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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Dec 24. 2023

액티비티의 천국 에콰도르 바뇨스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킬로토아에서 힘든 1박 2일을 보낸 후 우리는 액티비티의 천국인 바뇨스로 향하게 되었다. 킬로토아는 워낙 오지에 있다 보니 버스나 이런 교통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 주민의 차량을 얻어 타고 버스터미널이 있는 시내까지 나올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우리는 바뇨스까지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도시가 총 2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라타쿤카라는 곳으로 간 다음 거기서 다시 암바토를 가야 했고, 암바토에서 바뇨스로 가야 했다. 즉, 킬로토아 > 라타쿤타 > 암바토 > 바뇨스 순으로 이동해야 했다.


암바토 시장이다. 완전히 도떼기 시장이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환승을 자주 하게 된다. 그때 우린 최소한의 환승을 하고자 한다. 갈아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걸어야 하니 귀찮기 때문이다. 조금 오래가도 최소 환승을 찾는다. 그런 면에서 킬로토아에서 바뇨스까지 가는 길은 환승만 두 번 해야 하니 그야말로 귀찮고 힘든 여정이었다. 거기다가 킬로토아에서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한 상태라 피곤함은 평소의 몇 배나 되었다.


어떻게 라타쿤타에서 암바토까지는 나름 잘 찾아갔다. 그런데 암바토에서 문제가 생겼다. 터미널에 도착해 바뇨스로 가는 표를 사려고 하니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대화도 통하지 않고 또 답을 들어도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니 총체적 난국이었다. 심지어 체력까지 바닥이 난 우린 더 이상 표 구하는 일을 포기한 듯 의자에 널브러져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넉 넣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서서히 저녁때가 다 되어 가고 있었기에 얼른 표를 구해서 바뇨스로 가야만 했다. 어두워지면 숙소를 찾아가는 일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저녁 전에는 도착해야 했다.


일단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에콰도르는 콜롬비아보다 더 영어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일단 터미널을 나와서 밖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림 파는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우리의 사정을 설명하니 그가 말했다.


"암바토는 터미널이 2개예요. 여긴 바뇨스 가는 거 없어요. 다른 터미널로 가야 해요!"


어쩐지 없더라니... 그림 파는 청년 덕분에 우린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택시를 타고 다른 터미널로 향했고 어렵게 바뇨스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바뇨스에 도착하니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얼른 숙소로 가 씻고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


킬로토아에서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정확한 숙소 주소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터미널 근처 호스텔을 찾아서 잠시 와이파이만 빌려 쓰려고 했다. 그렇게 겨우 숙소 주소를 찾았는데 터미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 20분이나 걸려서 우리는 투털투털 거리면서 그곳까지 걸어갔다.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 순서대로 씻고 침대에 누웠다. 정말 살 것 같았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얼른 쉬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실 그날은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마을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어쩐지 오는 길에 이상한 분장을 하고 작은 인형을 파는 잡상인이 정말 많았다. 심지어 남자가 여장을 하고 팔고 있어서 보기가 조금 민망했다.


저기 서서 차가 서면 막 앵벌이를 하더라…


에콰도르는 매년 연말이 되면 작은 인형을 사서 새해가 될 때 인형을 불에 태운다고 했다. 그 인형에는 올 한 해 동안 지은 죄를 말끔히 씻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그 나라 풍습인가? 그랬던 것 같았다. 연말이니 응당 축제를 즐겨야 했지만 나와 민혁이는 그것보다 휴식을 선택했다. 진짜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정갑이형은 축제가 궁금해 혼자 마을에 나갔다고 왔다고 다음 날 아침 말해 주었다.




다음 날 아침 1월 1일 새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딱히 없었다.


바뇨스를 오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세상 끝의 그네"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가기로 했다. 바뇨스에서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가면 있는 곳이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타고 온 버스 ㅎㅎ


입장료가 1불인가 내야 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그냥 들어가서 입장료도 내지 않았다.(1불 세이브) 은근히 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경치 하나는 정말 죽여줬다. 그리고 날씨도 정말 좋았다.


세상의 끝 그네에는 사람들이 한 번씩 타보기 위해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타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사이 좋게 그네 밀어주는 나와 민혁쓰


막상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좀 무서웠다. 그네 바로 밑이 절벽이라 잘못하면 거기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한 듯 그네에는 안전벨트가 있었는데 그다지 안전해 보이진 않았다. 셋이서 누가 먼저 타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누가 먼저 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여기서 인생 사진 하나 건짐!!!


정갑이 형이 카메라로 타는 모습을 잘 찍어줬다. 형의 카메라가 좋은 편이라 화질이 좋아 꽤 만족하는 사진이다. 그렇게 우린 세상의 끝 그네를 타고 근처에서 사진을 많이 찍으며 놀았다. 그날은 그렇게 하루 일정을 여유롭게 가져갔다.


사진 많이 찍었다 ㅋㅋ


돌아오는 길에 다음 날 리프팅을 하기 위해 미리 예약을 해 두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국인 몇 분을 만났다. 연배가 조금 있는 분들이었는데 그날 오후에 페러글라이딩을 하러 가신다고 했다. 안 그래도 해 보고 싶었던 난 덜컥 그들과 함께 가기로 하였다.


이렇게 갑자기 예정에 없던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게 여행의 묘미이지 않나 생각한다. 정갑이형과 민혁이는 이미 한 번 해 본 경험이 있었던 터라 가지 않았고, 나 혼자 가기로 하였다. 페러글라이딩을 한 번 하는데 얼마가 드는지는 정확히 몰랐으나 50불이면 굉장히 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형님, 누님(?)들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한 참을 이동했다. 그리고 오후 4시경 페러글라이딩을 하는 곳에 도착하였다. 경치가 굉장히 좋았고, 근방에 화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아직 죽지 않은 활화산이랬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며 겁줬던 게 생각난다. (하나도 겁 안 났음) 사실 진짜 겁났던 것은 바로 페러글라이딩이었다.


난 놀이기구도 잘 못 타는 사람이다. 특히 바이킹을 정말 싫어한다. 그 장기와 내가 분리(?) 되는 느낌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페러글라이딩을 타니 그 느낌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어서 죽을 뻔했다.ㅠㅠㅠ


페러글라이딩 기다리는 중..


그래도 어떻게든 영상은 찍어 보려고 한 손에 고프로를 들고 찍었다. 반대편 손으로 줄을 얼마나 쌔게 잡고 있었으면 내리고 나니 손이 저렸다. 바람이 엄청 불어서 못 탈 줄 알았는데 그래도 버킷리스트 하나 완성하여 나름 기분 좋았다.


신나 보이지만 잔뜩 쫀 표정임…




페러글라이딩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잠시 동행했던 형님 누님들이 나에게 아주 귀하고 귀한 것을 선물해 주셨다. 바로 라면수프와 참치 통조림 그리고 3분 카레 및 짜장이었다! 그간 여행하며 한식을 못 먹은 지가 벌써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나에겐 정말이지 꿀 같은 만찬이었다.


라면 스프와 통조림 3분 카레와 짜장 ㅠㅠ


너무 감사해서 연신 인사를 드리며 기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혼자 숙소로 돌아가려니 길이 잘 기억나지 않네...? 내가 숙소에서 여길 어떻게 왔더라? 갑이 형과 민혁이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아참, 나 핸드폰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난 무사히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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