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르른도로시 Feb 23. 2024

계란 토스트와 마음의 숙제


 

 우리 동네 요가원에는 족욕기가 있다. 요가 수련 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던 중 원장 선생님이 계란 물을 입힌 토스트 접시를 들고 오셨다. 웃으면서 내미신 토스트를 받아 들고 천천히 아껴가며 베어 물었다. 폭신하고 따뜻한 빵 조각이 입 안에서 우물우물 사라져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였다.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족욕 시간은 10분에서 15분. 약 13분 즈음이 되었을 때 발을 닦고 일어섰다. 요가원 문을 나서기 전에 포크를 선생님께 드렸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건물을 나서기가 무섭게 아차, 했다. 요가원에 설거지 공간이 있다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포크를 씻어서 드릴걸,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순간 마음 그릇에 담긴 물이 요동을 쳤다. ‘미움 받지는 않을까.’ 케케묵은 감정 패턴이 마음 안에서 지진을 일으킨 것이다. 지금 있는 곳이 만족스러울수록, 사람들이 좋다고 느낄수록 불안감은 조그마한 일에도 금세 올라온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내가 완벽할 수 없듯이 타인도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완벽을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평안하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마음은 끊임  없이 완벽을 바란다. 한 점 흔들림 없는 완벽한 평화, 완벽한 안정.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에 나는 조그마한 갈등의 조짐만 보여도 금세 도망친다. 친숙하고도 원망스러운 나의 감정의 패턴. 나의 핏줄이자 나의 적.      


 마음의 패턴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고 작동한다. 알아 차렸다 하더라도 상황 안에 있을 때는 다른 길을 걷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이다. 마치 머릿속에 회피 반응을 향한 고속도로가 뚫린 것 같다. 그나마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이 다행일까. 혹은 쉬이 바꿀 수 없는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괴로워질 뿐인 걸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성장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숙제를 덜 괴롭게 하려면 하루에 할 분량을 정해 쪼개서 조금씩 하면 된다. 나의 숙제도 매일 한 글자씩 하다보면 조금은 덜 괴로울까. 

작가의 이전글 9개월 만에 쓰는 새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