나서 사망하였다. 교수임용은 대게 3순위까지 총장 면접을 보는데, 이 선배의 경우는 2순위까지만 면접을 보게 했다. 이 선배가 3순위에 들어서 이 선배를 떨어트리려고 누군가 장난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정황은 충분했다. 이 선배는 누군가를 원망하며 화병으로 죽은 것이 분명했다.

      

날이 밝고 나는 정신병원을 찾았다. 몸이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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