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Aug 17. 2020

무의미한 시간

코로나19, 육아 전쟁기

20대 백수 시절

허송세월 보내 듯 하루를 보내는 내 자신이 참 싫었다. TV보다 인터넷에 취업 정보 좀 보다 공부하는 척 좀 하다 이러다 보면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24시간이 짧기만 했다.


그로부터 딱 10년 난 엄마가 되었고

무한 체력전인 육아에 돌입했다.

그 무한 체력전에서 내 저질체력은 하루에 몇 번이고 방전되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내 저질체력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버텨내고 있었다.

엄마는 강하다가 아니라 엄마는 오늘도 버티고 있었다.


그래도 육아휴직 중에는

육퇴 후 맥주 한 잔

육퇴 후 영화 한 편

하고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복직 후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집안일 좀 해야지

하다 같이 잠들기 일쑤고..

두 녀석이 극적으로 일찍 잠든 날에는

매일 너저분한 집안을 겨우 치우고

(내일 아침이면 또 너저분해지겠지만)

두 아이 사이에 누워

캄캄한 방에 핸드폰 불빛 하나가 켜지면

나의 무의미한 시간이 시작된다


올렸던 브런치 글을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아직도 출장 중이 남편과의 카톡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사진을 보기도 하고

딱히 살 건 없어도 쇼핑몰을 들락날락

인터넷 뉴스로 드라마도 줄거리고 읽고

유머방에 쓸데없는 글을 보며 킥킥 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12시 1시가 돼버리고

아, 자야 하는데.. 그래야 출근하는데.. 를

두어 번 곱씹다 잠이 든다


체력은 애초에 두 아이를 재울 때 방전됐지만

그래도 노동이 필요 없는 오로지 나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으면

그렇게 섭섭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의 나는 24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늘 바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24시간을 너무 알차게 보면

너무 애쓴 내가 짠하기 그지없다.


슈퍼맘은 될 생각이 애초에 사라졌다.

지금의 난 그냥 엄마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

사람이라면 24시간 중 한 시간 정도는 멍 때리며 쓸데없는 짓하며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오늘도 나는

자기 전에 하는 뻘 짓에.. 큰 의미를 입혀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