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갔다. 원래 20주 차에 했어야 했던 2차 정밀검진이 있는 날이라 조금 부산스럽게 산부인과로 향했다. 23주 차 정도 되면 아기의 얼굴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정밀 초음파를 기다리며, 내심 오늘쯤 입체초음파를 통해 차차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정밀 초음파실에 들어가고, 약 30분 동안 내가 이렇게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게 될 줄은 몰랐다. 알고 보니 2차 정밀 초음파는 1차보다도 더 심도 있게 아기의 장기와 신체 형성 과정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1&2차 기형아 검사보다도 더 악명이 높은 시간이었던 것이었다.
정밀 초음파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셨다. 배에 초음파 스캐너를 대자마자, 7주 만에 보는 차차가 화면에 가득 찼다. 말 그대로 가득 차게 보였다. 분명 7주 전에는 한 화면에 몸이 다 보였던 거 같은데, 이제는 상체와 하체를 한 번에 볼 수 없을 만큼 자라 버렸다. 차차의 성장에 놀랄 틈도 없이 초음파 선생님께서 차차의 발가락 개수, 손가락 개수부터 심장과 폐의 구조, 혈액 흐름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시기 시작했다. 사이즈를 측정하시고, 장기와 뼈 구조를 확대해서 유심히 보시는데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체크하시며 정상 여부를 말해주시는데, 그 말 사이사이 간격이 길어질수록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나뿐만 아니라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편의 얼굴도 굳어있었다. 마지막으로 신장 생김새를 확인해 주시는데, 차차의 자세 때문에 잘 안 보였던 건지, 아니면 애매했던 건지 5분 넘게 정적이 이어졌다. 마침내 초음파 선생님 입술에서 ‘정상이네요’가 나오고, 나와 남편은 안도했다.
장장 25분에 걸친 정밀 검진이 마무리되었고, 모든 검사 항목들을 봤는지 더블체크 하시며 차차의 얼굴 쪽을 비추신 순간, 차차가 하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인간다운 자세로 차차는 하품을 신나게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런 차차 얼굴 앞에 놓여 있던 손은 마치 손가락 하트를 하는 듯했다.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차차의 깔끔한 마무리 퍼포먼스를 끝으로 초음파실을 나왔고,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께 최종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로 향했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첫머리로 ‘2차 정밀검진의 목적은 신생아의 신체 구조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며, 이 결과를 토대로 4개월 후 분만 시, 응급수술 여부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차차는 다행히 통과되었다.
진료실을 나온 나와 남편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병원 앞 순댓국집으로 향했다. 열심히 먹다 보니 문득 지금 먹고 있는 이 밥은 차차 덕분에 먹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결과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었으면, 난 이 순댓국을 한 수저라도 먹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남은 4개월 동안 걱정하느라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미치자 울컥 차차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샘솟았다.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남편 또한 크게 공감을 하며 정말 다행이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 차차가 먹여주는, 차차 덕분에 먹는 국밥을 맛있게 마무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건강이 최고라는 흔하디 흔한 이 말이 다시금 크게 와닿은 하루였다.
+ 또 다른 검사 후기로는, 차차가 생각보다 움직임이 많은 아이였다. 어쩐지 태동이 크게 느껴지더라니! 차차는 수시로 손을 움직이고 발로 열심히 차기 시작해서 손가락 발가락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 초음파 선생님께서도 ‘아이가 움직임이 많네요’ 하시자마자 나는 남편을 째려봤다. 거봐! 내가 얘 많이 움직인댔지!
+ 아빠에게 차차의 손가락 하트 사진을 보내자마자 전화가 왔다. 아기 치고는 손목뼈가 두꺼운 것 같다며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사실 나도 보자마자 우리 집에서 보여지지 않는 손목뼈 비율이기에 의문이 가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바로 느낌이 왔다. 저 옹골찬 손목은 남편이다! 누가 봐도 뼈대 두꺼운 남편의 유전자가 확실하다! 내가 이 말을 하자 남편은 머쓱하게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