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자(=개미 사업자), 슈퍼 을의 세계

나는 살아남겠다

by 연대표

나는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개인 사업자이다.

개인 사업자는 매출의 안정화가 있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슈퍼 을이다.

사실 사업은 생명체와 같아서 안정화라는 게 없을 것 같다. 끊임없이 변화를 따라가고 남들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대단한 가성비로 내놓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상은 너무 빠르게 발달한다. 어제 아마존에서 대박 친 아이템이 오늘 쿠팡에 이미 소싱되어 팔리고 있다. 그만큼 공급자의 손은 빠르고 소비자들의 수요도 빠르다.


사업자를 처음 만들 때, 업체에서는 나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회사에서 고작 사원, 대리였던 나는 대표님이라는 말이 웃길 만큼 낯설었지만 듣기에 좋았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이뤄낸 듯한 분위기에 취해 열정만 넘쳐났다. 하루에 하나를 팔아도 즐거웠고, 문의만 와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월급보다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벌었지만 회사 밖에서 번 돈은 일정한 금액을 매달 받는 월급보다 더 달콤했다. 환상이 사라지고 진정 매출을 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돈을 낸다고 갑은 아니다

도매상들은 소량으로 구매하는 개인사업자를 대우해주지 않는다. 큰 업체가 한번 구매할 것을 소량으로 몇 번에 나눠서 구매하면서 요구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대화 몇 번 해보면 알 것이다. 최소 구매 수량이 얼마인지, 단가는 얼마인지 어설픈 업계 용어를 써가며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하는 영세 개인사업자들을 아마 그들은 단박에 알 것이다. 우리는 그런 고수들 틈에서 살아날 틈을 찾으려는 개미 사업자일 뿐이다.

적자가 나는 것을 알지만 매출이 터지는 그날까지 투자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양적 성장이 먼저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큰 판을 벌일만한 자금이 없기에 오늘도 어느 업체와 거래를 해야 할까 산전수전을 겪는 중이다.


윈도우 안에 있는 예쁜 금붕어가 인터넷 윈도우 안에 있는 내 제품들 같다. 누가누가 예쁘나?



고객은 갈대다.

오프라인 매장은 내 발로 걸어 들어가 물건을 확인하고 다시 나와야 한다. 내가 원하는 A 제품이 여기에 없으면 그 제품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겨우 찾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수고로움이 있기에 나부터도 적당히 돌고 구경하다가 구매한다. 하지만 온라인 매장은 다르다. 손가락 하나로 내가 원하는 A제품을 검색만 하면 관련 제품들이 수백 개가 촤르르르 뜬다. 끝을 모르는 페이지 수에 우리 같은 사업자들은 고객님 편하게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대령한다. 스크롤 내리는 동안 내 사진이 고객님의 눈을 사로잡아야 한다. 제품을 눌렀을 때 사고 싶게 자극해야 한다. 사진이 이쁘거나 가격이 경쟁력 있거나. 나는 오늘도 갈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품절이 나서 그 가격보다 고가의 제품을 사은품과 보내주겠다고 했다. 좋은 구매평을 받고 싶기에 고객이 원하는 바를 맞춰주다 보니 어느새 고객이 구매한 물건가의 2배에 해당하는 제품과 사은품을 보내게 되었다. 울며 겨자 먹기는 한 번으로 족하다. 오늘도 나는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잘했다. 슈퍼 을이면 어떤가 매일 성장하는 회사가 되면 미래는 무조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