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퇴사는 신의 한수이다

난 망해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게 안전한 길이니까.

by 연대표

고정급여는 다음 달을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달콤함이다.

솔직히 말하면 사회 초년 때는 엄두도 못 냈다. 취업난이 심했고, 취업을 하지 않은 동기들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5대 대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나쁘지 않은 회사에 들어간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선배가 텃세를 부려도 혼이 나도 다 내 잘못인 줄 알았다. 신입은 그렇게 혼나고 야근해도 되는 위치였으니까.

그렇게 3년이 지나 점점 일이 손에 익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회사 생활 6년 차 12년 차 20년 차 선배님들을 볼 때, 내가 꿈꾸는 모습일까, 나는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함만 밀려왔던 것 같다.


직장 3년에 밀려오는 매너리즘은 기회였다.

만 3년을 채우고 나서 나는 모아둔 전 재산을 털어 MBA 유학길에 올랐다. 부족한 부분은 학자금 대출로 채웠다. 누구나 온다는 매너리즘이 왔기 때문이다. 처음엔 엄청 후회했다. 다시 회사에 재입사하겠다고 빌어볼까 생각해봤다. 경영학과를 나온 나에게 경영 수업은 심오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영을 배우려면 회사생활을 더 오래 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토론 문화, 네트워크 명목으로 모인 파티 같은 상황, 견학, 회사 케이스 스터디 등 유익함을 못 느꼈다.

중요한 건 MBA 졸업 후 취업난으로 연봉 상승은커녕 기존 연봉대로 맞춰서 재취업을 했다. 회사에 있었으면 연봉이 1000만 원은 올랐을 텐데 돈만 쓰고 연봉도 낮으니 현타가 왔다. 그때 당시에 '내가 미쳤구나' 싶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MBA는 지식이나 연봉 상승이 아닌 시야를 넓히는 대가였다. 그 시야를 바탕으로 창업을 하고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을 했으니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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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는 회사에게 경력 공백일 뿐이었다.

연봉 상승을 위한 또 한 번의 이직이 있었다. MBA 이전 동종 업계로의 이직이다. 결국 나는 MBA 2년을 경력 공백으로 감가상각하고 그나마 값을 쳐주는 동종업계로 돌아간 셈이다. 반복되는 업무, 수직적인 문화, 상명하복,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는 분명 신입 때도 겪었던 것인데 머리 크고 나니 고통스러웠다. 1년도 못 버티겠는데 10년을 버티는 건 스스로 매일 코르티솔을 과다 복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몇백만 원 월급 때문에 내 자신을 9시부터 6시까지 숨기고 동태눈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내 모습을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었다.


왜?라는 질문이 계속 들었다.

왜 참고 다니지? 돈 때문에? 그럼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 수는 없나? 돈이 전부인가? 하고 싶은 일이 없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는 없나? 나는 한 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시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퇴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월 10만 원이라도 벌어보기, 100만 원 수익 만들기, 시스템화 하기, 월 1000만 원 만들기, 브랜드 사업하기, 콘텐츠 사업하기, 무자본 창업 등 수익이 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와 동시에 실행에 옮겼다. 사업성이나 시장성을 체크할 신중함 조차 없었다. 머리와 몸이 동시에 움직였다. 재미도 있었고, 내 성향이 그랬다. 그리고 하나가 터졌다. 퇴사를 확신할 만큼...


사실 나는 성공한 1인 기업, 창업가가 아니고 터질 확률을 높인 도전자일 뿐이다. 나의 여러 도전 중 하나는 크게 터지고 하나는 작게 터졌다. 하나만 집중하면 수익이 1이 되는데 작은 하나가 모아져서 1.5가 되었다. 순간 본능적으로 이렇게 하면 2,3,4의 수익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회사를 갈 필요가 없다.
더 이상 상사의 인간성이나 비효율적인 회사 시스템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느 회사를 만들어야 하나,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만족할지
업무에 불편한 프로세스는 없는지만 고민하면 된다.




남 탓만 하는 인생이 남에게 고마워하는 인생으로 바뀌었다.

나를 더 이해하고 가족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다시 태어나도, 또 망해도 사업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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