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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Nov 20. 2023

달라도 괜찮아

아니, 다른 게 당연해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걱정이에요."다. 많은 친구들과 두루 잘 어울리는 아이의 엄마는 "우리 아이가 단짝이 없어서 걱정이에요.", 친한 친구 한 명과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아이의 엄마는 "애가 너무 OO이랑만 놀아서 걱정이에요.", 활동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의 엄마는 "애가 너무 말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수줍음이 많은 아이의 엄마는 "애가 숫기가 없어서 걱정이에요." 하는 식이다.


여러 학부모님의 말을 모아보며 부모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본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발표도 씩씩하게 잘하는 아이. 쉬는 시간에는 여러 아이들과 두루 잘 지내면서도 단짝 친구 몇 명이 정해져 있는 아이.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고 양보도 잘 하지만, 자기 몫도 챙길 줄 아는 아이. 이렇게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머릿속에 '완벽한 아이'가 한 명 뚝딱 만들어진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도 교사이기 전에 부모다 보니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우리 아이의 장점은 오목렌즈를 들이댄 것처럼 작아 보이고, 단점은 볼록렌즈로 비춘 것처럼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좋은 모습도 걱정되는 부분도 모두 우리 아이의 모습인데 그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참 힘들다. 특히 '다른 애들처럼 좀 활동적이면 더 좋을 텐데.', '다른 애들에 비해 낯을 너무 가리는 것 같아.' 하며 내가 스스로 정한 '보통'의 기준과 비교하게 되면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진다.


그럴 때면 보통의 아이 25명이 채운 교실을 상상한다. 모두가 똑같은 표정,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교실을. 이건 이상함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건 당연한 거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모습은 여러 종류의 꽃이 조화롭게 피어있는 화단처럼 아름답다. 큰 나무의 그늘에 자리 잡은 이는 줄기를 휘어서 햇빛을 보는 법을 배우고 연약한 화초 옆에 자리 잡은 아이는 바람을 막아주는 법을 배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같이 지내는 법을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근사하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남들과 다를까 봐 걱정하지 말자. 아니, 조금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걱정하지 말자.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에게 맞는 속도로 열심히 크고 있다. 남들과 달라서 더 특별한 우리 아이를 믿고 응원해 주자.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기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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