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가 기억하는 "혼자"의 시간

#그림책 #혼자갈수있어 #편집자일기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말 중 하나가 "내가 할래."였습니다. 머리를 묶는 것도, 장 본 물건을 들고 오는 것도, 덩어리 고기를 써는 것도, 내가 할 거라고 우겼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 해보고 싶어 안달했던 그 모든 순간들에는 ‘처음’이 있었겠지요.


처음으로 혼자 집에 가보는 이야기를 만들면서 언제 처음 혼자 집에 돌아왔는지 떠올려봤어요. 그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한순간은 제 안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게 아닌데, 사람도 차도 평소처럼 내 옆을 지나가는데, 이상하게 고요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요.


조금 무섭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의연한 표정을 짓던 아이.  마음을 지켜주려고 곁에서 말없이 가만히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 이제는   같아요. 이제는 제가 지켜보는 자리에  차례라는 것도요.


2019년에 처음 만나 2022년에 출간을 하기까지 짧지 않은 기간 이 책 #혼자갈수있어 함께 만들며,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그림책 장면이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먼 길로 돌아가거나 막다른 길에 닿은 것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늘 제가 기대한 것보다 더 멋진 고민의 결과물을 보여주셔서 반갑고, 고맙고, 감탄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혼자 처음으로 집에 가는 주인공처럼 처음으로 그림책을 출간하는 작가님 곁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 할아버지 같은, 달빛 같은, 가로등 같은 역할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그림책을 보시면 이런 제 마음이 이해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예상보다 긴 시간을 건너 드디어 책이 나왔고, 이번주부터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혼자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부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라게 되는데요. 누군가의 처음을, 홀로 가는 내 자신을 응원하고 싶을 때, 주저없이 만나주시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마음 알아, 그래서 늘 미안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