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마음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밤 11시경 친구들과 헤어져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다. 아파트단지 옆을 지난 뒤에는 불빛이 거의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100미터 정도 걸어가야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발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분명 혼자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안해지고 온몸이 오싹하며 무서워졌다. 도저히 뒤를 돌아볼 수 없다. 누가 갑자기 나타난 걸까? 여자일까 남자일까? 덩치는?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겁이 난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걸으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까 지하철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갔던 사람이 생각난다. 혹시 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본다. 휴, 안심이다. 다행히 그 사람은 나와 비슷한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제야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한 번쯤 이렇게 놀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대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상상과 걱정하는 불안감으로 가득 찬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발소리가 들리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에 뒤를 돌아다보지 않았다면 집으로 가는 그 길은 무서운 길로 기억될 것이다. 확인도 못한 채 어떻게 피할지만을 걱정하는데 온 힘을 쏟게 되면 허겁지겁 뛰다가 넘어져서 다칠 수도 있다.
공포스러웠던 그날의 기억은 ‘아파트를 거쳐서 집으로 가는 길’은 무서운 길로 각인되어 다음부터는 멀리 돌아가는 다른 길로 가려고 할 것이다. 또한 혼자 걸어야 하는 어둡고 조용한 밤길은 공포 기억이 다시 소환될 것이다. 이처럼 모호한 상황에 처하면 불안의 노예가 되기 쉽다. 예측불가능한 일이 생기더라도 불안에 휩싸
이지 않고 뒤를 돌아다볼 수 있는 마음의 용기가 중요하다.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의 차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자아의 성장과정은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후천적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기 위해 상담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원래부터 소극적인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요”라며 부정적으로 말한다. 이런 말들은 보통 변화할 수 없다고 느끼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나오는데 태어날 때부터 수동적인 사람은 없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적극적인 사람도 없다. 성격이란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정신의 대부분의 것들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유전적인 기억 같은 집단적 무의식을 제외하곤 말이다. 집단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예는, 일반적으로 뱀을 처음 본 사람도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뱀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뱀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엄청 놀란다. 이렇게 외상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라도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현상은 선조들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유전에 각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된 집단무의식인 것이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대부분 후천적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정신의 성장은 노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성장을 비교해보자. 갓 태어난 영아의 신체는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자라지만 유전적인 영향을 꽤 받는다. 만약 부모로부터 키가 작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아무리 영양 섭취를 잘해도 키가 자라는 데는 한계가 있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과 같은 피부색깔이나 체질같은 것도 특별한 변이를 제외하고는 유전적인 범위 내에 있다. 그러나 마음은 신체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 마음에도 기질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후천적으로 제공되는 환경의 영향을많이 받는다. 사람들이 말하는 ‘저는 팔랑귀인 것 같아요. 외부환경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힘들어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처음부터 어느 누구에게도 ‘내 마음’이란 실체는 없었고 ‘내 마음’이라고 할 만한 어떠한 것도 없다. 다만 아이들의 표현은 본능에 의해 울고, 웃을 뿐이다.
그럼 우리가 접하는 환경은 어떤 것들인가? 어릴 때는 부모와 주변 환경이 제공하는 것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으며 외부와 동일시되어 자신을 인식한다. 부모님의 피드백은 곧 자신이라고 믿게 된다. 사례 중에 어린 시절에 부모님으로부터 날씬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자라서 스스로도 자신은 날씬하고 예쁘다는 외모 자신감이 높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의 어느 날, 거울속의 자기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춘기의 특징인 자신의 외모가 인식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부모님에게 들은 것과 달리 자기 모습이 남들보다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엔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는데 그 후 자신을 숨기고 싶었다고 한다. 외적요인에 대한 칭찬(평가)이 너무 많으면서 그에 못 미치는 좌절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사춘기의 또래들 사이에서도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 관련 책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고, 명상 등을 통해 심리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책에서 알려준 대로 실천을 해봐도 일시적인 도움은 되지만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영역은 이론처럼 쉽게 극복이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충분히 알겠는데 아는만큼 마음은 잘 따라주지 않는다. 행동도 생각한 것과 다르게 나와서 힘들다. 심리적으로 분석해서 해결 방법을 알아내도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변화는 일시적이다. 도무지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고 말하는데, 보다 근본적인 것은 모호한 감정으로 부터 시작돼야 한다.
외부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마음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면이 단단하면 외부세계가 모호하고 불확실하더라도 불안감에 끌려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확실한 면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더 많이 존재한다. 앞에 골목길의 예처럼 불확실한 외부상황이지만 모호함을 견딜 수 있어야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라도 불안은 겪지만, 불안에 압도되어 정신을 잃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다.
연우(가명)는 전교 1~2등의 성적을 유지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는 높은 성적을 유지했는데, 여름방학이 되면서 하루 15시간 이상 잠을 잔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은 수능을 서너 달 앞둔 여름방학이 가장 불안해진다. 성적이 낮으면 수능 시험을 못 볼까 봐 불안하고, 성적이 잘 나오면 수능 시험 날까지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연우는 여름방학의 불안을 겪어낼 힘이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잠 속으로 도망간 것이 다. 연우의 사례 말고도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 되면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피어싱을 해야만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불안할 때마다 쇼핑을 해서 집 안에 개봉도 하지 않은 상자가 가득하다는 사람도 모두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칼 구스타프 융은 신경증이란 진정한 고통을 회피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어느누구라도 자신에게 닥친 고통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 힘들어서 회피했던 것들이 결국 마음속에 병을 키우게 된 것이다. 심리 상담을 신청하는 사례들은 거의 대부분 자의든 타의든 과거에 겪어야 할 부정적 감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억압하고 회피했던 게 문제의 시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정말 힘든데 왜 힘든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밝고 활기차게 잘 생활했는데, 갑자기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못하겠고 눈물이 밤마다 흘러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라고 한다. 눈물이 흐르고 무기력헤서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증상이 있고 마음이 우울한데도 자기는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다. 마음이 힘든데 정작 마음의 주체는 모르는 것이다. 모르는 마음이 내안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불확실한 이 지점에서부터 마음 치료가 시작되어야 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심리학 용어 중에 의식과 무의식은 알 것이다. 의식은 내가 아는 마음을 말하고, 무의식은 내가 모르는 마음을 말한다. 무의식이 어디 먼데 있는 뜬구름과 같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힘든데 왜 힘든지 모르겠어요.”처럼 우리 마음 안에 실재하는 것이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한 마음인 것이다. 그러니 사람마다 자신의 무의식적인 마음은 다를 수 있다. 무의식적 마음이 사이즈가 작으면 살아가는데 평온하게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마음이 갈등이 크고 괴롭다면 문제는 다르다. 해결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무의식이 너무 커져서 ‘나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라며 의식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정말 힘든데 왜 힘든지 모르겠어요.”란 말도 힘든 마음을 해결해야 하는 과업이 등장한 것이다. 무의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본인이 통제할 힘이 없으면 불안이 높아진다. 실체를 모르니 통제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밝고 활기찬 마음’은 선명하게 아는데,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마음’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도 자아의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과정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똑같은 경험이라도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또는 다른 여러 변수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매번 다르다. 똑같은 환경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매번 다른 의미로 인식되는 것처럼 말이다. 매번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산다는 것은 거의 신들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매번 모호하고 불확실한 장면들이 전개된다. 그래서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이 중요하다. 마음의 힘이 약하면 같은 불안상황이라도 더 크게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다.
지우(가명)는 만난 지 한 달 만에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으며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소개로
만난 상대방은 만난 지 얼마 후부터 당황스러울 정도로 너무 적극적이었다. 좋긴 했지만 상대
방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평소에도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그는 상대방에게 의심되는
마음을 빠짐없이 다 얘기했다. 이별 통보를 받은 후에도 상대방에게 확실한 이유를 말해달라며 매달렸다. 이유를 선명하게 듣지 못한 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상담을 하면서 그는 자신에게 비슷한 패턴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호한 것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못견디는 것이다. 평소에도 관계가 불편해지면 계속 그 생각에 사로잡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다 이야기하거나 상대에게 직접 말해서 관계가 끝이 나는 경험들이 많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을 견디는 힘이 약한 것이다. 어린아이 같은 순진성과 단순성이 어른이 되어서도 있다면 아직은 미성숙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연애를 할 때 사람들은 보통 2~3개월 정도 만나면서 상대에 대한 탐색을 한다. 3개월 이상 만난다는 것은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친밀감이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서로에게 상대를 경험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에 초면부터 상대가 나의 준비정도에 비해 과한 언어 사용과 과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때의 나의 느낌을 잘 봐야한다. 불확실하지만 ‘조금 과한 것 같은데’, ‘일방적이네’ 등과 같은 상대에 대한 부분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우는 불편한 것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못했다. 직접 상대에게 “당신을 믿지 못하겠고 의심스럽다”고 속마음을 다 말하면서 끌려간 것이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하고 애매하지만 느껴진 정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순진성은 흑백논리에 근거를 둔다. 아이들은 사물을 인식하거나, 사람을 대할 때도 ‘좋다’, ‘싫다’와 같은 양극단의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대극적인 감정 말고도 중간 즈음에 위치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는 내 편이야, 누나 편이야?”라고 물으며 자기편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 자기편일 때는 상대방이 나쁜 짓을 하더라도 무조건 믿지만, 남의 편이라고 생각되면 믿으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편가름을 한다.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흑백논리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하다고 생각한 동료가 있었어요. 제가 업무상 실수해서 그 사람이 두 번 일하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저한테 웃으면서 덕분에 두 번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 지우는 흑백논리로 사람을 판단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그는 또 “친절한 건 좋은 거니까 웬만하면 사람들에게 잘해줘요”라고 했다. 불친절한 건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싫어도 참고 감당하는 것이다. “너무 힘겨울 때 조차도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끝까지 버텨야 좋은 거잖아요”라고 말하는 것도 흑백논리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마음이 자동으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영역에 따라 순진한 구석도 있고, 이기적일 때도 있고, 이타적이기도 하고, 선할 때도 있고, 어리석고 우매할 때 도 있다. 내안에 괜찮은 모습도 있지만 부족한 면이 존재하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방어기제도 다르게 사용하는 것처럼 단순함에서 다양하고 복잡함으로, 표면적인 사고에서 깊이있는 심층적 사고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격 전체가 단순한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양하고 불확실한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성의 영역이 잘 발달되어 사회적으로 그럴듯한 모습의 사람일지라도 감정적으로 덜 분화되면 내면에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기 쉽다.
마음의 성장은 감정의 분화와 관련 있다. 처음에는 ‘쾌와 불쾌’처럼 이분법적인 두 개의 감정으로 시작한다. 쾌와 불쾌의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쾌의 감정은 행복하다,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등과 같은 세분화된 감정으로 분화된다. 그다음엔 좀 더 세분화된 다양한 감정으로 분화한다. 불쾌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우울하다, 짜증난다, 슬프다, 절망스럽다 같은 세분화된 감정으로 분화 발전한다. 이렇게 쾌와불쾌와 같은 양극단의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감정이 섬세하게 분화되면서 마음은 성장해간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친구들 모임에서 한 친구의 말이 살짝 마음에 걸렸는데 당시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어넘겼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즐겁게 노는데 나는 아까의 찝찝한 마음에 사로잡혀 친구들의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가족들에게 짜증만 냈다. 계속 기분이 가라앉는데 내가 왜 우울한지 알 수가 없었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낮에 있었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친한 친구니까 날 위해서 한 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뜻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뒤늦게 든다. 상반된 두 마음 중 어떤 마음이 진짜인지 모르겠고 자신도 없고 혼란스럽다. 다음 날이 되자 무시당했다는 불쾌감이 조금 더 명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났고 속상한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이 선명하지 않으면 대인관계에서 적절하게 반응하기 어렵다. 모임 할 때 자신의 감정을 명료하게 알았다면 언어적으로든, 비언어적으로든 불쾌한 마음을 긍정적으로 웃으며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긍정왜곡을 하는 바람에 불쾌한 마음이 외면당한 것이다. 자기 마음을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외면하지 않아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만약에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일거야’라는 생각이 계속 지속되었다면 아예 불쾌한 마음은 몰라주어 무의식으로 억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호하지만 불쾌했던 마음을 쳐다봄으로써 선명하게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은 눈앞에서 해결할 수 없는 모호한 일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외부 대상이나 상황을 선명하게 알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모호함의 시간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느낀 감정이 명확하게 어떤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자세히 쳐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감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안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더욱 더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없다. 나에게 온 부정적인 감정은 겪고 알아야만 다음 단계를 성장할 수 있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감정을 겪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자아의 힘을 키워나갈 것이다.
HOW TO: 실천 방안
1step. 불안을 회피하기 해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는 것이 생각보다 꽤 어렵다. 하지만 처음에는 하루가 지난 후에 불쾌감이 느껴지거
나, 몇 시간 후에 알지라도 계속 연습하다보면 자기마음을 알아차리는 타임이 빨라진다. 그러
면 외부 자극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2step. 외부에 반응하던 태도를 잠시 멈춘다.
자아의 힘이 약하면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침묵을 깨거나, 부적절하게 웃거나, 과잉행동을
한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말실수가 나오는 경우들도 있다. 일단 자신이 하고 있는 불안회피
행동을 잠시 멈춰보자.
3step. 불안 밑에 있는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이름을 붙여준다.
불안은 내면에 있는 감정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이다. 일단 불안 대처행동을 멈추고 조금 시간
이 흐르면 밑에 흔들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여보자. 불안을 일으키는 근본의 감정
들을 쳐다봐주고 이해해주는 작업은 스스로 공감해주는 과정이다. 그러면 불안도 가라앉을 것
이다. 부정적 감정은 누군가의 공감을 받으면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마음의 원리이기 때문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