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남미를 여행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바로 국경을 건너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육로로 국경을 한 번도 건너 본 적이 없었던 난(유럽여행의 부재) 콜롬비아에서 에콰도르를 두 발로 건너는 경험이 꽤나 짜릿했고,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도 에콰도르에서 페루를 페루에서 볼리비아를 볼리비아에서 칠레를 칠레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모두 육지로 국경을 건너는 경험을 하였다. 대부분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서 여권 검사를 하거나 아니면 버스 안에서 여권 검사를 하는 등 절차는 굉장히 간소했고, 부실했다. 그런 점도 신기했다.
드디어 3주간 여행한 콜롬비아를 떠나 다음 나라인 에콰도르로 향하게 되었다. 꽤 긴 시간의 거리를 이동해야 했지만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올라타게 되었다.
약 일주일 동안 함께 동행했던 영덕이 형과는 이만 동행을 끝내게 되었다. 형은 콜롬비아를 더 여행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에콰도르로 함께 가지 못했다. 헤어짐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있는 법!! 이번 동행자는 무려 3명이나 늘었다.
칼리에서 같은 방을 쓰며 3일간 함께 지냈던 민혁이 그리고 함께 페스티벌을 즐긴 하정이 누나 마지막 한 명은 하정이 누나 친구인 정갑이형까지 이렇게 넷은 콜롬비아 산티아고 데 칼리를 시작으로 이피알레스를 지나 에콰도르 툴간을 거쳐 수도인 키토까지 가는 대장정을 함께했다.
무려 총 3개의 도시를 거치고 국경을 건너서 간 거리는 무려 718km나 되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15시간이지만 중간에 국경도 건너고 버스를 갈아타는 과정까지 합치면 거의 20시간 이상이었다. 워낙 길이 꼬불꼬불하고 산지에 있다 보니 가는 길이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린 마치 소풍 가는 아이마냥 들떠서는 이야기 꽃을 피우며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버스에 4명이 나란히 이어서 앉았다. 하정이 누나와 내가 같이 앉았고, 정갑이형 그리고 민혁이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야간 버스이기도 하고, 먼 거리를 가야 해서 충분히 자야 하지만 오랜만에 새로운 동행자를 만나서 그런지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정이 누나는 나의 대학 선배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보다 2살 많은 누나였기에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것이었다. 세상 참 좁다는 말을 여기서도 하게 되었다. 그 좁은 학교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사이였는데 여기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라는 나라에서 만나게 되다니 인연은 어디서든 만나게 되나 보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콜롬비아 칼리에서 국경 도시인 이피알레스까지 가려면 포파얀과 파스토라는 대도시를 거쳐야 했다. 그렇게 꼬박 10시간 이상 버스로 달렸고, 우린 국경 도시인 이피알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피알레스에는 꽤 유명한 관광지가 한 곳 있었다. 그곳은 절벽 위의 성당이라 불리는 곳으로 '라스 라 하스'라는 곳이었다. 우린 버스에서 내려 짐을 챙긴 후 라스 라 하스로 가는 방법을 검색한다. 일단 무거운 짐에서부터 해방해야 했기에 터미널에 있는 짐 보관소에 맡긴다. 그리고 4명이서 택시를 불러 라스 라 하스까지 이동하였다.
택시에서 내려 성이 있는 곳까지 걸어서 내려갔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성은 진짜 절벽 위에 지어져 있었다. 관광지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하는 잡상인들과 관광을 즐기러 온 여러 여행자들이 어우러졌다. 우리도 관광객답게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그렇게 짧은 관광을 마친 우린 다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하였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짐을 찾고 드디어 콜롬비아를 떠나 에콰도르로 건너가게 된다. 어떻게? 걸! 어! 서!
걸어서 국경을 건너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곳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걸어서 국경을 건너고 있다! 심지어 나도! 우리도!
콜롬비아에서 에콰도르 국경을 건너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밖에 되지 않았다.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며 즐겁게 이동했다. 또한 출국 심사와 입국 심사가 굉장히 간편하여 나름 쉽게 국경을 건널 수 있었다. 한 발 사이에 두 나라의 경계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이쪽으로 가면 콜롬비아 저쪽으로 가면 에콰도르 이렇게 두 발을 왔다 갔다 하며 장난쳤던 기억도 난다.
보통 다른 나라를 이동하게 되면 공항에서 첫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신기하게 남미에서는 공항을 가 본 나라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밖에 없다. 나머지는 공항을 가 본 적이 없어서 이 점도 특이하고 신선했다.
그렇게 우린 국경을 건너고 나시 택시를 타고 툴칸이라는 도시에 도착하게 된다. 사람이 4명이니 택시를 타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 이 점이 참 좋았다. 혼자였다면 꽤 부담이 됐을 텐데 말이다.
툴칸에 도착한 우린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무슨 닭죽 같은 것을 먹었는데 나름 먹을만했던 것 같다. 끼니를 때우고 난 후 도착지인 키토를 가기 위해 다시 툴칸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이동시간은 약 5시간 정도 걸렸다. 이때부터 우리의 체력은 바닥으로 치닿기 시작했다. 이미 하루를 버스에서 보냈고, 몇 개의 도시를 거쳤고, 심지어 국경까지 건넜으니 체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칼리를 떠난 지 벌써 24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키토에 도착한 우린 숙소를 다시 찾아가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 온 곳에서 원하는 장소를 찾아가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것도 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힘들다.
처음 키토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콜롬비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도 많고 활기찼던 콜롬비아와는 달리 에콰도르는 뭔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날도 어두워졌고, 분위기도 조용한 느낌이었다. 너무 힘들기도 해서 얼른 숙소에서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미리 숙소를 예약해 뒀지만 터미널에서 은근히 거리가 있었기에 찾는데 애를 먹었다. 또다시 택시를 타고(하루에 몇 번이나 타는 건지...) 숙소가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찾기가 힘들었다. 이리저리 헤매기 시작했다. 칼리에서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설렘 가득했었는데 어느새 우린 설렘 따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빨리 씻고 밥 먹고 자고 싶었다.
현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겨우 숙소를 찾게 되었다. 하룻밤 7,000원짜리 숙소 치고는 썩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짐을 풀고 채 씻기도 전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야밤의 키토를 쏘다녔다.
에콰도르 키토의 첫 느낌이 을씨년스러웠던 이유는 우리가 묵는 숙소의 위치가 구시가지라 그랬다. 신시가지로 나가니 그래도 사람이 많아 북적였다. 또 택시를 타고 근처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 도착해 식사를 마쳤다. 그렇게 기나긴 국경 이동이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약 2주 정도 에콰도르에 무르게 된다. 남미 여행 중에서 가장 짧게 있었던 나라였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아 생각이 많이 나는 나라 중 하나이다. 페루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보다 덜 유명해서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지만 그래도 남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에콰도르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