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을 여는 행복
행복의 조각 1. Seasonal Happiness
여름과 가을이 밀당을 하는 요즘이다.
지리한 더위가 곧 끝날거라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불어주며
맑고 푸른 하늘을 보여주는 가을과
아직은 8월이라며 낮이되면 한여름 못지 않은
뜨거운 햇살과 더위로 에어컨을 끌 수 없게 하는 여름.
한여름 땀에 끈적이지 않게
불쾌지수를 툭 떨궈 주는 에어컨도 감사하지만
오늘 아침, 창으로 들어오는 선선하고도 상쾌한 바람은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행복이
나를 계속 스쳐지나가는 느낌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시원하다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자연 바람만의 청량함과 상쾌함은
땀흘리며 얼굴 붉히며 여름을 보낸 우리여서
더 확실히 그리고 더 감사히 누린다.
한 때 싱가폴에서 사는 친구의 집을 보고
하나의 계절만 사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친구의 옷장엔 여름옷만 있었고
이불도 여름이불만 있으면 되니
옷장안이 매우 한가로운 만큼
친구의 삶도 심플하고 여유롭게 보였다.
우리는 냉방도 난방도 필요하고,
홑겹이불도 두툼한 겨울이불도 필요하며,
선풍기도 온수매트도 필요하고,
가습기도 제습기도 필요하다.
민소매티, 냉장고바지와 에어컨 바람 막아줄 여름긴팔 가디건도 필요하지만
보드랍고 도톰한 니트랑 밍크기모바지와 롱패딩자켓도 필수다.
필요가 많아 옷장은 늘 미어터진다.
가습기를 씻어서 넣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제습기를 꺼내 방방마다 순회하며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에
여름옷 몇가지와 여름이불이 유유자적 들어있는
그 친구의 옷장을 꽤 오랜 기간 동경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를 감싸주는
그 산뜻하고 개운한 바람에
감사가 넘쳐서 미니멀은 살짝 순위를 내려본다.
여름 덕에 감사한 가을과 겨울덕에 설레는 봄,
또 여름과 겨울에만 누리고 맛볼 수 있는것들.
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4계절을
우리 나라의 장점으로 꼽았는지도 40대 후반을 달리며
새삼스래 깨닫는 가을 문턱이다.