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_우리 카페에는 없는 3가지 단어

by 조성민 바리스타

저희 카페에서는 3가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만둔다. 혹은 때려쳤다.’라는 단어입니다. 두 번째는 ‘알바’라는 단어입니다. 세 번째는 ‘진상’이라는 단어입니다. 단어에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단어를 들으면 그것에 대한 이미지와 감정이 함께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부자”라고 말을 한다면 그것을 들은 여러분들께서는 거기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와 하나의 감정이 곧바로 따라온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첫 번째 떠오른 이미지와 감정을 기점으로 또 다른 이미지와 감정들이 따라올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단어’가 우리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기억은 우리의 감정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떠신가요? 처음에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를 테고, 그다음에는 그 이미지와 연결된 감정이 따라올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계속 어머니라는 단어와 연결된 기억들이 뒤따라서 생각이 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두뇌는 하나의 단어를 들으면 그와 연관된 것을 자동으로 불러옵니다. 마치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따라오는 수많은 이미지와 정보들처럼 말이죠.


어떤 단어들은 우리의 감정 자체를 바꿔 놓기도 합니다. 물론 인식하지 않으면 그 단어 때문에 나의 감정이 바뀌었는지조차 모를 수도 있죠. 제가 마음과 생각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바로 ‘인식’이었습니다. 인식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고,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도 혹은 더 강화할 수도 있겠지요.


다시 단어들로 돌아가 봅시다. 첫 번째 ‘그만둔다.’ 와 ‘때려쳤다.’는 단어를 쓰게 되면 거기에 부정적인 이미지와 감정이 올라옵니다. ‘그만둔 직장’을 떠올려보세요. 혹은 ‘때려친 직장’은 어떤가요? 앞에 단어에 따라 그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 중에서 그만둔 이유와 때려친 이유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입니다. 단어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면 이왕이면 좋은 영향을 주는 단어를 쓰게 된다면 어떨까요? 물론 단어 자체를 금지만 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금지는 더 강한 초대장이 되기도 합니다. 특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그 단어를 대처할 다른 단어를 쓰는 방법이 더 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만둔다.’ 와 ‘때려쳤다.’ 대신 ‘졸업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때려친 곳은 다시는 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졸업한 곳은 언제든 놀러 올 수 있지요. 그리고 졸업한 바리스타들은 졸업생이라는 신분(?)으로 카페에 올 수 있습니다. 저는 경영의 척도 중 하나를 졸업한 바리스타들이 카페에 놀러 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바리스타가 졸업하고 시간이 지나 카페에 놀러 온다면 제가 관계 우선의 경영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두 번째 단어는 ‘알바’라는 단어입니다. 저희 카페는 알바라는 단어 대신에 ‘이사님’이라는 호칭을 씁니다. 처음에 들으면 어색할 수 있겠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지더군요. 우선 바에서 근무할 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00이사님”이라고 부릅니다. 바에서는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죠. 물론 카페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는 나이에 따라 형, 누나, 오빠, 동생이라고 부릅니다. 호칭 때문일까요? 아니면 제가 인복이 많기 때문일까요? 정말 저희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이사처럼 일을 잘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진상’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사용하지 않은 지 꽤 되었습니다. 2013년도부터 ‘인식’하고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연차로는 7년 차에 들어가고 있네요. 진상이라는 단어는 앞의 두 단어보다 훨씬 자극적입니다. 그만큼 자극적인 이미지와 더 강렬한 감정이 뒤따라오겠죠. 진상이라는 단어 안에는 그 손님이 우리 카페에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 단어를 많이 쓰면 쓸수록 진상 손님은 물론 일반 손님들까지 카페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과 말에는 현실을 창조하는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저희는 ‘진상’이라는 단어 대신에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시는 분이니까요. 때가 되면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카페에 와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가는 것이죠. 그 가르침에 대해 배움이 다 끝나면 신기하게도 그 분야에 대한 선생님은 더 카페에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리스타마다 ‘선생님’에 대한 빈도와 가르침의 내용이 다른 것이죠. 그럴 때는 그냥 속으로 ‘오셨구나~’ 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오실 때가 된 것이죠.


요즘은 한 단계 진화해서 ‘선생님’이라는 단어 대신 ‘천사’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습니다. 그 이야기에는 미하일이라는 천사가 등장합니다. 이야기를 읽다가 지금 이 시대에도 천사들이 여행하고 있고, 그들이 가끔 우리 카페에도 놀러 온다는 상상을 한 것이죠. 그래서 저의 이해를 벗어나는 분들을 보면 ‘아~ 천사가 왔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죠. 이렇게 단어만 바꿔서 사용해보면 그 상황에 대한 감정 자체가 많이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용하는 단어들을 ‘인식’해보고, 다른 단어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도 한 번 들여다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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