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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Jan 06. 2023

종업식날 우는 선생님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1 년 전 학사일정을 확인한 그날, 나는 내가 2023년 1월 6일에 울 거라는 걸 이미 알았다. 종업식날 운 전적이 화려했으므로. '이별'은 언제나 내 눈물 버튼이다. 애써 꾹꾹 참고 있다가도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같이 울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종업식은 울기 좋은 날이다. 1년 동안 함께했던 스무 명의 아이들과 헤어지는 날이며, 그중에 누군가는 꼭 울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 될 걸 뻔히 알면서도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기필코 울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미리 준비했던 마지막 인사도 결국 하지 못했다. 잘 가, 안녕, 고마웠어, 수고했어 이런 말들이 내 목소리가 되어 공기 속에 퍼지는 순간, 내 눈에서 눈물도 흐를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에게 서로 인사를 나눠보라고 제안했다.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볼까?"

그 말을 들은 지우가 고개를 푹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내 눈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얼른 화제를 돌렸다.

"벌써 울면 안 돼! 우리 이따 사진 찍을 거란 말이야. 사진 찍고 울어."


급히 순서를 바꿔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서로 어깨동무도 하고 하트도 만들었다. 평소에는 밀어내기 바빴던 아이들도 좀 더 붙으라며 서로를 끌어당겼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나니 슬픈 기운이 조금 사라졌다. 다시 못다 한 인사를 나누는데, 평소 제일 까불던 태우 눈시울이 벌게졌다. 아이들이 모두 놀라 왜 우냐고 묻자 태우는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는 거라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 짜식.


이번에는 절대로 울지 않겠다는 결심을 지키려고 눈물을 꾹꾹 참고 있는데, 시우가 선생님은 왜 안 우냐고 물었다. 우리와 헤어지는 게 슬프지 않냐며 평소처럼 장난을 걸어왔다. 선생님도 너무 슬픈데, 꾹꾹 참고 있는 거라고 했더니 참지 말고 울어보란다. 눈물을 안 참아도 되는 좋은 핑계가 생겼다. 마음만 먹으면 3초 안에 울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더니 아이들이 한 마음으로 카운트를 했다. 

"하나, 둘, 셋!"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시우는 자기가 나를 울리기라도 한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귀여운 녀석. 


현우가 마지막으로 015B의 <이젠 안녕>을 듣자고 제안했다. 아이들도 모두 동의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아이들에게 하지 못했던 마지막 인사는 여기에 (쑥스러우니까 간단히) 남겨본다.


5학년 1반 친구들아, 

너희가 쑥쑥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선생님은 행복했어.

부디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희에게 좋은 추억이었길 바라. 

6학년이 돼도 아프지 말고, 자주 행복하길, 마음껏 웃고 뛰어놀길, 서로를 사랑하길 바랄게.

사랑해!  

 

*모든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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