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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Sep 12. 2020

따뜻한 아이스 라떼를 어떻게 파니?

이 제목에는 한 가지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연일 경보가 울려댄 이후 까페를 일절 가지 않았다. 주말 저녁이면 종종 아이들과 함께 남편이 모는 차를 타고 집 근처 까페에 가던 일상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 될 줄 이야. 못 간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고싶어졌다.


"오늘 저녁 먹고 까페 잠시 다녀올까?"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식사 후 우리 네 가족은 각자의 마스크를 비장하게 끼고 집 근처 자주 찾는 까페를 향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 커피지만 굳이 까페를 찾아가서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결제할때면 단지 커피만 사는 것이 아니다. 그 커피 한 잔에 담긴 한가로운 시간도 함께 사는 것이기에 까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늘 설레임을 담고 있다.


차에서부터 무엇을 마실까 고민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드디어 주문대 앞. 특별한 것을 마셔볼까 하다가도 결국 자주 찾는 메뉴가 또 생각이 난다. 


"따뜻한 아이스 라떼 주세요!"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나도 같이 바라보았다. '마스크를 껴서 내 말이 잘 안들렸나?' 고개를 잠깐 갸웃하고는 "따뜻한 아이스 ㄹ..." 다시 한 번 메뉴를 말하려다 아차! 싶었다. 오랜만에 까페 나들이에 너무 설렜던 탓일까. 따뜻한 아이스 라떼라니! 그건 대체 어디가면 살 수 있단 말인가.



차 안에서 남편이 자신은 아이스 라떼를 마시겠다고 말했다. 난 에어컨을 끄며 따뜻한 게 생각난다고 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따뚯한 아이스 라떼' 였다. 내가 말을 멈추고 아...하고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자 직원분이 웃으셨다. 나도 웃었다.


"죄송해요. 뭐가 틀린 지도 모르고 있다가 말하면서 깨달았어요."

"괜찮아요. 다시 말씀해 주세요."


웃음기 있는 얼굴로 다시 주문하시라는 직원의 말에 나는 차분히 따뜻한 라떼와 아이스 라떼를 나란히 주문했다. 잠시 후 내 손에 들려있는 커피 두 잔에는 직원의 웃음이 지켜준 까페에서의 설레임이 가득 담겨있었다. 


언젠가 까페에서 주문을 잘못 했던 과거의 어느 날이 생각났다. 버젓이 메뉴에 있는 이름을 달리 말했던 것. 메뉴에 있는 이름이니 대충 비슷한 메뉴로 고쳐서 말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주문을 받던 직원은 그런 메뉴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었다. 그 때 그 직원의 표정과 말투는 한 동안 내 마음에 남아 영 기분나쁜 감정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메뉴명을 잘못 말한 것은 엄연한 내 실수이기에 다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다시 주문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까페에서의 그 커피는 설레이지도 맛있지도 않았다. 


오늘 만난 직원분도 분명 '따뜻한 아이스 라떼를 어떻게 파니?' 하는 반응으로 날 대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한들 나는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무안함을 안고 다시 주문하는 수밖에. 하지만 그 분이 웃어주셨기에 나는 오늘의 에피소드를 하나 더 쌓았고 커피 맛은 더욱 맛있었다. 


누군가 내게 먹어본 커피 중 어떤게 제일 맛있었냐 물으면 '따뜻한 아이스 라떼'라고 대답하고 싶다. 웃음과 배려가 담긴 여지껏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특별한 커피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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