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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Dec 31. 2023

중남미 네 번째 나라 페루!

150일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바뇨스에서 열흘동안 지내며 꽤 정들었던 것 같다. 작은 도시였지만 주변이 산으로 막혀 있고, 자연이 주는 포근함과 안락함을 떠나 다시금 새로운 나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 심히 피로감을 더 했던 것 같다. 여행을 시작한 지 이제 2개월을 조금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아직 제대로 된 남미를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예쁘다던 우유니 소금 사막도 잉카문명인 마추픽추도 아직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더 힘을 내야 했다! 이제 고작 콜롬비아, 에콰도르 두 나라만 여행했을 뿐이었다. 나에겐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여행해야 될 나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민혁이와 떠날 채비를 하고 숙소를 나와 터미널로 향했다. 우리가 이번에 갈 곳은 페루 완차코라는 소도시였다. 그곳까지 가려면 일단 국경을 건너야 해서 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중간에 한 번 쉬기로 하여 쿠엔카라는 도시까지 8시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1박을 하고 이동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 판단했다.




사실 거리만 놓고 보면 바뇨스에서 완차코까지는 하루 만에 갈 수 없는 거리였다. 거리가 무려 1,099km이기 때문이다. 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19시간이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하루 안에 갈 수 없었다. 거기다가 국경까지 건너야 하니 진짜 1초도 안 쉬고 달리면 뭐 24시간 안에 도착은 할 수 있겠다만 거기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없었다.


쿠엔카라는 작은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고, 미리 숙소까지 정해뒀다. 그리고 남미를 와서 처음으로 고산병을 느끼게 되었다. 바뇨스에서 쿠엔카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고산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올라가더니 거의 정상에 도달했을 때는 정말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구토 증상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속이 메스꺼웠고, 팔이 조금씩 저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나는 여기서 이렇게 쓰러지만 안 된다는 생각에 오지 않는 잠을 애써 자려고 엄청 노력했다. 노력이 가상했는지 아니면 그냥 지쳐 쓰러졌는지 모르지만 잠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약 7~8시간 정도 달려 쿠엔카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도착하고 나니 오후 3~4시쯤 되었다. 숙소가 터미널에서 가까워 빠른 체크인을 한 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도시가 깔끔하고 너무 예뻤다. 에콰도르에 이런 도시가 있다니? 하면서 민혁이와 난 생각보다 좋은데? 하는 말을 연신 뱉으며 쏘 다녔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더 묵으며 찬찬히 도시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열흘 전에 우리와 떨어진 정갑이 형이 완차코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린 빨리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다음 날 오후쯤에 버스표를 예약하고, 한적한 도시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보냈다. 크게 할 건 별로 없는 도시라서 하루 정도 머물다 가는 게 딱 좋았던 쿠엔카! 그렇게 저녁쯤 버스를 타고 떠나게 되었다.


쿠엔카에서 완차코까지 가기 위해서는 꽤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일단 국경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페루 치클라요라는 도시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치클라요에서 환승을 하여 트루히요라는 도시까지 간 다음 거기서 다시 완차코까지 가야 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콜롬비아에서 에콰도르를 건너올 때도 만만치 않았는데 에콰도르에서 페루로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쿠엔카에서 페루 치클라요까지는 약 11시간 정도 걸렸다. 오후 늦게 출발하게 된 버스는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나와 민혁이는 해가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보통 남미 버스는 2층 버스가 많은데 이때도 2층 버스를 탔던 걸로 기억한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누군가 나를 막 흔드는 게 아닌가? 놀라서 깨고 보니 버스가 멈춰 있었다. 그리고 불이 켜졌다. 무슨 사고가 난 건가? 의아해하던 나를 보고 기사님처럼 보이는 분이 passport!!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들을 깨우고 다니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국경을 건너기 위해 출국 및 입국 수속 때문에 정차한 것이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여권을 들고 버스 밖을 나갔다. 나가니 줄이 쭉 서 있었다. 반쯤 잠에 든 상태로 차례를 기다렸다. 웃긴 건 출국심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입국심사대가 있었다. 그렇게 출국과 입국을 한 큐에 끝내버리고 다시 버스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 이렇게 허술하고 심플한 출입국 심사는 난생처음 본다.




아침 8~9시쯤 페루 치클라요에 도착했다. 배가 너무 고팠던 우린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얼른 투르히요로 가는 버스를 예매했다. 치클라요에서 투르히요까지는 약 4시간가량 걸렸다. 아직까지 페루에 왔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사실 남미 국가들이 크게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거의 다 비슷한 건물과 사람 생김새 그리고 언어도 똑같다 보니 거기가 거기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꽤 지친 상태로 드디어 투르히요까지 도착했다. 이제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정갑이형에게 소식을 전해야 했다. 근처 매장에서 얻어 쓴 와이파이로 형에게 전화를 건다. 형은 택시를 타고 오면 한 20분이면 올 수 있다고 했다. 너무 지쳐서 또 버스 탈 힘이 없었던 터라 갑이 형의 말을 듣고 택시를 타고 완차코까지 가게 되었다.



사실 치클라요도 그렇고 투르히요도 꽤 큰 도시에 속했던 걸로 기억한다. 치클라요는 환승만 해서 잘 몰랐지만 그래도 투르히요는 완차코에 머물면서 시내 구경도 조금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완차코는 해변 도시이다.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곳이었다. 페루인들의 휴양지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완차코에 도착하니 비린내가 확 풍기며 해변 도시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길에는 잡화품이 즐비했다. 확실히 관광지라는 느낌도 들었다.


정갑이 형을 만나 형이 지내는 속소로 가게 되었다. 우린 그곳에서 3박 4일을 머물게 된다.



드디어 마추픽추가 있는 페루까지 넘어오게 되었다!! 멕시코를 지나 콜롬비아를 거쳐 에콰도르를 떠나 페루까지 오게 되었다. 중남마 네 번째 나라인 페루는 나의 남미여행 중 두 번째로 오래 머문 나라이다. 그만큼 이야기도 많고, 사건 사고도 많았던 나라였기에 더욱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럼, 페루에서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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