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방송 <건축 탐구 집>에 소개되었던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을 다녀오게 되었다. 김창열 화가가 제주도에 작품 220점을 기증하여 제주도립 미술관이 되었다고 한다. 건축물은 ‘돌아올 회(回)’ 모양의 건축이다. 빛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진심 신전 같은 느낌을 준다. 전시 공간이 2곳이 있다. 천장이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천장으로 들어오는 빛에 따라 전시의 밝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중정은 실외와 실내를 잇는 연결통로이자 빛의 공간으로 보면 된다.
김창열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옥상까지 둘러보면 전체적으로 ‘돌아올 회(回)’의 모양이 느껴진다. 실내에서 돌아올 회자의 가운데 부분은 바로 중정이다. 이곳은 빛의 공간이라고 한다. 사면의 창에서 김창열 화가의 물방울 조형이 분수로 시간대별로 뿜어져 나오는데 빛과 바라보는 위치의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점이다. 도슨트가 상주하여 작품과 건축에 대하여 말해 준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 <건축 탐구 집>에서 설명을 이미 들었지만 역시나 현장을 와서 눈으로 보고 느껴봐야 하는 것 같다. 김창열 미술관의 실내공간은 의외로 어두워 보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신전 같은 느낌에다가 무덤 같은 느낌이라고나 해야 하나? 어두운 터널 같은 복도로 지나면 전시장이 보이는데 뭔가 조용하고 영원한 안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 마치 피라미드의 무덤 같았다. 전시만 보러 오는 미술관이 아니라 공간을 특히나 눈여겨봐야 하는 공간이 바로 김창열 미술관이다. 치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화가 김창열의 물방울은 한국전쟁의 참혹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한다.
"조그만 점이 어떻게 하면 표현성을 지닌 점일 수 있을까. 더욱이 전쟁의 아픔과 흔적을 응집시킬 수 있는 가장 애잔한 표현으로서의 점을 응집시키려는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물방울이란 형태로 정착됐습니다." (1983년 9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中 작가의 말)
방송을 보았을 때와 직접 미술관을 관람했을 때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미디어로 보았을 때는 어두운 느낌을 덜 받았다. 충분히 건축 공간의 설명을 들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생각보다 더 어두웠고 빛을 여러모로 공간에 지혜롭게 사용함으로 작품을 돋보이게 그리고 관람객에게는 영원의 회귀와 안식을 느끼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관람객의 눈으로 바라본 물방울은 영롱함 그 자체였다. 아픔이 가득한 물방울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가장 애잔한 표현으로의 물방울을 그리는 화가 김창열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화가 김창열은 이 미술관의 건축 공간을 영원한 안식처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으로 짓고 싶었을 것이다.
공간과 빛을 품은 공간 제주 도립 김창열미술관에서 내가 바라본 공간이 주는 힘은 바깥의 빛을 안으로 끌어 드는 것이다. 빛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실내공간이 새롭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작품이 더 빛나도록, 공간이 살아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