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은 뭐 먹을까나?”
어미 앞에서 몸을 흔들며 저녁을 뭐 먹을지를 물어보는 다 큰 딸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는 생각 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날씨가 덥다 보니 간단한 음식을 해주고 싶었다.
“우리 간단하게 들기름 막국수나 해 먹을까?”
딸아이에게 물으니 좋다고 한다.
최근에 박준 시인의 <막국수> 산문을 필사했다.
박준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깨와 김과 참기름,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장이 올려진 국수를 막 비벼서 먹다가, 절반쯤 남은 것을 찬 육수를 부어 막 훌훌 마시듯 했습니다. 사실 요즘처럼 제분기로 반죽을 만들지 않을 때 막국수는 메밀의 겉껍질만 벗겨 맷돌 같은 것에 막 갈아 만들어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다만 이때의 ‘막’은 함부로 혹은 아무렇게나의 의미가 아닌 편하고 자유롭게라는 의미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그렇게 먹국수를 다 먹고 그 집을 나오는데 막 웃음이 났습니다.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니라 기뻐서 웃는 웃음이었습니다.”
그렇다. 막국수의 ‘막’ 자가 ‘함부로’가 아니고 ‘아무렇게나’가 아니고 ‘자유롭게’라는 뜻이 담겨 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막’ 자가 붙은 그릇도 있다. 막사발은 자연스러움의 미덕이 붙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 민족은 매우 창의적이고 자유로우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풍류를 아는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는가 보다.
박준 시인의 막국수 집에서 음식을 다 먹고 나올 때 웃음이 나왔다는 표현의 의미를 공감한다. 아마도 들기름 막국수를 먹어 본 이들은 충분히 공감을 할 대목이다.
직접 메밀을 찢어 빻아서 반죽을 하는 시대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마트에서 봉평 메밀국수를 살 수 있어 감사하다.
끓는 물에 메밀국수를 넣어 삶아 찬물에 전분기를 빠닥빠닥 씻어 내어 물기를 제거하고
쯔유와 올리고당, 들기름을 넣어 싹싹 비벼 먹으면 같이 먹던 사람이 사라져도 모를 맛이다.
들기름 막국수를 먹기 위해 아침부터 가서 줄을 서서 먹는 맛집도 있다. 직원들을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들기름 막국수 너무나 맛있어서 손님에게도 판매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집에서도 만들어 보아도 딱 3가지 양념으로 들기름 막국수의 맛이 “죽이네.”가 가능하다.
무더운 여름 잠시 불 앞에서 메밀국수를 삶아야 하는 고통은 있지만, 뒤에 찾아올 이 세상맛이 아닌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들기름 막국수를 호로록 먹을 수 있으니 감당이 된다.
“일단 메밀국수를 사오시라.”
자, 그럼 ‘나엘씨 오늘은 뭐 먹지?’의 레시피를 공개해 보겠다.
<들기름 막국수>
1인분 기준
재료
메밀국수 100g
소스
들기름 2큰술
시판용 쯔유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부가재료 김 가루, 들깨 가루는 취향에 따라서 넣는다.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메밀국수를 삶아 찬물에 전분끼가 없도록 깨끗이 헹궈낸다.
2, 물기를 제거한 후 그릇에 담아 소스를 넣는다.
3. 잘 비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