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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채집가 Jun 02. 2020

가장 평범한, 저녁

가장 평범한 새벽, 그리고 저녁

이렇게 찬란한 하늘을 연달아 보는 호사를 누렸던 봄이 있었을까 싶을만큼

요즘 하늘은 찬란하다. 

미세먼지가 없어서인지, 기온 차가 커서인지

괌에서 봤던 하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정도의 감흥을 줄 때가 있다. 

맑고 깨끗한 하늘에서 해가 저무는 평범한 저녁의 풍경,

요즘 내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풍경이다. 


집에서 20분쯤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요즘 금계국이 한창이다.

금계국. 코스모스와 닮았는데, 여리고 밝기만 한 모습과 달리 이름은 딱딱하고 재미없다.

여튼, 번식력이 좋아 아무 곳에서나 번식을 많이 한단다. 하천길을 걸어가는 주변이 온통 금계국이다.

바야흐로 꽃길을 걸을 수 있는 계절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저 풍경을 좋아한다.

먼 하늘에서 노을이 지고, 금계국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 말이다. 

한달 정도 피어있는 금계국은 참 열심히 피어 있다.

한달 피어있는 꽃이 저토록 아름답게 최선을 다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하루종일 태양을 향해서 여린 몸을 비틀어 자리를 옮겼을 금계국이, 마지막엔 넘어가는 해를 일제히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인사 같기도 하고... 슬퍼하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장렬한 안녕같기도 하다. 


가끔은 저 노을을 향해서 새 한마리가 날아가기도 한다. 그 새는 노을진 하늘을 향해서 얼마나 힘차게 날아가는지. 그 씩씩한 날갯짓과 자랑스러운 가슴을 상상해본다. 

더이상 빛이 없는 하늘을 향해 두려움 한점 없이 땅을 박차고 오르는 새의 울음은 저무는 저녁 하늘아래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얼마전 슬픈 부고를 들었다. 평생 좋았던 순간이 없었다던, 20대 청년의 죽음. 그 직전 저런 풍경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금계국이 가장 아름다운 표정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혹 모를 일이다. 금계국처럼  살아봐야지, 하고 생각했을런지도. 저 새처럼 어두움 속으로 힘차게 한번 날아올라봐야겠다고 생각했을지도. 

어쩌면 우리가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와서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지도 모른다. 

저 꽃과 풀은 곧 지고 말겠지만, 그들은 다음에 자랄 꽃과 풀의 양분이 된다. 겸허하게 떨어져서 말이다. 


가장 평범한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음이 벅차다.

이런 하늘을 좀더 오래, 많이 보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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