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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Dec 07. 2023

살사의 도시 산티아고 데 칼리!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기 여행기


영덕이 형과 콜롬비아 세 번째 도시 산티아고 데 칼리로 향하게 되었다.

두 번째 장기 버스를 타게 되었고, 메데진에서 칼리까지는 대략 8시간 남짓 걸렸다.

오전에 출발한 버스는 해가 진 밤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버스 여행에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칼리 이후부터는 최소 10시간 이상의 거리를 버스로 이동해야 했기에

더 이상 버스여행에 로망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대체로 2층 버스를 많이 탔는데 콜롬비아에서는 우리나라 우등버스? 같은 걸 많이 탔다.


남미는 워낙 대륙이 크고 험준한 산들이 많기 때문에 유렵에 비해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다.

물론 비행기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매번 비행기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건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버스로 여행을 하게 된다.


남미여행을 버스로 하게 되면 루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콜롬비아로 시작하여 에콰도르 페루를 지나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로

이어지는 구간을 선택할 수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콜롬비아 에콰도르는 뛰어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는 브라질부터 시작하여 반대 방향으로 페루 혹은 콜롬비아까지 가는 루트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 중간중간 다른 길을 선택하겠지만 큰 줄기는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자주 마주치는 여행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가는 길이 비슷한 편이기 때문에 동행을 하게 되면 꽤 길게 함께하는 경우도 생긴다.

영덕이 형은 나의 남미여행의 첫 동행자였고, 동행하기에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영덕이 형은 스페인어를 잘하시진 못하지만 그래도 띄엄띄엄하실 수 있어서 나로서는 감사했다.

사실 보고타에서 만난 부부 여행자 분이 칼리에서 총을 든 강도를 만난 이야기를 해 주셔서

칼리를 오는 게 솔직히 조금 무섭긴 했다. 그래도 영덕이 형이 있어서 조금 안심했던 것 같다.


칼리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져 얼른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게 되었다.

칼리에서는 3박 4일을 머물 예정이었다. 도착한 날은 12월 23일로 곧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가장 기대했던 것은 과연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어디서 무엇을 할지가 궁금했다.

전 세계에서 이벤트가 펼쳐지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뉴이어를 어떻게 보낼지 기대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혹여나 속소가 없을까 봐 칼리를 오기 전 메데진에서 이미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조금 가격대가 있는 호스텔이었지만 시설이 좋았고, 서비스도 좋아서 3일 동안 정말 만족했었다.

무엇보다 2층 침대가 없어서 정말 좋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아직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영덕이 형과 짐을 풀고 있는데 한국인 남자 한 분이 체크인을 하러 들어왔다.

늦은 저녁 시간이라 근처 식당에서 셋은 가벼운 저녁을 먹고 피곤함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조식을 먹는데 여느 호스텔에서는 볼 수 없는 비주얼의 조식이었다.

일단 식빵이 없었다!! 스크램블 에그와 버터를 발라 구운 펜케이크 그리고 파인애플 및 커피까지

이렇게 조화로운 조식은 처음이라 비싼 호스텔 값을 한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이 정도면 남미 호스텔 중에서도 상급 조식이라 할 수 있다. 보통은 식빵에 씨리얼 우유에 바나나 정도이다.


24일이 되니 호스텔에는 점점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니 만석이 되었다.

이유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칼리에서 유명한 살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기 때문에

이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했다.


살사의 고장이라 불리는 산티아고 데 칼리라서 그런지 살사를 한 번 배워보고 싶었다.

그때! 호스텔 사장님이 무료로 호스텔에서 살사를 배울 수 있다고 하시면서

배우고 싶은 사람은 신청하라고 했다.

나와 영덕이형 그리고 전 날 만난 민혁이까지 셋이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살사 수업이 막 시작되려 하니 다른 호스텔에 머물던 여행객들도 수업을 받으러 왔다.

거기엔 한국인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친구들도 함께해 살사를 배우게 되었다.


"우노 도스 뜨레스~ 콰뜨로 싱꼬~!"

(살사 동영상이 있는데 집에가서 찾아보고 있으면 업로드 하겠음!)


박자에 맞춰 발을 한 발씩 옮기며 파트너와 함께 살사를 추었다.

생전 춰본 적 없는 춤이라 그런지 어색했지만 재미있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수업을 마무리할 때쯤 우릴 수업해 주셨던 선생님은 자신의 제자인지 아니면

그냥 여행객인지 모를 여자와 함께 진짜 살사가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남미 특유의 흥이 넘치는 노래를 틀고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드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살사... 진짜 멋진 춤이구나... 하며 넉을 놓고 구경했다.


살사 수업이 끝나고 각자 휴식을 취한 후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나와 영덕이형 민혁이 그리고 보고타에서 만났던 은혜누나와 하정누나까지 이렇게 다섯은

콜롬비아 칼리의 밤거리를 거닐었다.


점심 때 먹은 파스타 맛은 그닥...


예쁜 장신구와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거리였지만, 여기저기 무장 경찰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여기가 콜롬비아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팍 들어서 너무 정신을 놓지 않으려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생각보다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기 시작했다.


저녁을 미처 먹지 못했던 우린 호스텔로 돌아와 특식을 먹게 되는데....

바로 영덕이 형이 한국에서 공수해 온 '진짬뽕'을 먹게 되었다.


당시 난 진짬뽕을 한 번도 먹지 못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라면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 약간 이성을 잃을 뻔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핫하다던 진짬뽕을 콜롬비아 칼리에서 먹게 될 줄이야...


그 맛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렇게 칼리에서의 두 번째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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