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들으면 아무래도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부침개 소리가 연상이 된다. 소리가 비슷한 탓인가?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술렁술렁 타서 새끼손가락으로 저어 준 후 한 사발 들이키며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감자전을 젓가락으로 찢어 먹으면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마법의 시간이 연출된다.
비가 오지 않으면 감자전 먹는 재미가 없을까? 아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유튜브에서 빗소리를 검색하며 무지 많다. 빗소리를 켜고 감자전이든 김치전이든 먹으면 된다.
감자전에는 맥주도 양주도 안 어울린다. 막걸리는 역시나 전류에 잘 어울리는 술이다.
‘땅속의 사과’라는 불리는 감자는 여름에 최고의 건강식 재료이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구황작물인 감자는 다이어트 음식의 적이라고 하지만 잘 먹으면 몸에 좋다.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돕고 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감자를 쪄서 냉장 보관 후 다시 데워 먹으면 탄수화물이 복화 탄수화물로 변형이 되어 다이어트에도 나쁘지 않다고 하니 너무 피하지 않아도 된다.
비타민c도 많고 비타민b6, 칼륨도 풍부하다고 한다.
날씨도 화창한 여름날 딸아이가 감자를 보더니
“엄마, 감자전 해 먹을까요?”
“비도 안 오는데 갑자기 감자전?”
딸아이에게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다 방법이 있어요. 바로 유튜브에서 빗소리 검색하며 돼요.”
정말 그렇다. ‘유튜브’라는 미디어가 있다. 때론 이롭기도 하고 때론 해롭기도 하다. 지혜롭게 사용하면 뭐든 나쁘지 않다.
“아하, 그럼 감자전 먹는 맛이 나겠네?”
바로 감자를 깎아서 강판에 간다. 믹서기를 이용하면 편하지만, 강판에 힘들게 갈아야 맛이 더 나는 이유는 뭘까? 칼날이 닿지 않고 갈아져서 그런가?
강판이 아니더라도 믹서기에 양파 1/4개 정도를 감자와 갈아주면 변색이 덜 된다.
저녁밥 대신 한 여름날 밤에 감자를 강판에 갈아 밀가루나 전분을 2-3숟가락, 소금을 넣어 잘 섞은 후 달구어진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둘러 감자전을 얇게 부치는 게 중요하다.
빨리 뒤집어서도 안 된다. 겉바속촉의 기본 규칙을 위해서다.
식탁에 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전과 생막걸리 1병만 있다면 그 시간만큼은 시름도 걱정도 없어진다. 막사발에 막걸리를 부어 잔을 부딪치다 보면 누군가와도 인생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이리저리 조리가 가능한 시간이 된다.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면 해.”
감자전의 겉바속촉에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 앞에 온 마음 다해 응원전을 펼쳐 본다.
“엄마, 나를 좀 믿어주고 기다려 줘 봐.”
아이들은 어쩌면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가장 원하는 것이 신뢰다. 내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어쩌면 감자전과도 닮아 있다.
감자를 부칠 때 보면 빨리 뒤집으면 맛이 없다. 한쪽 면이 바삭하게 익을 때까지 뒤집어야 한다. 전이라는 게 전반적으로 은근한 불에 오래도록 부쳐야 맛이 있다.
“그래, 네가 뭐든 도전하고 해 보면 정말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어.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데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뭔데요?”
딸아이가 귀를 쫑긋하며 얼굴을 내민다.
“기록과 읽기야. 너보다 앞선 사람들의 경험이 녹아져 있는 책과 너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그냥 가는 것보다 더 지혜롭거든.”
고개를 끄떡이며 귀담아 들어준다.
겉바속촉의 감자전과 막사발의 막걸리 한잔의 효과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맛있는 식탁은 대단한 한 상차림이 아니어도 좋다.
<감자전>
감자 3개
밀가루(또는 감자전분)
양파 1/4개
소금 1/2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 감자와 양파를 강판에 간다.(양파를 안 넣어도 된다)
2.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3. 달구어진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감자 간 것을 넣어 얇게 편다.
4. 앞, 뒤로 노릇하게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