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2주 동안 지냈던 보고타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그 동안 너무 친하게 지냈던 호스텔 지기 John과 마르셀로 창훈이와 헤어질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아쉬웠다.
매일 아침 John은 조식을 정성스럽게 차려준다.
하나나 1쪽, 빵 1개, 삶은 계란 1개 그리고 직접 내려주는 콜롬비아 커피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1층으로 내려 오면 커피 내음이 풍겨온다.
John은 나를 보곤 무언가를 주문한다. 아침인사를 스페인어로 하지 않으면 아침을 주지 않았다.
"부에노스 디아스"
"좋은 아침이야!"
그렇게 2주 동안 매일 정성이 가득한 조식을 이제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John이 바쁠 때면 그의 조카인 다니엘라가 대신 호스텔을 볼 때가 있었다. 그래서 다니엘라와도 꽤 친하게 지냈는데 이제 헤어지니 이 또한 너무 아쉬웠다.
유독 보고타에 정을 붙였던 이유는 John의 친절함과
매일 함께했던 마르셀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 많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특히나 카드를 해결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남미에서의 첫 버스 여행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보고타를 떠나 이번엔 미녀의 도시라 불리우는 '메데진'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동행을 해 본적 없던 나였는데 처음으로 동행이 생겼다.
영덕이 형은 나보다 약 8살이나 많은 형이었다. 사이타에서 3일 정도 함께 보내며 지냈는데 나와 행선지가 같아 같이 이동하게 되었다. 형은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많이 해 보신 베테랑이라 뭔가 든든했다.
영덕이 형의 특징은 맥주를 굉장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식당에 도착하면 주문을 하기 전에 맥주부터 주문한다. 그리고 거의 혼자 원샷을 때리고 주문을 할 때 맥주도 한 잔 더 달라고 외친다.
"우노 마스 쌔르베사 포르파뽀르"
"맥주 한 잔 더 주세요!"
저 말을 함께 여행하면서 너무 많이 들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셀로가 라이딩을 해 주었다. 그의 친구 안지도 함께 말이다.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 봐준 셀로... 이후에 꼭 한국을 온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부디 잘 지냈으면 좋겠다 :-)
보고타에서 메데진까지는 버스로 약 8시간 정도 걸렸다. 오전에 출발한 버스는 해가 다 지고 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첫 버스 여행이라 은근히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비포장도로가 너무 많아서 오는 내내 엄청 흔들려 꽤 힘들었다. 8시간 버스도 처음 타 보니 너무 오래 걸렸고, 일단 허리가 정말 아팠던 기억이 난다.
겨우 도착했고, 이제 숙소를 찾아야 했다.
너무 피곤해서 둘이서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숙소는 나름 괜찮았다. 크기도 넓고 시설도 좋아서 꽤 만족했던 것 같다. 메데진에서는 2박 3일을 머물 예정이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해 형과 난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메데진은 또 보고타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뭔가 더 활기찬 느낌이었다.
일단 어디가 어딘지 모르니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밥을 먹으려 했다. 그런데 모든 식당이 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겨우 한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모든 사람이 다 축구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그 날이 콜롬비아 축구 결승전인데 메데진 팀이 결승에 올랐던 것이다.
잠시 후... 결국 메데진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어 식당 안에 삽시간에 클럽으로 변해 버렸다..
영덕이 형과 난 옆 테이블에 있는 콜롬비아 친구들과 함께 축구 응원을 했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광란의 밤을 보내며 메데진의 첫 날이 저물었다.
둘 째날은 근교에 있는 엘빠뇰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메데진을 오면 꼭 들리는 곳으로 유명한 관광지라고 했다. 메데진에서는 버스를 타고 편도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나갔다.
알록달록한 도시인 구아타페 마을을 지나 수십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엘빠뇰 호수를 보았다. 생각보다 경사가 엄청 가파랐고, 계단도 거의 1,000개나 되어서 올라가는데 진짜 죽을 뻔 했다. 올라가서 보니 경치가 굉장히 좋았고, 날씨도 좋아서 나름 만족스러웠던 여행이었다.
엘빠뇰을 다녀 온 다음 날 이제 우리는 산티아고 데 칼리라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버스 시간이 늦은 관계로 시간이 남아 메데진에서 유명한 케이블카를 타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케이블카가 생각보다 탑승 시간이 길어서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예상할 수 없었다.
결국, 산 꼭대기까지 올라간 우리는 무슨 국립공원 같은 곳에 도착하였다.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행여나 버스를 놓칠까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려갔다. 대신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메데진의 모습과 석양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메데진에서 2박 3일 나름 알찬 여행이었고, 이제는 콜롬비아의 마지막 도시 산티아고 데 칼리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