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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Dec 17. 2023

에콰도르 키토에서의 3박 4일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에콰도르 키토를 들린 이유는 에콰도르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그곳만의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콰도르 키토는 적도에 위치해 있는 도시였다. 적도란, 남극과 북극에서 같은 거리에 있으며 지구를 북반구 남반구로 나누는 가상의 선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지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콰도르 키도에 적도 박물관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 가면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하여 방문해 보기로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바로 출발해 본다! 길을 가던 중 한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함께 구경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여 있는 곳이 대통령궁 앞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나와 인사를 하고 있는 거라고 했다.


닐씨가 무척 좋았던 날


나중에 안 사실인데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은 국민들의 지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당시 대통령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지인들이 했던 말이라 신뢰할 수 있었다.


뭐 우리나라 대통령도 아닌데 인사는 다음에 받기로 하고 우린 목적지로 얼른 향했다. 적도박물관까지 가려면 버스를 2번 타야 했다. 길은 정갑이 형이 잘 알고 있어서 따라가면 됐다.


처음 타본 에콰도르 버스, 처음 보는 사람들, 우린 또다시 처음을 경험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 겪고 만나고 경험해 보는 일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 처음 써 보는 언어, 처음 만나는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그렇기에 여행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고 서툴고 자주 실수해서 모두가 동등한 입장이라 순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여행은 오랫동안 기억에 잊히지 않고 자리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여행기도 지금으로부터 무려 8년 전 이야기이지만 기역에 또렷이 남아 있다.




박물관을 찾아가는 건 나름 순조로웠다. 정갑이 형의 네비가 잘 작동했던 것이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적도 박물관을 만든 이들은 에콰도르 사람이 아닌 영국 사람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박물관은 바로 영국인들이 만든 곳인데 이곳은 정확한 적도의 위치가 아니었다. 진짜 적도 박물관은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진짜 에콰도르인들이 만든 적도 박물관은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영국인들이 만든 박물관은 입장료를 내야 했기에 가지 않고 진짜 적도 박물관을 찾아갔다. 바로 옆에 몇 걸음만 가면 있었기에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이곳이 영국인들이 만든 적도 박물관 입장료가 있어 들어가지 않았다.


적도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해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못 위에 달걀을 세우는 것을 해 봤는데 적도에선 쉽게 할 수 있다 했다. 그래서 모두 성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른 체험으로는 선을 따라 일자로 걷는 것이었다. 보통 술에 취한 사람이 자신이 안 취했다는 것을 증명해 보기 위해 일자로 걸어 보는 시늉을 할 때나 했지 평소에는 잘하지 않았다.


술에 취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다 잘 걸을 수 있지만 적도에서는 쉽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중력(?) 때문이라 했던 것 같다. 자세히는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돌아가면서 일자로 걸어 보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잘 안 됐던 것 같다. 막 휘청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ㅋㅋㅋㅋㅋ


용을 쓴다 아주


그렇게 우린 찌는 듯한 더위를 이겨내고 무사히 적도 박물관 체험을 끝 마치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담인데 돌아오는 길에 정갑이 형 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길을 약간 헤매기도 했다.


그때! 스페인어를 조금 구사할 줄 아는 하정이 누나가 출동하여 길을 물어 잘 찾아올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멘붕이었을 텐데 여럿이 함께하니 잘 헤쳐올 수 있었다.


저녁엔 정갑이 형이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갑이 형 덕분에 여행 내내 참 많은 신세를 졌던 것 같아 고마웠다.


에콰도르 4남매




다음 날 우리는 텔레페리코라는 곳을 다녀왔다. 텔레페리코는 케이블카라는 스페인어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고산지대를 올라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키토 시내를 다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곳이었다. 낮에는 엄청 더워서 반팔을 입고 돌아다녔는데 산 정상에는 추워서 윗옷을 입어야 했다.


고도가 상당히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숨 쉬는 게 어렵다고 처음 느낀 곳이었다. 사실 이후로 계속해서 숨 쉬기 어려운 곳만 찾아다니긴 했다. 특히 페루에선 산을 엄청 많이 타고 다녔다.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했고, 그다음은 걷는 코스였는데 말을 타고 갈 수도 있었다. 아마 산 끝까지 가려면 걸어서 5시간 정도는 가야 한다고 했는데 갔다가는 다시 못 돌아올 것 같았다. 조금만 걸어도 숨을 엄청 몰아 숴야했기에 적당히 걷다가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높아서 그런지 산 밑을 내려다보니 정말 키토 시내가 다 보였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 약간 마음이 처져있는 기분을 느꼈다. 원래가 감정 기복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편인데 그날은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울적하고, 심란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산을 타고 오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던 것 같다.


올라가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그렇게 키토에서 3박 4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여기서 하정이 누나와는 작별을 고해야 했다.


콜롬비아 칼리에서 만나 에콰도르를 넘어와 키토에서 4일을 함께했다. 총 일주일 정도 함께 동행했는데 누나는 갈라파고스를 간다 하여 혼자 떠나게 되었다. 나와 민혁이 그리고 정갑이 형은 바뇨스를 가기 전에 킬로토아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아마 마음이 울적했던 이유는 함께 지냈던 사람이 떠난다는 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적응이 될 만도 한데 항상 헤어짐은 아쉽고 적응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키토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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