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남편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저녁에 들어오자마자 씻고 뻗는다. 밤마다 이 사람이랑 그날 있었던 일들 이야기하며 스트레스 푸는데 이번주 내내 그럴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이런 날도 있지 싶다. 조금 일찍 귀가하는 날엔 젖병도 닦고 그랬는데 이번주는 그것도 거의 못해주고... 많이 안 좋은가 보다. 내일 병원에 가니까 조금씩 나아지겠지? 덕분에 나는 남편과 맘껏 대화할 수 없는 날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봤다. 역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게 최고인 것 같은데, 할 말이 많고 기분이 좋은 날엔 글을 쓰는 게 더 풀리는 기분이고, 약간 침체되고 생각거리가 많은 날엔 책을 보며 필사나 메모 정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2. 그런 의미에서 다시 브런치를 시작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네이버 블로그 계정도 있긴 한데, 네이버는 그냥 거대한 광고판 같아서 접속하는 순간부터 정신머리가 없다. 브런치는 진짜 글 다운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 나같이 일기처럼 가볍게 쓰는 분들도 있겠지? 여하튼 그냥 꾸준히 쓰고 올리면 나도 점점 나아지겠지. 아니, 더 나아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냥 쓰는 게 좋아서, 응어리가 풀리고 속 시원해져서 쓰는 것뿐이니, 그 밖의 다른 혜택은 없어도 그만이다.
3. 돌끝맘의 여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이는 돌이 지났고, 나는 양육자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막막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씩 배우고 깨치며 조금씩 성장해 왔다. 이젠 각 영역에서 제법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다. 이유식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적당히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조합해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당장 많이 먹지 않아도 괜찮다. 열이 나거나 아플 때 바로 병원을 가기보단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도 생긴 것 같다. 수면에 있어서도, 아이가 새벽에 힘들 게 할 때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면서 원망하는 마음을 억지로 눌렀었는데, 이젠 그냥 아이가 불편한 게 없는지 개선시켜 줄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아 모자란 잠은 아이 낮잠 잘 때 같이 보충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좀 더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다. 돌끝맘은 돌잔치가 다 끝나서 후련한 게 아니라, 엄마로서의 첫 1년을 치열하게 치르고 난 후 한 뺨 자란 자신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과 기쁨으로 후련한 마음이 드는 것 아닐까? 여하튼 나도 돌끝맘이고 매우 후련하다.
4. 생화가 집안 곳곳에 있어 꽃에 눈길이 닿는 잠깐씩 굉장히 호강하는 기분이다. 팍팍한 일상에 조금씩 물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꽃시장에서는 수많은 꽃들 중 하나이지만 일단 우리 집에 오면 내 취향에 맞게 다듬고 손질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매일 물을 갈아주며 관리하기 때문에 점점 꽃들에게 정이 붙을 수밖에 없다. 식집사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난 식물들과 교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꽃을 향한 마음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닐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