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 좌충우돌 중남기 여행기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아침 조식을 먹은 후 같은 호스텔에 머물던 캐나다 친구 1명, 벨기에 아저씨 1명, 그리고 한국인 총 5명 이렇게 함께 살사 퍼레이드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2시경.. 날씨는 찌는듯하게 더웠고, 노랫소리로 거리는 시끄럽고 잡상인들로 분주했다.
우리처럼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나온 콜롬비아 청년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저녁이 되어야 본격적인 퍼레이드가 진행되기 때문에 우린 그동안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도저히 걸어 다닐 수 없어 카페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느새 우리 주변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미국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고, 브라질, 콜롬비아,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그리고 한국까지...
거의 전 세계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는 언어도 다양했다. 영어를 가장 많이 썼지만 스페인어가 통하는 아이들끼리는 스페인어를 썼고, 한국사람들끼리는 당연히 한국어를 사용했다. 완전 글로벌 그 자체였다.
여행을 하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 또한 장기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호주에서 1년 미국에서 1년씩 살았던 경험이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더욱 많은 나라 사람들을 만났었다. 특히 함께 일했던 식당에는 호주 사람보다 외국인이 많았다. 다들 나처럼 워킹홀리데이를 왔던 친구들이었다.
미국에 있으면서도 어학원을 다닐 때는 아시아인들도 많았지만 특히 중동 친구들이 많았다.
카타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심지어는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전 세계 사람을 만나며 들었던 생각은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도 달랐기에 조금 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인종, 문화, 언어들을 겪으면서 당연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생각과 가치관이 새롭게 바뀌는 경험도 하게 되고 다양한 경험들로 인해 나라는 사람이 다시금 새롭게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사람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들 떠나기 위해 익숙하고 편안한 집을 두고 무겁고 불편한 여행을 따는 것 같다.
주변이 어둑해질 때가 되어 우리는 퍼레이드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자리를 잡아 축제를 즐길 준비를 하였다.
길에는 간이 의자가 쭉 늘어져 있었는데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큰 소리로 음악이 흘러넘치고 그 음악에 따라 모두들 춤을 추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몸을 부대끼기도 하고, 옆에 있는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춘다. 그리고 각자 들고 온 술을 서로 나눠 마시며 축제의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어 간다.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그냥 스프레이인 것 같다. 그걸 사람들에게 마구 뿌리기 시작하는데~ 벨기에 아저씨와 영덕이 형이 가장 신났다. 둘은 가장 연장자인데 어린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제일 즐겁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ㅋㅋㅋ
콜롬비아 꼬맹이들이 계속 스프레이를 뿌리니 이제 안 되겠다 싶어 나도 그들을 향해 마구 뿌려댔다.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ㅎㅎ
어느새 주변에 사람들은 더 많아졌고, 이제는 주위가 제법 어두워졌다.
그 찰나 큰 소리의 노래가 울려 퍼지더니 형형색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춤을 추며 행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차부터 시작하여 자동차 트럭 말을 탄 사람 등 노래에 맞춰 지나간다.
브라질엔 카니발 축제가 있다던데 콜롬비아에는 살사 축제가 있구나!
축제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야 우린 숙소로 복귀할 수 있었다. 진심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영덕이 형은 이번엔 살사 클럽을 가자고 한다... 이 형 너무 잘 놀아 ㅠㅠ
난 도저히 힘들어서 못 가겠다고 했다. 영덕이 형과 벨기에 아저씨 그리고 다른 몇몇은 살사 클럽을 찾으러 갔고, 나와 민혁이는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에 오니 다른 여행객들이 아직 잠에 들지 않고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나와 민혁이도 그들과 함께 어울려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크리스마스를 만끽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덕이 형과 벨기에 아저씨도 숙소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라 연 곳이 없다나 뭐래나 ㅋㅋ
이렇게 광란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우린 새벽까지 이어진 토크로 날을 새다시피 하였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웠고 행복했던 크리스마스여서 만족했고, 함께 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지금도 생경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제 콜롬비아 여행은 끝이 났다. 약 3주 정도 했던 콜롬비아 여행인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았고, 또 너무나도 좋았던 나라 중 하나이다. 다시 남미를 간다면 콜롬비아는 다시 꼭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제 에콰도르까지 대장정의 길을 떠난다.
에콰도르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여전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