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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Dec 28. 2023

에콰도르 바뇨스, 스페인어를 배우다!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분명히 이 길이 맞는 것 같은데... 자꾸 같은 길만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핸드폰이 없으니 지도를 볼 수도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어떻게든 찾아가야 했다.


그렇게 어딘지 모르는 길을 걷다 골목길 옆을 지나가는데 뭔가 움직임이 느껴졌다. 뭐지 하고 봤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개 세 마리가 나를 향해 튀어나왔다. 순간 겁나 놀란 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나를 쫓아오는지 영문도 모른 채 일단 살아야 해서 미친 듯이 뛰었다. 하지만 개는 나보다 빨랐고, 어느새 발 밑에 까지 쫓아오고야 말았다.


너무 겁이 났던 난 속으로 이 자식들 그냥 맞서 싸워야 하나? 하지만 1:3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한 놈을 발로 차고 옆에서 튀어오는 놈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시나리오까지는 예상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놈은 무방비였다. 팔 하나 혹은 다리 하나는 내어줘야만 했다는 개뿔... 튀는 게 상책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던 찰나 앞에서 걸어오던 에콰도르 청년 세 명이 나를 발견했다. 그들은 나를 도와주기 위해 개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개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진짜 죽을 뻔했다. 이런 개 같은...


혼이 쏙 빠진 난 그 청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함과 동시에 숙소의 위치를 물었고, 그들은 친절히 숙소가 있는 곳을 알려줬다. 그렇게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 난 민혁이와 갑이 형에게 오다가 개한테 쫓긴 썰을 리얼하게 풀어냈다. 진짜 죽을 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네 다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정갑이 형 민혁이
래프팅 두 번째 하던 날 물살이 굉장히 쌔서 더 재미있었다.


바뇨스에 있으면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로는 일단 페러글라이딩을 했고, 두 번째는 리프팅을 했다. 리프팅을 총 두 번 했는데 이유는 첫 번째 했을 때 너~무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서 신청했는데 너무 별로여서 조금 비싼 곳을 다시 신청했다.


확실히 비싸서 그런지 두 번째 리프팅은 너무 재미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한 배를 타고 물살을 타며 계곡을 휘젓고 다녔다. 그렇게 에콰도르 바뇨스에서 3박 4일간 머물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겼고,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민혁이는 바뇨스에 남아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곤 나보고 같이 배우지 않겠냐며 이미 과외 선생님까지 다 알아봤다고 했다. 언제 알아본 거지?


학원 가는 길에 찍은 거리 풍경


사실 지금까지 약 두 달 가까이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대화가 통하지 않아 불편을 겪은 일이 자주 있었다. 특히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 적어도 내가 뭘 먹는지는 알고 먹고 싶었다. 그래서 난 민혁이와 바뇨스에 남아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결정하였다.


정갑이 형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는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우리와 잠시 떨어지기로 했다. 이렇듯 혼자 여행을 와서 동행을 만나면 비교적 자유롭게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할 수 있다. 정갑이 형은 이후 페루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숙소에서 키운 강아지와 고양이 




스페인어 수업은 현지에서 영어 유치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이 진행해 주셨다. 남편이 캐나다 사람이고, 두 분은 캐나다에서 만나 결혼하고 현재는 에콰도르 바뇨스에서 영어 유치원을 운영하고 계셨다. 유치원이 방학기간이라 스페인어 과외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민혁이는 연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은 약 일주일 정도 진행되었고, 가격은 미화로 약 120불 정도 했던 것 같다. 장소는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에 있는 유치원이었다. 그 사이 우리는 2인실로 된 숙소로 옮기게 되었다.


선생님의 이름은 나탈리아였다. 영어를 기본적으로 잘하시기 때문에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영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데 영어로 스페인어를 배우다니 ㅋㅋㅋ 정말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배우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어 자체가 워낙 어렵다 보니 문법이나 이런 걸 배우기보다는 단어 위주로 그리고 여행 시 필요한 문장 위주로 배우게 되었다.


저렇게 둘이 앉아서 유치원생들이 할만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오후 12시에 끝났다. 하루 3시간씩 7일을 배웠다. 대충 아침 8시쯤 일어나 조식을 먹고 간단히 세면을 한 다음 8시 40분쯤 숙소에서 출발한다. 학원에 도착하면 거의 9시쯤 된다.


여행 중에 루틴 한 일상이 생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루틴 한 일상은 보통 여행지에서 하기 어렵다. 짧게 머물다 보니 반복적인 것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여행자에게는 여행 중 이렇게 루틴 한 일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갔던 카페를 또 가고 봤던 사람을 또 보는 일상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장기여행의 묘미이지 않나 생각한다. 여행이 일상이 되는 것 말이다.


학원 수업 마치고 매일 가서 먹던 시장 음식 4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맛도 나름 괜찮았다.
이건 기니피그라고 꾸이인데.. 페루 전통음식이다... 난 먹지 않았다. 먹기 좀...


하루 3시간 수업이 끝나면 나탈리아 선생님은 매일 다음날까지 해야 할 숙제를 내어 주신다. 그래서 우린 숙소에서 매일 숙제 삼매경에 빠졌다. 솔직히 그때는 숙제를 정말 하기 싫었다. 나보다 민혁이가 더 열심히 했고, 더 잘했다. 여행까지 와서 숙제를 하다니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수업 자체는 재미있었다.


수업 방식은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그림 카드를 보고 그 단어를 쓰고 말하는 방식도 했고, 가장 기본적인 단어 및 여행 중에 많이 쓰는 문장들을 선생님께서 몇 가지 뽑아 주셔서 외우기도 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끔은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에콰도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떤지 나탈리아 선생님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나라인 에콰도르,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주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우린 마침내 마지막 수업을 마치게 되었다. 수업이 끝난 후 나와 민혁이 그리고 나탈리아는 함께 사진을 찍고 작별을 고했다.


친절했던 나탈리아 사진이 진짜 오래되어 보인다.




에콰도르 하면 난 바뇨스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어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먹었던 음식들 모두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나와 민혁이는 정든 바뇨스와 에콰도르를 떠나 중남미 네 번째 나라 페루로 떠나게 되었다.


이제 다음 이야기부터는 마추픽추가 있는 페루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아디오스 바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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