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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알밤 Oct 06. 2023

20주 차: 우리의 결혼식


차차의 20주 차가 시작되는 일요일은 바로 우리의 결혼식 날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도산공원 쪽에 있는 메이크업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사실 이날 오전부터 결혼식이 있는 이른 오후까지 쭉 비소식이 있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 시간에 걸친 메이크업을 받고, 부랴부랴 드레스를 갈아입었다. 사촌언니의 친구분께서 웨딩 액세서리를 만드시는데, 결혼을 축하한다며 직접 만드신 헤어장식과 귀걸이 등을 모두 빌려주셨다. 드레스샵 대여품과는 차원이 다른 반짝임과 퀄리티에 고르면서 매우 행복했다. 마지막 리터치까지 마치고 드디어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결혼식 당일은 매우 정신없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말은 진짜였다.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임하고자 했으나, 정말 정신없이 시간은 흘렀다. 잠시 신부 보조대기실에 앉아있었는데, 이제 신부 대기실로 옮기라고 하고. 곧이어 스냅사진 작가님과 영상 작가님과 브리핑을 가진 후 바로 가족사진 촬영 진행을 하고 나니 예식 시작 30분 전이었다. 신부대기실에 와주시는 분들과 인사하고 사진 찍고 정신없었는데, 헬퍼 이모님 말씀이 여기는 신부 대기실이 2층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덜 정신없는 편이라고 하셔서 놀랐다. 기다리고 있는데, 나의 조카와 사촌언니가 들어오는 모습에 활짝 웃었다. 이렇게 풀 세팅을 한 이모 모습을 본 적 없는 조카는 얼떨떨해하며 내게 말을 걸지를 못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귀엽고 또 눈물이 핑 돌았다. 곧이어 연이 끊어졌다가 최근에 다시 이어진 고등학교 때 친구와  대전에 있는 대학교 때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또 눈물이 한차례 핑 돌았다. 곧이어 이전 회사 친구들이 왔고, 왁자지껄하게 셀카를 찍으니 이제 내려가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왜였을까, 당연히 신랑&신부도 리허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가. 나와 남자친구는 동시입장이었기에, 예식 홀 큰 문 뒤에 서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느낌이 도무지 들지 않았다. 앞에 계신 도우미 분들께 물어보니 리허설 없다고, 바로 실전이라고 하셔서 크게 놀랐다. 어쩔 수 없다. 넘어지지만 말자, 울지만 말자. 두 가지만 되뇌며 입장을 했고, 몇 번의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하객석에서 날 보며 응원해주고 있는 조카들의 얼굴을 보며 위기의 순간들을 넘기며 연신 웃었다. 그리고 드디어 식이 끝났다.


옷을 갈아입고, 연회장을 돌며 인사를 하고, 잠깐 앉아 음식을 맛보다가 정산을 진행했다. 그리고 비로소 오늘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맥도날드라도 가서 뭔가 먹을까 싶었지만 너무 씻고 싶은 생각에 집으로 향했다. 머리의 핀을 하나하나 빼고, 진한 메이크업을 씻고 나와서 나는 메신저로 와주신 분들께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사실 결혼식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회자의 멘트, 배경음악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계속 웃었다. 어둡고 엄숙한 분위기의 예식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밝은 홀을 선택한 만큼. 다행히 예식 하는 날 하늘은 높고 맑았고, 이벤트였던 천장 오픈과 풍선 날리기도 예쁘게 진행되었다. 친구들이 보내준 사진은 모두 하늘과 풍선과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비록 실수도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나중에 사촌언니에게 물어보니 의외로 결혼식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사촌언니도 울고, 사촌언니의 어머니이신 외숙모께서도 울었다고 한다. 내가 시종일관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어서 눈물이 났다는 말에 마음이 찡했다. 사실 아빠도 우셨는데, 날 안아주시며 ‘고생했다,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라고 하시는 말에 나도 크게 울컥했었다. 나의 힘들었던 지난날을 아는 분들 이기에 더 고맙고 눈물이 났다. 이렇게 내 인생의 2막은 시작되었다. 이전보다 두 배 더 재밌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나와 남편이 된 남자친구와 뱃속에 있는 차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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