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작년 제자들의 졸업식에 다녀와서

by 김채원

유난히 정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 있다. 작년(정확히 말하면 재작년) 우리 반 아이들이 딱 그랬다. 그 아이들과의 인연은 몇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6월 출산 예정이었다. 보통 학기 중간에 출산 예정이면 담임을 맡기지 않는데, 학교 사정상 어쩔 수 없이 3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함께한 그 친구들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출산을 미루고라도 1년을 함께하고 싶었다. 보호자분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셨다. (부모님 대신 조부모님이 키우는 아이들도 있어서 '학부모'라는 단어 대신 '보호자'라는 단어를 썼다.)


2년 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꼭 5학년 담임을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그리고 다행히 나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비록 3학년 2반을 그대로 다시 만난 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다시 만나 너무 행복했다.


2년 사이 아이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던 3학년 때와는 달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을 섭렵한 사춘기 아이들은 나를 힘들게 할 때도 많았다. 그중 몇 명은 지나치게 선 넘는 행동으로 나를 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들과 나, 모두의 노력으로 서로에게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긴 채 1년을 마무리했다.


어제는 아이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이제는 내가 그 학교에 근무하는 것도 아니지만, 졸업식에 와줬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말에 기꺼이 운전대를 잡았다. 보통 졸업식에는 아이들의 가족들도 오니까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시간도 충분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가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해주고 싶었고,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하려고 먼 길을 달려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스스로 자신이 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걸, 그만큼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1년 사이 아이들은 키가 쑤욱 커 있었다. 이제 올려다봐야 할 아이들이 더 많았기에 아이을 안아주고 은 마음은 아이들에게 안기는 걸로 신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남자아이들과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여자 아이들은 다들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함께하지 못했다. 짜장면을 먹으며 서로에게 미안했던 일, 고마웠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키만큼이나 마음도 많이 자라 있었다.


중학교 졸업식에도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와달라는 아이들에게 장담할 수 없지만 노력해보겠노라 답했다. 짜장면 값을 각자 계산하겠다는 아이들을 말리고 내 카드를 꺼내며 나중에 어른 되면 그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했더니 그때까지 살아있을 거냐고 물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자란 건지 안 자란 건지 살짝 헷갈렸다. 2차로 PC방까지 가자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일정에 쫓겨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마음에 사랑이 가득 찬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내 딸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뜯어말리고 싶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장 힘든 건 역시나 사람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동료교사가, 모든 보호자가, 모든 학생이 나에게 좋은 사람인 건 아니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주 상처를 받으면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그보다 더 큰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모든 동료교사에게, 모든 보호자에게,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사람은 아닐 거다. 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 본다. 내가 받은 이 커다란 사랑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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