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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뜨겁고 마음은 서늘한 날 꺼내 읽어요

#그림책 #할아버지의마지막여름 #편집자일기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쨍쨍한 한여름에 무언가를 잃어 버리는 이야기라니, 조금 생소했습니다. 그림은 또 어떻고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토록 밝고 아름다운 색감이라니, 그래서 이 책에 더 눈길이 갔다는 얘기입니다.


많은 그림책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이 책은 어린이 독자와 어른 독자에게 각각의 의미를 전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른들이 속속들이 알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나를 아껴주던 사람,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순간은 필요한 것 같아요. 말하기 힘들다고 묻어둘수록 그것은 더 어렵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은 아이의 시선으로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을 기억하는 방식이라,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죽음의 의미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생각이 들어요.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중에서


성인 독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지점이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나이가 아주 많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나이가 아주 많지 않더라도 우리는 크고 작은 육체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저는 잠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실을 겪었습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옷을 챙겨입기도,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취약하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을 떠올렸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의 말 - 마지막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미소 - 라는 그 말을 떠올리며 내가 한없이 취약해지는 순간,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아질 거야'라는 마음이었어요.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중에서


누구나 나이가 들면 탄탄한 근육이나 또렷한 기억력을 잃어 갑니다.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당연했던 것들을 잃어 가는 것이 슬프기만 한 일일까요. 살다보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하나씩 하나씩 잃어 가다가 결국 사라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지요. 그러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중에서

언제고 그런 순간이 오면, 이 그림책이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20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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