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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C Jan 24. 2023

사람의 온기가  음침한 골짜기의 그늘을 대신했다.

파면, 해임당한 나는 왜 '멋진'교수인가?

2007년에 부당해고를 당하고 교원소청심사를 하는 동안은 희망으로 지냈다. 교원소청심사에서 지고 행정소송 1심 때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으로 살았다. 극심한 우울증도 이때 생겼다. 행정소송 1심에서 이기고 나서 대학이 항소했을 때는 아주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운영하던 법인은 특수교사들의 해외연수에 초점을 맞추었다. 몽골과 필리핀 등으로 현직 특수교사들이 봉사활동을 떠났다. 교사들은 방학 전에 미리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비용은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필리핀에서는 노후한 학교 시설을 보수하기도 했다. 빈민가에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필수로 운영하였다. 사실, 특수교사들이 시설을 보수한다고 해서 엄청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교육 프로그램에서 필리핀 저소득층 아동들과 함께 웃으며 활동을 한 그 순간순간이 훨씬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몽골에서는 우리나라 장애학생과 특수교사가 함께 캠프를 했다. 테를지(Terej) 국립공원에 있는 게르(ger)에서 이 주일 가량 특수교사와 장애 학생이 숙식하며 지냈다. 여름인데도 저녁은 추웠다. 게르 한가운데 난로를 피웠다. 밤에 혹시라도 장애 학생이 일어나서 난로 연통을 손으로 만질까 봐 노심초사했다. 운영 대장 K는 당번들과 함께 밤새 게르를 돌아다니면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였다. 다행히 사고는 한 번도 나지 않았다. 모두 헌신적인 특수교사들 덕분이었다.





한 번은 S고등학교 교무실에서 봉사점수와 관련하여 확인할 것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몽골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생이 봉사활동을 했다고 학교에 말한 것이다. 장애 학생이 다른 학생을 도왔다는 것을 교사는 믿지 않았다. 봉사를 거창하게만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학생이 저학년 장애 학생을 도왔기에 봉사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하였다. 선생은 몹시 언짢아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방학에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만으로는 법인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많지는 않았지만 특수교사들이 후원금을 내고 있었기에, 그 비용을 좀 더 바람직하게 사용하고 싶었다. 국외 행사는 주로 K 이사가 꼼꼼하게 기획부터 운영까지 챙겼기에 내 역할은 거의 없었다. 나는 국내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1박 2일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간 장애 학생들과 캠프를 했다.

      

청학동에서부터 강원도 화천의 군부대 앞 마을까지 여러 곳에서 캠프를 열었다. 현직 특수교사들이 참여하였다. 학생과 교사는 1대 1 혹은, 1대 2로 배치하였다. 한 번에 교사 7명 정도가 참여하였다.

     

이동은 대중교통 혹은 승합차 렌트와 자가용 등으로 하였다. 내 역할은 전체 프로그램 감독과 왕복 운전이었다. 부모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특수교사들끼리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란,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하고, 모범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양 선생이 주로 전체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정 선생이 진행을 맡았다. 이 선생은 활동한 것을 CD로 구워서 배포하였다. 김 선생이 모든 재무활동을 맡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준다. 나는 행정소송 1심에서 이긴 후에, 법인 활동을 통하여 살아있음을 느꼈다. 사람들,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로부터’ 그 기운을 받았다. 따스한 사람의 온기가 부당해고라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의 그늘을 대신한 것이다.


이기적인 교수 사회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행복했다. 항소심 결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은 먼지에 불과했다. 친구와, 제자 겸 후배 교사들과의 토론과 웃음에, 먼지는 툭툭 떨어져 나갔다. 복직하기 전까지 그렇게 나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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