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경험을 통해 현실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재희(가명)는 동료 직원에게 너무 서운하다. 신혼여행을 갔다 온 동료가 자신에게 수줍게 웃으며 선물 상자를 건넸다. 많은 직원 중 자신만 특별하게 대접하며 챙겨주는 것 같아 너무 고맙고 이전보다 더 내적 친밀감이 느껴졌는데, 며칠 뒤 다른 직원들도 자신과 똑같은 선물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순간, 너무 화가 나고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느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씁쓸하였다. 머리로 생각해 보면 동료는 나만 특별하게 친밀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처럼 누군가와 심리적 거리가 가깝게 느꼈다가 갑자기 멀게 느꼈던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재희는 남들이 특별대우해 줄 때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껴 친밀해지고, 남들과 같은 급으로 평범하게 취급하면 지나가는 행인1처럼 느낀다. 별 볼 일 없는 무가치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이런 점 때문에 대인관계에 많은 문제를 겪고 손절한 경험이 많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면 괜스레 서운하고 화가 나는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다.
병서(가명)는 이런저런 이유로 퇴사를 했다. 한 달쯤 쉬었는데 점점 더 스스로 통제되지 않는 느낌이 커졌다. 쉬는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욕구가 끌리는 대로 제한하지 않고 지냈다. 그의 생활은 점점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밤에 문제가 터질 뻔했다. 다행히 친구들의 도움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겨우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간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서슴없이 해왔다. 도저히 나 자신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마치 안전장치가 없는 폭주 자동차 같았다. 어젯밤은 정도가 더욱 심했고 지난 일들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갑자기 너무 두려워졌다. 두려운 마음이 확 올라온 순간, 불안감이 몰아치며 숨을 쉴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상담실을 찾았다.
어느 해의 6월 말경, 너무 불안해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며 상담실을 찾아 온 삼수생이 있었다. 여름이 시작은 입시생의 불안이 높아지는 시기다. 상담을 하다 보니 그의 마음속엔 ‘열심히 공부하면 언젠가는 의대에 갈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고 그 마음을 잘 간직하고 공부하면 결국 언젠가는 의대에 갈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문제는 성적을 물어보면 ‘말하고 싶지 않다’며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린다. 의대 입학 점수에 못 미치는 자신의 현실을 대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좌절을 받아들일 자아의 힘이 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