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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알밤 Dec 04. 2023

30주 차: 드디어 다가온 차차의 입체초음파 검사


드디어 차차의 입체초음파 검사 날이 되었다! 30주 2일에 병원 검진이 잡혔는데,  아기가 30주 차가 넘으면 자궁 안에 꽉 차게 되어 얼굴을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다른 분들을 보면 평균 27~28주에 보는 게 평균이던데 내가 다니는 병원의 초음파 검진실 스케줄이 꽉 차 30주가 넘어서야 볼 수 있게 되어 약간 걱정이었다. 검진 전에 초콜릿우유나 주스를 먹으면 아기가 좀 활발하게 움직여서 검진이 수월하다는 팁을 듣고 초콜릿우유를 들고 병원 초음파 검진실을 찾았다.


차차는 옆으로 누워있던 3주 전과 다르게 벌써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돌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3주 전보다 몸무게가 2배가 늘어 1.5 킬로그램 정도가 되어있고, 그만큼 키도 쑥 자라 있었는데, 머리는 내 배꼽 아래쪽에 있었고 엉덩이는 내 명치까지 올라와있었다. 배 안이 좁아 이제는 몸을 반 접어 얼굴 옆에 팔과 다리를 두고 있었다. 3주 만에 이렇게 성장한다니! 새삼 너무 놀랬다. 어쩐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불편해진 몸상태와 차차의 태동 범위가 커진 점이 모두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차차의 신체 발달을 간략하게 다시 체크하고 드디어 얼굴로 향한 순간, 얼핏 보이는 완연한 사람의 얼굴에 심장이 철렁했다. 정말 내 안에 사람이 크고 있었다. 차차는 자고 있었는데, 세수하듯 얼굴 위에 양손을 얹고 한쪽 볼에 탯줄을 베고 있었다. 초음파 선생님께서 내 배를 흔들고, 쿡쿡 찌르고, 나보고 크게 웃어보라고 하셔서 차차를 깨우기 위해 열심히 웃어 보였으나 차차는 손 한쪽만 내리고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보인 얼굴이, 세상 뾰루퉁한 얼굴로 입술을 뿌욱! 내밀고 있었다. 한껏 심통 난 차차의 얼굴을 보니 웃기면서도 심란한 한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선은 여기까지 하고 담당 의사 선생님 검진을 다녀온 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담당 의사 선생님 검진 결과 차차는 키도 머리둘레도 배둘레도 평균의 평균을 찍으며 안정적으로 자라고 있었고, 양수의 양이나 자궁 경부의 길이도 안정적이어서 다음 검진을 2주 후가 아닌 3주 후로 잡았다. 그리고 다시 올라간 초음파실에선 여전히 자고 있는 차차의 그나마 표정 풀린 얼굴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초음파 사진을 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쪼꼬만 게 썽질이 여간이 아니다! 남편은 삐졌을 때 입술을 쭉 내미는 게 나를 닮았다고 재차 말했다. 자세히 보니 차차의 코가 살짝 낮은 거 같아 이건 누굴 닮은 건지 실랑이가 오갔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차차를 얼른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잔병치레가 많은 몸뚱이지만 중요한 때 건강한 내 몸이 새삼 고마웠고, 이런 내 안에서도 차근차근 잘 자라고 있는 차차가 고마웠다. 그리고 이런 나를 보듬어주고 안정시켜 주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남편도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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