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찾아 삼만리를 가는 기분이다. 제주 살기를 하겠다고 야심 차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웃고 간 딸이었다. 지역을 이동할 때 육지에서 육지로 이동은 어렵지 않다. 섬으로 이동할 때가 어렵다는 걸을 새삼 더 절실히 느꼈다. 20대 초반의 딸이 제주를 사랑하기에 내버려 두었던 결심이었다. 3개월 만에 다시 육지로 오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올라가고 싶어.”
“알았어. 언제 올 건데?”
딸아이에게 묻고 나의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최소 이삿짐을 포장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대략 1주일에서 10일을 비워 두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려했는데 원치 않은 조건이 발생되었다. 꼭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택배로도 보낼 수가 없고 이삿짐센터에 알아보니 최소 30만 원 비용이 든다고 한다.
따라서 엄마가 차를 가지고 제주도까지 와야 한다는 것이다.
애절하고도 절실하게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남자 친구가 준 선물이란다. 버릴 수도 없고 새로 육지에서 살 수도 없다고 한다.
설득이 되지 않았다기보다 나 또한 자차를 끌고 제주까지 가고 싶었던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어디 한 번 도전해 볼까?’ 마음은 먹었지만, 사실 두렵고 떨려서 출발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 만에 육지에서 제주를 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뱃값도 비싸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제주에 살았던 지인과 차를 가지고 제주를 다녀왔던 지인에게 물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항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서 사는 내가 완도까지도 초행길이고 한 번에 배까지 타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되어 순천을 경유해서 하룻밤 묵고 완도에서 배를 탈 생각이었다.
순천에서 지인과 시간을 보내다가 완도항 시간표를 확인하니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낮 2시 30분인 줄 알았던 배가 글쎄 새벽 2시 30분이었다.
숙소도 이미 다 잡아 놓았는데.....
순천에서 완도까지 200km가 넘는다. 새벽에 혼자 차를 몰고 간다는 자신도 없어 숙소에서 체크인하고 샤워 후 체크아웃을 한 후 저녁 7시에 출발을 했다.
여름이라 8시까지는 어둡지 않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가로등도 없는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 길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오로지 차에 등만을 의지한 체 달려야만 한다. 날벌레들이 차에 날아와 부딪힌다. 가끔 나타나는 자동차가 반갑기까지 했다.
화장실을 찾아 휴게소에 들러 보니 아무도 없다. 더 무서웠다. 얼른 완도항으로 도착하는 것만이 최대의 해결 방법이다.
내비게이션을 믿고 가지만 간혹 이정표를 잘 못 보고 들어설까 봐 무척 떨렸다.
드디어 땅끝마을 해남을 지나고 나니 완도가 가까워짐을 느꼈다. 다리를 건너 완도항에 도착을 하니 밤 10시다.
새벽 2시 30분에 출항이지만 1시부터 차를 배를 실을 수가 있다. 쪽잠을 자면서 기다렸다가 배에 차를 싣고 2등석으로 가서 다시 쪽잠을 청했다. 잔잔한 바다 덕분에 멀미 없이 새벽 5시 10분쯤 도착을 했고 배에서 내리기까지 대략 30분이 더 걸렸다.
딸아이 집까지 가는데 차로 1시간이 걸렸다. 제주항에서 서귀포까지 달리다 보니 해가 떴다.
딸아이와 함께 하는 제주 살기 일주일 기간 중 귤밭에서 청귤을 따서 직접 청귤청을 담가보는 체험을 신청했다.
낮에 시간이 너무 더워서 오후 5시에 체험을 하기 시작했으나 그 시간도 땀이 멈출 수 없을 만큼 더웠다. 1인당 10개의 가장 굵은 청귤을 따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아 청귤을 일부 썰고 나머지는 반을 갈라 착즙을 내는 것이다. 착즙에는 유기농 설탕을 섞어서 잘 녹인 후 보관할 병에 과즙과 청귤을 담았다.
청귤은 딱 45일 동안만 유지된다고 한다. 대부분 8월 초순부터 9월 중순까지라고 한다.
딱 맞게 제주를 찾은 탓에 청귤청 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내년 8월이면 청귤청이 생각이 날 것이고 딸아이가 생각나고 무더웠던 제주의 감귤밭이 생각 날 것이다.
<청귤청>
손질한 청귤 1kg
비정제 원당 1kg
베이킹 소다
식초
만드는 법
1. 청귤을 베이킹소다에 문질러 깨끗이 씻어 식초물에 잠시 담가 놓았다가 잘 헹군다.
2. 물기를 잘 닦은 후 반은 썰고 반은 착즙을 한다.
3. 착즙에 비정제 원당을 넣어 잘 저어 원당을 녹인다.
4. 소독된 병에 슬라이스 한 청귤을 넣고 원당을 섞은 착즙을 부어 준다.
5. 실온에서 1-2일 숙성 후 냉장고에서 일주일 동안 숙성 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